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침공 땐 보복"..푸틴 "나토 동진 멈춰라"
[경향신문]
미·러, 121분 화상회담 ‘네 탓’
군사적 긴장 입장차만 확인
미, 송유관 차단 방안도 고려
러는 “추가 제재 안 두려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121분 동안 화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해소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두 정상은 언론에 공개된 회담 초반 영상에서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비공개 회담에 들어가자 곧바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병력을 집결시킨 데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계속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미국과 동맹국은 강력한 경제적, 비경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참여해 만든 ‘노르망디 형식 회담’과 ‘민스크 협정’의 준수를 러시아에 촉구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추가 행동을 하기로 결정할 경우 2014년 하지 않았던 일을 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공격받아 발트해 동맹이 미국에 군사적 도움을 요구한다면 미국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유럽과 함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 등 단계적 금융 제재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드스트림2’ 송유관 차단 방안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의 책임을 미국과 나토에 돌리면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1990년 독일 통일에 동의하면 나토 영향력을 통일 독일의 경계선 밖 동쪽으로는 확장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나토가 깼다고 여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회담에서 나토가 러시아 쪽으로의 확장을 중단하고, 러시아가 인접 국가들에 공격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보장받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확답하지 않았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회담 뒤 미국의 추가 경제 제재 경고에 대해 “제재는 러시아에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중요성을 폄하했다. 그는 “양국 모두 정상회담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양국 정상이 마주 앉은 것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러 정상은 각자가 요구하는 최대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상대방의 패를 탐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실무팀을 꾸려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후속 조치를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미·러 모두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대치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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