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등에도 골드만삭스 CEO "코로나보다 Fed가 더 무서워"

이승호 입력 2021. 12. 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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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주식 시황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미크론 공포가 잦아들자 증시에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는 오랜만에 3000선을 탈환했고, 코스닥은 '천스닥'을 회복했다. 전날 미국 증시는 급등했다.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34%(10.08포인트) 오른 3001.80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2일 이후 12거래일만에 3000선을 탈환했다. 기관이 순매수(8018억원)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0.94%(9.40포인트) 오른 1006.04로 거래를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천스닥’을 회복했다.

아시아와 유럽 증시도 오름세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1.42%)와 중국 상하이 지수(1.18%)도 상승 마감했다. 독일 DAX 지수는 0.1%, 영국 FTSE 지수는 0.3% 상승출발했다.

나스닥 지수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아시아와 유럽 증시에 봄볕이 드리운 건 전날 뉴욕 증시가 급등한 영향이다. 전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지수는 3.03% 오른 1만5686.92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상승 폭으로 보면 지난 3월 9일(3.69%) 이후 가장 높다. S&P500(2.07%)과 다우지수(1.40%)도 올랐다.

상승세를 이끈 건 대형 기술주(빅테크)다. 애플 주가는 3.54% 오른 171.1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조8080억 달러(약 3307조원)로 3조 달러에 육박했다. 테슬라(4.24%), 인텔(3.10%), 아마존(2.80%), 마이크로소프트(2.68%), 구글 알파벳(2.87%)도 급등했다.

투자 심리가 회복된 건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가 완화된 영향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AFP에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전염성이 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중증도는 거의 틀림 없이 델타 변이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미 제약업체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소트로비맙이오미크론이 변이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산타랠리(연말 증시 강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포레스트 킴 보케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미크론 증상이 약하다는 보도에 공급망 대란이 완화하고 있다”며 “산타가 춤출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저승사자가 찾아올 수 있어서다. 이내 '매(통화 긴축)의 발톱'을 드러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에 강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코로나보다 돈 줄을 죌 중앙은행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회장은 7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미 의회와 Fed가 코로나19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들은) 그동안 전례 없는 재정·통화정책을 펴왔던 것을 거두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주식을 비롯한 자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몬 회장은 “투자자들은 두 기관의 (돈을 푸는) 지원이 막을 내리는 걸 주시하고 계획을 짜야 한다”며 “향후 몇 년간 주식 수익률은 지난 몇 년 동안 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의 투자 과열로 인해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엠파이어 파이낸셜 리서치의 휘트니 틸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시장은 1999년~2000년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나만 빼고 다 했어”라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나타나고 있는데 고점 매수세에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럼에서 “Fed가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고 물가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며 “향후 2년 동안 (긴축 정책으로 인한) 미국 경기의 후퇴 가능성이 30~40%”라고 전망했다.

이미 긴축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2배로 늘려 내년 3월 끝내는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30일 물가 안정을 위해 테이퍼링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때문에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대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Fed 움직임은 한국 증시에도 큰 변수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우려 해소 여부와 상관없이 Fed의 긴축 의지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라며 “조기 테이퍼링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자금 이탈 위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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