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불안 키우는 이재명식 금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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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부자들은 이자율이 엄청 싸지만, 가난하면 안 빌려주고 빌려줘도 이자를 엄청나게 높게 내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부담하고 적게 가진 사람이 적게 부담하는데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 부문이 금융"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정의롭지 못한 금융'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 후보가 금융에 정의라는 잣대를 들이댄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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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복지로 푸는 게 정석
이 후보의 선의를 이해한다. 사실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저리 대출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신용등급이 낮을 확율이 높다. 자연 더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신용이 낮은 사람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비판이 일맥상통한다.
이 후보가 '정의롭지 못한 금융'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기본금융 정책을 내놓을 때도 그는 "고액자산가와 고소득자는 거의 무제한의 금액을 장기·저리로 빌릴 수 있지만, 다수 서민은 불공정한 금융시스템 때문에 제도금융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재명표 기본금융은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을 장기간 약 3%의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기본대출권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금융에 정의라는 잣대를 들이댄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금융은 사회 정의가 아니라 신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곳이다. 누군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은 그 돈을 원하는 이에게 꾸어준다. 이때 꿔가는 이가 돈을 갚을 수 있는지 없는지 꼼꼼히 따져 이자를 매긴다. 원리금을 돌려받아야 은행도 돈을 맡긴 고객에게 이자를 붙여서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은행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저소득·저등급 대출자에게 저리로 큰돈을 빌려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망한다. 고객도 장롱 속에 보관할지언정 그런 은행엔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금융 시스템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싫든 좋든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능력을 중시한다. 그 결과 앞선 사람, 처진 사람이 불가피하게 나온다. 이 같은 자본주의의 결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각국은 재정을 통해 사회안전망, 곧 복지를 넓히는 길을 택했다. 시장은 온전히 자율에 맡기되 정부가 사후적으로 경쟁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금융권을 상대로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활성화를 종용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
이 후보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기본시리즈(소득·주택·금융)를 대표공약으로 내세우다 보니 자꾸 무리수를 둔다. 이코노미스트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8월 "기본대출이 부실화되면 대출을 받은 국민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은행은 부실을 떠안아야 한다"며 "차라리 재정으로 어려운 분들을 돕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주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차제에 기본금융 공약도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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