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기준 단일화 불가피..모든 기업 적용 여부는 더 고민해야"

권유정 기자 2021. 12. 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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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확산 전략 토론회서 전문가들 토론

전 세계적으로 단일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을 수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흩어져 있는 여러 공시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ESG 정보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공시 기준은 명확하지 않기에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공통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글로벌 기준에 따른 ESG 공시 확산전략 토론회'. /한국회계기준원 제공

IFRS(국제회계기준)한국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글로벌 기준에 따른 ESG 공시 확산 전략 토론회’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가치, 장기적 주주가치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IFRS 재단이 새로운 위원회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 수립에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IFRS재단은 내부에 ISSB 위원회를 설립하고, 올해 4월 글로벌 단일의 ESG 공시 기준을 제정하기로 했다. 가장 큰 목적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과거 사회공헌활동(CSR) 등이 기업이 스스로 사회적인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었다면, ESG 관련 정보 요구는 투자자 등 시장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곽 교수는 “ESG 관련 요구는 시장의 요구”라며 “이때 E를 대표적 예로 들면 각국이 기후협약을 지키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준이나 프레임워크는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혼재된 기준 때문에 비교 가능성이나 정보 신뢰성이 낮아졌고, 궁극적으로 목적도 달성하기도 어려워 단일의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과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 가운데 서정우 국민대 명예교수는 “국제 표준화가 당연해지고, 중복되는 기준이 사라지면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선 업무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문혜숙 KB금융지주 ESG전략부 부장은 “지속가능성 보고서 기준을 하나로 정해놓더라도, 영향력 있는 투자자가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등 다른 기준을 이야기하면 기업 입장에선 비용과 인력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ESG 통합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식, 채권을 운용하는 운용역들이 기업이 공개하고 있는 정보를 수집해 평가해야 한다”며 “지금은 중간 평가기관, 국가기관 보고서 등 여러 곳에서 정보를 취합해야 하는데, 하나의 기준에 공시 내용이 들어간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평가가 쉬워질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ISSB가 수립한 ESG 공시를 국내 모든 기업이 도입할지 여부는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이나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받고자 하는 국내 기업이 ISSB 기준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게는 고민거리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ISSB가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 우선 한국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서 교수는 “국내에 ISSB 기준이 도입되는 과정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글로벌 수출 기업과 국내 기업에 따로 나눠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노출되는 기업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그 밖에 국내 기업에는 의무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ISSB 기준을 맞춰 공시할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는 “어떤 기업과 산업에는 무리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유럽연합(EU)이 만든 탄소국경제를 보면, EU가 설정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수용하려는 분위기”라면서도 “국가나 산업별로 상황이 모두 다를 수 있는데 다른 시장에서 설정된 기준을 우리나라에 동일하게 적용해서 평가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ISSB가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단순히 번역만 하는 역할을 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베이스라인이 마련됐다면 우리나라는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한 우리만의 기준을 고민해야겠다”며 국내 관련 기구들이 힘을 합쳐 이른바 ‘KSSB’를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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