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새 리더 '권봉석'..인화 지우고 'LG답지 않은 LG' 만들까

배준희 2021. 12. 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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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최근 단행된 LG그룹 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물로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꼽힌다. 지주사인 LG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는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는 최측근이 맡는다. LG그룹 2인자 권영수 부회장 뒤를 이어 권봉석 부회장이 그 자리를 맡았다. 두 ‘권씨’의 향후 역할이 주목받는다.

1963년생/ 서울대 산업공학과/ 핀란드 알토대 MBA/ LG전자 웨일즈법인장/ ㈜LG 모니터사업부장/ LG전자 미디어사업부장/ LG전자 HE사업본부장 부사장/ LG전자 CEO 사장/ ㈜LG 대표이사 부회장(현)
▶자타 공인 LG 최고 실세

▷‘LG답지 않은 임원’ 평가

그룹 2인자 자리를 내놓은 권영수 부회장의 역할이 우선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 기업인 SK그룹과 비교하면 SK그룹 2인자로 평가받는 조대식 의장과 박정호 부회장을 합친 것과 비교할 정도로 LG그룹 내 위상이 남다른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LG에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32세에 LG전자 최연소 부장, 45세에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거쳐 50세가 되기 전인 2006년 사장이 됐다. 집안 면면도 화려하다. 부친은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보안사령관을 지냈던 군부의 실세였다. 장인은 1980년대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던 故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이다. 권영수 부회장이 LG에 입사한 과정도 흥미롭다. 권 부회장이 서울대 경영대 4학년 시절, 과외를 하던 고등학생의 부친이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의 임원이었고 그의 추천이 인연이 돼 LG그룹에 입사원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수 부회장을 두고 재계에서는 ‘가장 LG답지 않은 임원’이라는 흥미로운 평가를 내린다. 재계 관계자는 “금수저 집안 출신인 데다 그런 자신감이 밑바탕이 돼 그런지 공격적이고 투쟁심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촌평했다.

이런 평가를 받는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동하게 된 것은 지난 10월 말이다. 이를 두고 한때 의외라는 뒷말이 불거졌다. 10월은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룹 총수를 보좌하는 최측근을 계열사 CEO로 내려 보내는 것도 재계에서는 흔한 인사가 아니다. 당시 중국의 맹추격으로 글로벌 배터리 산업 지형도가 급변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자 구 회장이 최측근인 권영수 부회장을 핵심 계열사 사령탑으로 보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사령탑으로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배터리 산업에서 기술 전략의 새판을 짜고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당장 기술 전략 점검이 시급하다. 기술적 열위라며 얕봤던 중국의 LFP 배터리가 약진하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는 일본이 한발 앞선 형국이다.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다 값싸고 단순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와해적 혁신 기업에 시장을 뺏긴다는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가의 보도로 삼는 ‘전고체 배터리가 곧 게임 체인저’라는 인식이 공급자 중심 관점에 치우친 오판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기술 확산 과정에서 기술적 우월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지배적 상품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뒤안길로 사라진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IPO 과정에서 자본 시장과 잠재적 갈등을 조율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과제다. 대어 IPO로 시총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패시브펀드발 기계적인 매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 증시 수급이 악화 일로를 걷는다는 지적이 들끓는다.

일선 현장 한쪽에서는 권영수 부회장의 계열사 복귀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할 시절 비용 절감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비용 절감을 주문해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가 다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LG화학 시절 기억을 떠올린 선후배들이 적지 않다”고 돌아봤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권봉석, 헤비웨이트 조직 리더

▷혁신 DNA 그룹 확산 역할

권영수 부회장 뒤를 이어 지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게 된 권봉석 부회장은 그룹 내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1963년생인 권봉석 부회장은 1987년 금성사에 입사해 주로 TV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MC상품기획그룹장과 LG 시너지팀장 등을 지내 그룹 내 기획통으로도 불린다. 권봉석 부회장은 2014년 지주사인 LG에서 시너지팀장으로 1년간 근무했는데, 당시 시너지팀 부장이 구광모 회장이다. 이후 2014년 말부터 LG전자의 TV 사업을 책임지는 HE사업본부장을 맡아 올레드 TV를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2019년 말 LG전자 최고경영자로 임명돼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그는 LG전자 대표이사 취임 후 사업 구조 재편에 착수해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에 달하던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7월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켜 주목받았다.

권봉석 부회장의 LG 이동설은 권영수 부회장 계열사 배치 직후 진작부터 제기됐다. 공석이 된 LG COO 자리를 두고 홍범식 사장 등도 물망에 올랐으나 권봉석 부회장이 낙점된 것은 몇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물갈이 수준의 대폭적인 인사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쇄신 인사라는 분석이다. 가령, 1968년생인 홍범식 사장이 COO로 이동한다면 연차별로 상당폭 쇄신 인사가 불가피하다. 권봉석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권영수 부회장(1957년생)보다 6살 어리다. 물갈이 수준에는 못 미쳐도 일정 수준 변화를 꾀했다는 분석이다. 핵심 계열사를 이끌게 된 권영수 부회장과 이미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권봉석 부회장의 전략적 역할은 막중하다. 권 부회장 선임과 함께 LG는 COO 산하에 경영전략부문과 경영지원부문 2개를 신설했다. 이 가운데 핵심적인 전략적 역할을 맡는 조직은 경영전략부문이다. 경영전략부문은 미래 신규 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담당하는 ‘헤비웨이트(Heavyweight)’ 조직의 성격이 짙다. 헤비웨이트 조직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조직 형태로 미래 혁신 전략을 도맡는다. 기존 캐시카우 사업 기반을 흔들지 않으면서, 실험적인 시도와 그에 따른 결과물을 기존 조직에 전파해 조직 속성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헤비웨이트 팀의 목적이다.

가령,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소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한 뒤 기술, 제품 개발 과정을 지켜보다 전략적 확신을 갖고 추가적인 지분 투자 혹은 인수합병(M&A)으로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부회장이 합을 맞춰 모험적인 DNA를 조직 전반에 확산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 내다봤다.

[배준희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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