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의 독일 어디로..중·러 외교 강드라이브 시험대

박용하·박하얀 기자 입력 2021. 12. 8. 21: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중 올림픽 보이콧·우크라 사태 대응에 연정 3당 온도차 변수
사민당, 포퓰리즘 득세한 유럽서 좌파 정책 성공 여부 주목도

사민당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운데)와 자민당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왼쪽), 녹색당인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변화장관이 연립정부 출범식이 열린 7일(현지시간) 임명장을 들고 있다. 베를린 | AP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독일 연방 9대 총리로서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사회민주당(SPD·사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자민당)으로 구성된 3당 연립정부(연정)도 본격 가동되며 독일 사회 변화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중·러에 강경해지나

국제사회에선 새 내각의 외교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메르켈 정부가 차기 정부에 넘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문제는 당면 과제가 됐다. 숄츠 내각은 지난 연정 합의문에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와 홍콩, 대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중국에 쓴소리했다. 친중이란 평가를 받은 메르켈 내각과 달리 중국에 대한 기조가 강경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러시아에 대한 공세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메르켈 전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독일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연결을 지지하는 등 실리와 균형에 중점을 뒀다. 반면 이번 연정에서 외교 분야를 맡은 녹색당은 인권과 가치에 따른 외교를 중시한다.

다만 이번 연정이 전례 없는 3당 연합이란 점은 변수다. 사민당은 러시아 문제에 있어 녹색당보다 온건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외교 방향에 있어 숄츠 총리와 아날레나 베르보크 외무장관 간의 주도권 싸움을 예상하고 있다. 외교에 있어 총리의 목소리가 강한 독일에서 녹색당이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것이다. 유럽 외교위원회의 자나 푸글리에린 수석정책펠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메르켈은 모든 대형 외교정책 포트폴리오를 직접 처리했다”며 “베르보크는 외무부에 그 권한을 되돌리려 노력할 테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좌파 부활’시킬까

숄츠 총리의 사민당 정권은 극우·극좌 포퓰리스트 정권이 득세하는 유럽에서 중도좌파의 부활이란 과제도 떠안게 됐다. 독일에서 사민당의 집권은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 이후 16년 만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 중에서 현재 사민당이 집권한 곳은 스페인,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9개국이다.

숄츠 총리는 분배를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자로 시장 효율성을 강조해온 메르켈 전 총리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는 선거 기간에도 ‘노동자 존중’을 내세우며 노동계층을 끌어안으려 노력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 과정에서 숄츠 총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숄츠 총리는 연정 협상안에도 최저임금 인상 등 좌파 성향 정책들을 다수 포함시켰다. 숄츠 정부가 사민주의 정책을 안착시킨다면 향후 유럽 정치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사민당은 중도우파인 기민·기사당을 겨우 1.6%포인트로 눌렀을 뿐이다. 시장 자유를 중요시하는 연정 파트너 자민당과의 정책 조율도 과제다. 유럽 전체를 봐도 극우 정당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사민당 홈페이지에 “가장 큰 우려는 자유민주주의가 점점 더 압박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포퓰리스트들의 ‘싸구려 슬로건’에 걸리지 않도록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일 사민당 집권이 유럽 진보 정당에 긍정적 신호인 것은 사실이나 유럽에 사민당 바람이 분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 말했다. 이어 “녹색당과는 타협이 가능하겠지만 자민당과의 연정은 깨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하·박하얀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