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뒤 서울역 일주일 방치"..노숙인끼리 번진 한밤 코로나

박사라 2021. 12. 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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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인근에서 8년째 노숙해온 60대 김모씨는 지난 1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여전히 거리에서 지내야 했다. 김씨는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는 데를 가고, 눈이 오면 눈을 피할 수 있는 데를 가란 식으로 말하더라”며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확진 뒤에도 격리 안된 채 활보"

지난 6일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이 만난 노숙인 김모씨.

김씨는 확진 상태로 서울역 인근을 배회했다. 확진 상태에서 무료급식소를 이용할 수 없어 굶는 일이 많아졌다. 교회나 성당에서 나눠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화장실은 최대한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역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는 2차 백신 접종까지 완료했지만 감염을 막을 수 없었다. 김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노숙인이 밤에 나와 돌아다니던 중 안면이 있던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는데 아마 그때 감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밤 중에 확진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활보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보호시설이 더 무섭다"...입소 꺼리다 동사


코로나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들이 속수무책으로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집단 생활을 하는 보호시설에서 확진자가 쏟아져나오고, 확진 이후에도 병상 부족으로 인해 길거리에 방치되고 있다. 확진자 격리 공간이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울역 노숙인 희망지원센터측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까지 병상부족으로 인해 평균 일주일가량을 기다려야 했다”며 “현재는 하루이틀 정도면 병상 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역광장 노숙인. 연합뉴스

서울시는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7곳을 운영 중이지만 시설 입소를 꺼리는 노숙인들이 많다. 수십 명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오히려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간 분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화장실과 샤워실도 공동으로 사용한다. 올해 초 서울역 노숙인 시설 집단감염으로 1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뒤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년 '노숙인 예산'은 제자리걸음


지난주 거리에서 생활하던 60대 노숙인이 동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홈리스들은 자가격리를 할 수 없고 정부 지침도 주거취약계층에게는 입소(입원)를 원칙으로 하게 지침을 정했다”며 “확진&밀접접촉자 발견 즉시 임시생활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리, 시설, 쪽방 등지의 집단 확진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가 심의 중인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에 노숙인 지원 관련 예산 비중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 내년 노숙인 의료지원 예산은 46억7730만 원으로 올해(52억1456만 원) 보다 약 5억4000만 원이 줄어들었다. 그 중 대부분이 진료비 지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호시설에 격벽을 설치하고 화장실을 분리하는 등 시설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며 “주거취약계층은 특히 신속하게 병상 이송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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