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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년째 "집값하락" 엄포..기관은 "내년에도 상승" 한목소리

노해철 기자 입력 2021. 12. 08. 17:34 수정 2021. 12. 0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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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주택시장]
■ 혼란 키우는 정부 '기우제식' 전망
홍남기 "안정화 흐름 확고" 확신
노형욱도 "안정세 전환 길목 근접"
강남권 잇단 신고가 등 혼조세에
공급·전세불안 상승요인도 여전
공공·민간기관 불문 "하락 힘들 것"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연합뉴스
[서울경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확고해지고 있다”며 또다시 집값 하락 경고에 나섰다. 지난 6월 ‘집값 고점론’으로 시작된 정부의 경고는 수개월 만에 ‘확고한 안정세’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서울 아파트값에 대해서는 “하락 진입 직전”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전문 연구기관들의 전망은 다르다. 공공·민간을 가리지 않고 연구기관에서는 집값 하락 요인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내년 집값 전망을 내놓은 건설·경제 관련 연구기관 5곳 중 5곳 모두 내년 집값이 오른다고 할 정도다. 최근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가 일부 주춤할 수는 있지만 부족한 주택 공급 물량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하락 전환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에 6개월간 이어지는 정부의 ‘인디언 기우제식’ 주택 시장 전망이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 수장, 잇단 집값 경고···이유 들어보니=홍 부총리의 집값 하락 경고는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6월 3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고점에 근접했다”며 집값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7월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는 “주택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예측보다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10월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주택 시장은) 안정세로 전환되는 길목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정책 수장들은 주택 시장을 둘러싼 각종 지표를 하락론의 근거로 삼았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홍 부총리가 집값 고점론을 처음 언급한 지 석 달이 지난 9월 첫째 주부터였다. 8월 넷째 주에 0.22%로 정점을 찍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 상승률은 11월 다섯째 주에는 0.10%로 낮아졌다.

다만 이것이 하락 진입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0.1%의 상승률은 집값 상승이 한창이던 올 4월 첫째 주의 0.05%보다 2배 높은 상승률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금도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이지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락 직전이라고 하려면 대표적 지표인 분양 시장이 식어야 하는데 미분양이 늘거나 연체율이 증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정부 ‘경고’에도 연구기관들은 모두 ‘오른다’ 전망=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등에 따른 거래 절벽 현상과 이에 따른 거래 심리 위축이 관측되고 있지만 동시에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등 혼조세다.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세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92㎡(34층)는 지난달 6일 60억 2,000만 원, 전용 84.95㎡(11층)는 45억 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15층)도 10월 직전 신고가보다 2억 원 높은 38억 원에 손바뀜되면서 평당가 1억 원을 넘겼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보유자를 중심으로 학군 지역이나 업무 중심지 등 핵심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지적인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연구기관들도 내년 집값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 상승률로 각각 5%, 4%를 제시했다. 수도권은 이보다 높은 수준(매매 7%, 전세 5%)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기관뿐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내년 수도권 집값은 올해보다 5.1%, 지방은 3.5% 상승한다고 예상했다. 그 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전국 2.0% 상승), 우리금융연구소(전국 3.7% 상승), 하나금융경영연구소(상승세 유지) 등 현재까지 내년 전망을 내놓은 기관들이 모두 상승을 점치고 있다.

주택 공급 물량 축소, 전세 시장 불안이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당초 올해 분양하려다 내년 이후로 일정을 미룬 서울의 민간 아파트는 3만 6,189가구에 달한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내년 집값 상승률이 일부 축소될 수 있지만 하락 전환까지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함 랩장은 “올 4분기에는 거래량과 거래 심리가 위축되면서 강북구와 노원구·구로구 등에서 일부 하락 거래도 있었다”며 “다만 내년 갱신 계약 만료 등 전세 시장 불안 요인도 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 직전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체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재고 주택에서 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규제로 집을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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