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새벽배송 경쟁..'관록'의 컬리·'규모'의 SSG·'복병' 오아시스

나건웅 입력 2021. 12. 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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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원, 올해는 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최근 경쟁적으로 상장 절차에 돌입한 3개 업체 행보가 눈에 띈다. 컬리와 쓱닷컴(SSG닷컴) 그리고 오아시스마켓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8월 NH투자증권, 그리고 올해 6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로 낙점했다. 쓱닷컴과 컬리는 올해 10월, 주간사 선정에 나섰다. 쓱닷컴은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컬리는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건을 대표 주간사로 결정했다.

‘새벽배송 국내 상장 1호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누가 차지하게 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새벽배송을 업계 최초로 시작한 ‘컬리’는 차별화된 물류 시스템과 노하우로 주목받는다. 사진은 경기 김포 컬리 물류센터 QPS 시스템. (컬리 제공)
▶컬리 | 세계 최초의 새벽배송

▷신선식품 물류 이해도, 업계 최고

컬리는 2015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매년 2배 이상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9531억원, 거래액은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거래액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평균 주문 13만건으로 새벽배송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컬리의 경쟁력은 오랜 업력에서 나오는 차별화된 물류 시스템과 노하우다. 컬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최초로 새벽배송을 선보인 업체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풀 콜드체인’을 구축한 업체기도 하다.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물류센터에 입고되고부터 분류, 배송에 이르기까지 물류 전 과정에서 상온·냉장·냉동 등 적정 온도를 유지한 채 이동한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새벽배송을 시작한 만큼 신선식품 물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다. 콜드체인 관리뿐 아니라 빅데이터 활용에도 앞서 있다. 주문, 매출, 프로모션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예측 발주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평균 폐기율(2~5%)의 절반 이하 수준인 1%로 폐기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고객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상품과 입점 브랜드를 까다롭게 선별하기로 정평이 난 데다, 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컬리 온리’ 상품 비중도 전체 35%가 넘는다. 2021년 마켓컬리 가입 고객의 재구매율은 71.3%. 월 150만원 이상 주문하는 고객도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

▶쓱닷컴 | 든든한 신세계 뒷배

▷뷰티, 반려 용품…새벽배송 확장

규모 면에서 보자면 쓱닷컴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쓱닷컴 총 거래액은 4조7400억원, 올해 상반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약 2조5800억원으로 호실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물론 쓱닷컴 거래액 전부가 새벽배송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 현재 쓱닷컴 일평균 배송 물량 14만건 중 새벽배송은 2만5000여건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 정도다.

‘새벽배송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쓱닷컴의 경쟁력이다. 상품군이 워낙 다양해 소비자 선택폭이 넓고, 기존 고객이 새벽배송으로 넘어가는 유입 효과도 있다. 쓱닷컴 상품 가짓수(SKU)는 1000만개를 훌쩍 넘는다. 새벽배송 상품군 역시 3만개를 넘어섰다. 기존 신선식품에서 생필품, 뷰티 상품, 반려 용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온 결과다. 특히 지난 7월 처음 시작한 ‘뷰티 새벽배송’은 소비자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입점 두 달 만에 취급 상품 가짓수(600여종)를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쓱닷컴의 뛰어난 상품 소싱 능력 배경에는 신세계그룹이 자리한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모든 상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여성 의류 쇼핑몰 ‘W컨셉’, 또 올해 6월 이마트가 약 3조4000억원에 사들인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너지도 기대된다.

▶ 오아시스마켓 | 유일한 흑자 기업

▷오프라인 매장·직배송으로 차별화

약 4000억원.

오아시스마켓의 올해 추정 거래액이다. 쓱닷컴(5조6000억원)이나 마켓컬리(2조원)와 비교하면 덩치 자체가 작다. 하지만 내실은 그 어떤 기업보다 탄탄하다는 평가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7억원.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69억원 영업손실을 낸 쓱닷컴, 그리고 2018년(-337억원)부터 2020년(-1162억원)까지 3년 연속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는 컬리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흑자 경영에는 이유가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오프라인 매장 50여개를 운영한다.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상품 바이어가 직접 생산자를 발굴해 중간 판매자 없이 직배송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한다.

뛰어난 물류 IT 시스템도 흑자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물류 시스템 ‘오아시스루트’는 다른 새벽배송 업계 관계자들도 인정할 정도로 쉽고 효율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현된 덕분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작업자 누구나 오아시스루트를 활용할 수 있다. 집품(피킹), 포장(패킹), 배송은 물론 입고·보관·진열·포장재 요청 등 물류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실시간 확인하고 컨트롤 가능하다. 덕분에 신규 입사한 물류센터 직원들도 현장에 쉽게 적응한다는 후문. 오아시스마켓 운용 인력이 400여명에 불과하지만 하루 약 2만5000건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다.

남다른 신선식품 소싱 노하우도 경쟁력이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애초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물류·유통 부문을 효율화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상품 소싱과 공급 사업을 진행해온 것이 오아시스마켓의 출발이다. 생협 사업으로 시작된 만큼 ‘좋은 먹거리’를 발굴하고 공급하는 것에 특화돼 있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빅3, 향후 과제는

▷고질적인 영업적자…“몸값 높아”

컬리, 쓱닷컴, 오아시스마켓 모두 IPO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장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영업이익 개선이다. 오아시스마켓을 제외한 다른 새벽배송 업체들은 영업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선식품 재고 관리가 워낙 까다로운 데다 마케팅 출혈 경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 당초 컬리가 미국 상장을 추진했던 이유도 여기 있다. 회계 장부상 적자 상태인 기업이 국내 시장에 상장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현재는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기업은 다른 재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투자자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도 새벽배송 업계에는 악재다. 오프라인 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실적에 비해 3사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쓱닷컴 목표 기업가치는 10조원, 컬리가 4조원, 오아시스마켓이 1조원으로 도합 15조원에 달한다. 향후 배송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영업이익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텐데, 상장까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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