양방언 "韓-日 오가며 자가격리만 6번, 난 CD가 좋은 아날로그 사람" [EN:인터뷰②]

박은해 입력 2021. 12. 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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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솔로 데뷔 25주년을 맞아 지난 음악 활동을 돌아봤다.

재일 한국인 2세 양방언은 피아니스트, 작곡가, 음악프로듀서로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1996년 일본에서 데뷔한 양방언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록, 재즈, 클래식, 국악 등 여러 장르 음악을 융합해 색다른 크로스오버를 선보였다. 11월 30일 발매된 양방언 25주년 기념 앨범 'Light & Shadow'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라이브 음원과 미발표 영상작품 음원, 신곡으로 구성됐다. 양방언은 25년간 영화, 뮤지컬,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 음악 등을 작업해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12월 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진행된 신보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양방언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으로 계속 달려오다 25주년이라는 단계에 왔을 때 인식을 하게 된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구나. 앨범을 준비하며 저는 지금까지 '잘했다, 열심히 해왔다'라는 말보다는 '이런 것을 못 했구나, 다른 것도 해야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라이브와 영상 작품 음원으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다음에는 신곡으로 구성된 신작을 빨리 들려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양방언은 태평소, 피리 연주자, 소리꾼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등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장르 음악 결합에 대해 양방언은 "지금 제가 하고 싶은 말,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악기들이 선정됐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색깔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생각하면 전통 악기가 들어오고, 서양 악기와 또 조화를 이룬다. 의도적으로 크로스 오버 음악을 해보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매번 새로운 발견이 있다. 서양 악기 대신 전통 악기로 바꾼 구성은 저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새롭다. 뮤지션들이 좋고 재밌다고 느꼈을 때 시너지가 나온다. 그 자리에서 태어나는 음악 라이브가 저에게는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양방언이 연주곡 위주 솔로 음악 작업에 매진하게 된 계기도 공개됐다. 양방언은 "솔로 데뷔 전에는 가수분들의 프로듀싱 작업을 주로 했다. 10년 넘게 하면서 녹음 기술, 뮤지션들과 소통 등 많은 것을 배웠고, 저는 마치 공장처럼 음악을 만들었다. 히트곡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너무 해서 상태가 약간 이상해졌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음악 인생이 이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노래하는 분들과 많이 사귀고 연주곡은 거의 안 들어요. 친한 가수 친구들도 있고, 록 페스티벌도 좋아합니다. 저는 음악이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표현은 연주곡이긴 하지만 많은 노래를 들어본 후 그 사람이 하고싶은 이야기가 나오는 게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음악이 순수하게 연주곡만은 아니고 국가 행사,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작업에 다양하게 참여하면서 점점 성장하고 있어요. 그렇게 25년간 이어오면서 저의 현재진행형 음악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양한 협업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요."

2년 가까이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대면 공연이 무산됐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음악가 입장에서는 분명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양방언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하고도 불행한 상황에 대해 "25주년은 아티스트로서도 힘이 들어가는 시기다.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지고 '이 이상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앨범 구성을 바꿔야 했다. 저의 음악 스타일은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것들이 동시에 진행된다. 지금 상황에 따라 약간 멈췄다 다시 시작하고 그런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제안 주시는 프로젝트도 코로나로 중지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중요한 저의 신작 음반이 도중에 멈췄습니다. 내년에는 신작 음반을 꼭 내고 코로나 상황이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라이브 음원을 낸 하나의 이유. 지금과 다른 스타일 라이브와 그렇지 않은 공연 스타일을 연주가로서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전체적인 그림을 잘 그려야 할 것 같아 그것과 연결되는 새로운 음반이 내년에는 나와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그에게 큰 제약이 됐지만 그만큼 악기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늘어났다고. 양방언은 "원래 한국 한 달에 두세 번은 들어왔는데 (코로나19 이후) 잘 못 들어온다. 저는 자가격리를 6번 했다. 왕복하면 한 달 해야 하는데 사람 정신이 이상해지더라. 일본에서는 산속에 살아서 괜찮은데 한국에서는 오래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진다는 걸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격리를 6번 하니 사람이 사실 이상해졌어요. 격리 기간 동안 혼자 지내면서 악기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럴 때 이것은 저의 내면의 이야기인데 '나는 좀 더 하고 싶다. 위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엄청 많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음반에서는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반영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와는 시점이 바뀌었어요. 연주라는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으면 해요."

실물 음반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대. 음악계가 음원 중심으로 개편됐지만 양방언은 여전히 CD가 주는 감성을 사랑한다고. 그는 "저는 아날로그 시대 사람일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재킷이나 CD, 그런 것들을 눈앞에서 볼 때 약간의 소유욕도 있다. CD로 음악을 듣는 사람 많지 않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이 시대 음악이 많은 분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공존했으면 좋겠다"며 "일본은 이상하게 지금도 CD가 팔린다. 신기한 나라다. 당연히 젊은 친구들은 잘 안 듣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CD를 잘 산다. 저는 일본에 팬들도 있고, 그 친구들한테는 CD로 들려주는 것도 좋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뮤직 페스티벌, 교회, 스튜디오, 문화원, 경기장, 박물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음악을 선보인 양방언에게 공간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양방언은 "공연을 하는 사람에게 공간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우리 연주 음악의 울림은 정말 중요하다. 서울 전 도쿄 공연이 있었다. 성당에서 했는데 성당에서 울림이란, 울림이 달라지는 건 연주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중앙박물관 전시 음악은 제가 직접 라이브로 공연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공간에서 전시되는 것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 그곳에 담긴 역사나 유물 등이 소재가 되는 음악은 순간의 지나가는 스토리인 게임 음악과 다르다"는 생각을 밝혔다.

뮤지컬 음악에 대한 열정도 드러냈다. 양방언은 "'명성황후' 뮤지컬 음악을 대대적으로 새롭게 편곡했다. 작년 바로 이 시기에 1월에 25주년 공연을 몇 번 하다 중지된 상태다. '명성황후' 뮤지컬이 다시 시작하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저는 뮤지컬 음악은 처음이고 대대적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뮤지컬 편곡은 총감독님이 연습이라고 하셨다. 다음에는 당연히 작곡을 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현재 뮤지컬 공연 자체가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무척 재밌었기 때문에 언젠가 꼭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엔돌프뮤직 제공)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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