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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골프 황제'의 귀환을 기다리는 이유

최현태 입력 2021. 12. 0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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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미국 필라델피아 메리언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0회 US오픈 최종라운드 18번 홀(파4·458야드). 키 170㎝, 67㎏으로 체격도 왜소한 데다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압박붕대를 칭칭 감은 선수는 심지어 다리까지 절뚝거리며 두 번째 샷을 준비했다.

호건은 이듬해에도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1953년에는 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등 3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해 현대 스포츠에서 가장 극적으로 재기한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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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사고' 우즈, 불굴의 의지로 재기 도전.. 사람들에게 용기 줘

1950년 6월 미국 필라델피아 메리언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0회 US오픈 최종라운드 18번 홀(파4·458야드). 키 170㎝, 67㎏으로 체격도 왜소한 데다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압박붕대를 칭칭 감은 선수는 심지어 다리까지 절뚝거리며 두 번째 샷을 준비했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무려 약 200야드. 먼저 경기를 마친 다른 두 선수와 동타이기에 반드시 파를 지켜야 우승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투온이 쉽지 않아 보였다. 이때 그는 놀랍게도 우드 대신 가장 치기 힘들다는 1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힘차게 휘두른 샷은 핀 15m 거리에 떨어졌고, 가장 어려운 이 홀을 2퍼트 파로 막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현대 골프스윙의 교과서’로 불리는 벤 호건이다.

그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회 1년 4개월 전 트럭과 정면 충돌하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골반, 갈비, 쇄골, 발목뼈 등 온몸의 뼈가 모두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평생 불구의 몸이 될 것이라며 스포츠선수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호건은 불굴의 의지로 기나긴 재활을 거쳐 성공적으로 필드에 복귀했다. 호건은 이듬해에도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1953년에는 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등 3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해 현대 스포츠에서 가장 극적으로 재기한 사례로 꼽힌다. 9살 때 가난을 못 이긴 부친이 호건 앞에서 권총 자살한 불우한 환경과 큰 부상을 모두 물리친 그는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 9승 포함 통산 64승을 달성해 이제 ‘전설’로 남았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미국골프기자협회(GWAA)는 이런 호건의 투지를 기려 매년 남녀 골프 선수 중 부상 등을 이겨내고 재기한 선수에게 ‘벤 호건 재기상’을 수여한다. 2019년 이 상을 받은 선수가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다. 그는 4차례나 허리수술을 받으며 2017년에는 걷기조차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2018년 페덱스컵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투어에서 통산 80승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9년 4월에는 14년 만에 마스터스까지 제패하는 등 82승을 쌓아 PGA 투어 최다승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하지만 우즈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월 자동차 전복사고로 정강이뼈와 발목뼈가 모두 으스러지고 말았다. 우즈가 최근 인터뷰에서 “오른쪽 다리 절단을 고려했다”고 털어 놓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더 이상 필드에서 우즈를 보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그런 우즈가 최근 연습 스윙 장면을 잇달아 공개하자 골프계는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르면 오는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가족 골프 대회 PNC 챔피언십에 아들 찰리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즈는 고통스러운 재활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특수부대 출신인 아버지에게서 배운 교훈을 따라 아무리 긴 고통도 하나씩 잘라서 견뎠다고 우즈는 소개했다. 9개월은 지옥이지만 두세 시간 견디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우즈는 예전처럼 정상에 서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재활과 훈련을 충실히 한다면 다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좌절에 빠진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많은 이들이 ‘황제의 복귀’를 기다리는 이유다. 그가 재기에 성공해 최초로 두 번째 벤 호건상을 받는 모습을 그려본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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