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맞붙은 李·尹의 안보 브레인, 北 비핵화 해법 공방

박현영 입력 2021. 12. 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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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 외교안보 참모인 위성락 전 대사 [워싱턴 공동 취재단]

여야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참모가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국제 포럼에서 대북 정책을 놓고 맞붙었다.

양측은 최종현학술원이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샐러맨더리조트에서 개최한 '제1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의 전·현직 관료와 정치·외교 학자들 앞에서 각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실용외교위원장을 맡은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와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글로벌비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대표로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화상 참여로 대체돼 불꽃 튀는 정면 승부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북한 비핵화 해법과 한미 관계에 대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먼저 위 전 대사는 "이 후보의 대북 정책과 생각은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 이 후보 대북정책은 이념 주도적이고 유화적이라는 추정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후보는 대북정책에서 현실주의와 실용주의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위 전 대사는 "북한과 협상 및 관여는 유연한 방식으로 진행되겠지만, 북한의 약속 위반이나 잘못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대응하고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화와 협상뿐만 아니라 인센티브와 불이익(disincentive), 제재와 압박 같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조각 내 단계별로 실행할 경우 그 조각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얇고 작은 살라미(이탈리안 햄) 조각은 더 쉽게 버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덩어리에 합의해 북한이 합의로부터 벗어나려 할 때 두 번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반부터 쉬운 것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섞는 접근법을 쓰겠다면서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핵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위 전 대사는 "이 문제를 다루는 전통적 관행은 단계적 접근법을 사용하고 초기 단계에 더 쉬운 문제에 합의하는 것이지만, 쉽게 이뤄진 합의는 쉽게 깨질 수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첫 합의 덩어리에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와 비핵화·안보·평화같이 보다 중대한 문제를 혼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항구적 평화 구축 전체 과정을 미국·일본과 매우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 대화와 국제 협력은 함께 가고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외교안보 참모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 [워싱턴 공동 취재단]


이어 발언에 나선 김 전 차관은 "윤 후보는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소위 빅딜과 스몰 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30년간 쉬운 단계를 앞쪽에 배치한 것으로는 지속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위 전 대사 지적대로 단계적 접근은 피할 수 없으며, 쉬운 단계를 앞쪽에 배치하기보다는 북한이 1단계부터 어려운 단계를 밟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이 진정한 진전을 이룰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유지하고, 제재 완화가 아닌 경제 지원, 남북 경제 개발 계획 등이 담긴 인센티브 패키지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원하면 판문점이나 워싱턴에 남·북·미 3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인센티브의 하나로 꼽았다. 일정한 비핵화를 달성한 뒤 간헐적 대화에 의존할 게 아니라 상시적인 협의 메커니즘이 필요할 때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비핵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 측이 지지하는 '스냅백' 형식의 제재 완화는 현재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신뢰를 깨더라도 제재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대가로 종전선언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왜 지금 종전선언을 추진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데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차관은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이며, 양국 간 확장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 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전략핵 운용 시스템 배치를 양국이 협의하고, 북한 핵 공격에 대응해 한미 간 정기적 군사훈련을 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의 한·미 외교+국방 장관 간 '2+2' 회의와 별도로 양국 외교+경제 장관이 만나는 또 다른 ‘2+2’ 회의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군사 안보를 넘어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반도체 공급망 같은 경제 안보가 중요해졌다면서다. 또 한·일 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미·일 간 ‘2+2+2’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위 전 대사도 경제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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