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이 90% 美 도시의 시장은 히잡 쓴 소말리아계 무슬림 여성
노크를 한 그를 보고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히잡을 쓴 그의 모습을 보고 영어를 못하겠거니 생각하기도 했다. 데카 달라크(53)가 2018년 미국 메인주의 사우드 포틀랜드 시의원 유세를 다녔을 때 직접 겪었던 이야기다. 히잡 쓴 무슬림 흑인 시의원 후보를 만나 본 유권자들은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그를 시장으로 뽑았다. 미국에서 백인 비중이 가장 큰 메인 주에서, 시민 2만5000명 중 90%가 백인인 사우스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이변이다.
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달라크 시장이 6일 메인 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사우스 포틀랜드 시장으로 취임했다. 달라크 시장은 1990년 내전을 피해 소말리아를 탈출한 후 1992년 미국에 정착한 소말리아계 미국인 1세대다.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메인에 정착하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 한 도시의 시장은 소말리아 이민자들의 정착을 거부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20여년 만에 소말리아 이주민 출신 시장이 나왔다.
백인 비중이 90%인 도시에서 무슬림 흑인 시장의 탄생에 대해 달라크는 “충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게 당초 그가 공직에 도전한 이유다. 그는 지난달 사우스 포틀랜드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그를 시장으로 지명했을 때 “나와 같은 외모를 가진 다른 민족,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 여자가 이걸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처음으로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럽다”며 “이 아름다운 도시에는 여러분 각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인 90% 도시서 무슬림 흑인 시장
달라크는 2018년 시의회 선거 출마를 결심했고 가가호호 선거유세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역에서 명망 높은 사업가를 상대로 당선돼 지역 최초 아프리카계이자 무슬림으로 시의회 선출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한 그는 지난달 시의회 만장일치로 시장에 추대된 데 이어 지난 6일 투표를 통해 임기 1년의 시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그는 사실상 파트타임인 시의회에서 사회복지 전문가로 메인주 교육부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각종 조직에서도 활발히 봉사활동을 했다.
그런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역시 유권자와의 소통이다. 세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공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왜 이 사람은 수탉을 키우나, 뭐든지 말해달라고 한다”고 했다. 2018년 시의원 선거 때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일대일 유세전을 펼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날 취임식도 예상보다 참석자가 많아 더 큰 강당으로 옮겨야 했다고 한다.
달라크는 이날 취임식에서 “나를 이방인으로 여길 수 있었지만 따뜻하게 환영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이민자와 기존 미국 시민)는 같은 공간에 사는 만큼 관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우리 형제와 자매 안에 있다”는 소말리 격언을 인용하면서 “공감과 동정, 은혜, 이해심을 갖고 들어준다면 사우스 포틀랜드에 함께 봉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좌중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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