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6년만에 사민당 총리 .. 유럽 중도좌파 부활 신호탄 될까

박하얀 기자 입력 2021. 12. 8. 18:40 수정 2021. 12. 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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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가 7일(현지시간) 사회민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 연정 협정 체결 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베를린 | EPA연합뉴스


“중도좌파 정당이 포퓰리스트에게 노동 계급 유권자를 잃은 이유가 무엇일까?” 16년간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8일(현지시간) 신임 총리로 선출된 올라프 숄츠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에게 털어놓은 고민이다.

중도우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을 누르고 연립정부를 이끌게 된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사민당) 정권은 극우·극좌 포퓰리스트 정권이 득세하는 유럽에서 중도좌파의 부활이란 과제를 떠안게 됐다.

독일에서 사민당의 집권은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 이후 16년 만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북유럽 4개국(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에 이어 독일에서도 중도좌파 정당이 연정을 이끌게 됐다. 유럽연합 (EU) 27개국 중에서 현재 사민당이 집권한 곳은 9개국이다.

숄츠 총리는 경제적으로 분배에 무게를 두는 사회민주주의자로 시장 효율성을 강조해온 메르켈 전 총리와는 정책 지향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독일 싱크탱크 WZB 사회과학센터의 주타 엘멘딩어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많은 이들은 숄츠를 메르켈의 복제인간으로 보지만 숄츠는 뼛속까지 사민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에도 빈곤, 불평등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노동계층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화두로 ‘노동자 존중’을 내세우며 노동계층을 중도좌파 지지로 돌려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샌델 교수는 그 과정에서 숄츠 총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숄츠 총리는 연정 협상안에도 최저임금 인상 등 좌파 성향 정책들을 다수 포함시켰다.

케빈 쿠너트 사민당 사무총장은 “독일에서 사민당의 선거 승리가 세계적으로 사민주의 부흥의 신호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실제 숄츠 정부가 사민주의 가치를 담은 정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킨다면 향후 유럽 정치 지형 변화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사민당은 25.7%를 얻어 24.1%의 기민·기사당을 겨우 1.6%포인트 앞섰을 뿐이다.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불안한 지지율이다. 시장 자유를 중요시하는 연정 파트너 자유민주당(자민당)과의 정책 조율도 과제다. 유럽 전체를 봐도 극우 정당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독일에서도 지난 2017년 총선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에 힘입어 제3당으로 연방의회에 입성해 동부의 정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폴란드 ‘법과 정의당’, 헝가리 피데스 정당,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프랑스의 국민전선 등도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전에서도 중도우파와 극우파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반면 중도좌파 사회당의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사민당 홈페이지에 “가장 큰 우려는 자유민주주의가 점점 더 압박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포퓰리스트들의 ‘싸구려 슬로건’에 걸리지 않도록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일 사민당의 집권은 유럽 진보 정당에 기회를 주는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전체적으로 사민당 바람이 분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녹색당과는 타협이 가능하겠지만 자민당과의 연정은 깨질 수도 있다”며 불안한 연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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