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2만명 육박.."오늘 격리해제인데, 엄마가 걸렸어요"

최서인 입력 2021. 12. 8. 17:32 수정 2021. 12. 8. 17: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만 걸렸었는데 제가 옮았어요. 증상이 없어 끝났구나 했는데 격리해제 전 검사에서 제가 양성이 나왔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6일 올라온 글이다. 이 확진자는 “마스크 끼고 페이스 실드(안면 보호 마스크) 하고 엄청 조심했는데도 안 됐다”며 “다시 10일을 버텨야 한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재택치료자가 2만명에 육박하면서 우려했던 가족 간 연쇄감염 사례가 나온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따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재택치료 확대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가족·이웃 간 공유하는 공간이 많은 공동주택에 사는 이들이 많다보니 감염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확진자들 사이에선 가족 감염을 방치하는 것이란 불만이 나오지만, 정부는 “가족끼리 방역 수칙을 최대한 준수해달라” 당부하는 것 외에 별다른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6일 오전 대전 서구보건소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재택치료용 건강관리 세트(의약품,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손소독제, 세척용 소독제 등)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1만7362명에 달한다. 최근 일주일간 1일(2335명), 2일(2631명), 3일(2440명), 4일(2519명), 5일(2335명), 6일(2368명), 7일(2969명) 등 매일 2500명 안팎씩 재택치료자가 쏟아지고 있다.

확진자 폭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지난달 29일 모든 확진자에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데 이어 8일 “지금보다 더 재택치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고 했다.

손영래 반장은 “코로나19는 임상적 특성상 80% 이상 확진자가 무증상, 경증 환자”라며 “이런 특성을 반영해 대부분 국가에서는 꼭 필요한 환자 중심으로 입원 치료를 집중하고 대부분 재택치료로 관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의 입원 치료 비율은 영국(2.78%), 싱가포르(6.95%), 독일(4.79%), 일본(13.8%) 등인데 우리는 이달 첫주 기준 확진자의 절반 정도는 여전히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며 향후 재택치료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그러나 동거가족의 릴레이 감염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사실상 정부가 가족 감염을 방치하는 것이란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임신부 확진자인 A씨는 “4일 12시면 격리해제였는데 음성이었던 친정 엄마랑 첫째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확진자가 집에 있으면 옮을 수밖에 없는 건가 보다. 처음부터 얼른 병원에 이송시켜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나 때문인 것 같아 눈물이 나고 속이 상하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썼다.또 다른 확진자는 “가족끼리 릴레이 감염되고 결국 다 확진돼야 끝난다”며 “자가격리하다 재택치료하고 격리해제 날 음성 가족이 추가 확진돼 또 재택치료 들어가 20일째 감금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따로 안방 화장실을 쓰고 마스크 했는데도 나머지 가족이 3일 만에 다 확진됐다”라고 적었다.

2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 재택치료중인 시민이 중랑구보건소에서 전달한 재택치료용 건강관리 세트(의약품,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손소독제, 세척용 소독제 등)를 수령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첫째(초4)가 확진돼 둘째(초1)와 남편 등 4명 가족이 한 집에서 격리 중인 김 모(42) 씨도 이런 일을 우려한다. 김씨는 “아이는 자기 방에서 종일 시간을 보낸다. 그나마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화장실이 하나뿐인데 아이와 동선을 구분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둘째를 근처 시부모님댁에 보낼까 싶다가도 혹시 이미 감염돼 있을까 봐 그러지 못한다”며 “결국 온 가족이 한 집에서 다 같이 걸리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첫째랑 나랑 둘이 센터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며 “그냥 가족들이 다 걸리든 말든 상관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재택치료 센터를 운영했더니 가족감염은 1%(298명 중 3명)라고 밝힌 바 있지만 처한 환경에 따라 온 가족 감염을 사실상 감수해야 할 처지다.

정부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는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7일 브리핑에서 “재택치료 과정에서 동거인들이 한 동일 공간에 활동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 요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킴으로써 감염의 위험을 최소로 줄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가구원 중 1명이 확진되면 8, 9할은 그 시기에 바이러스에 같이 노출됐다고 봐 방역 관점에서는 가족을 한 단위로 공동 격리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얘기하는 감염병 전문가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이 급증하고 있는 2일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인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재택치료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러나 “요양병원에서 하듯 집에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하게 해 가족이 다 걸려야 끝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확진자는 물론 자칫 중증환자까지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나머지 가족에 대한 보호 대책도 없이 무조건 재택치료하라는 것인데, 근본적인 인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희망하는 가족에는 머물 숙소라도 마련해주는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자체 중에서는 현재 서울 노원구가 재택치료자 가족과 동거인을 위한 안심 숙소를 지원하고 있다. 숙박료의 80%를 구와 호텔이 나눠 부담해 이용자가 2만원가량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황수연·최서인 기자 ppangsh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