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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환자의 지방은 코로나에 노출된 아킬레스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12. 09. 09:00 수정 2021. 12. 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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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코로나 바이러스 지방세포에도 감염, 사이토카인 염증 유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방 조직에도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환자의 코로나 사망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Xcenda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방 조직을 집중 공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 중에 코로나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많은 것도 지방이 코로나의 집중 공략지이기 때문이라고 해석됐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방세포와 체지방 속의 면역세포에 동시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방 면역세포에 감염, 염증 유발

코로나 대유행 동안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이 코로나 중증으로 발전하고 사망할 위험이 훨씬 높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코로나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비만 자체도 코로나 공격에 취약한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스탠퍼드 의대의 케서린 블리시 교수 연구진은 독일과 스위스 과학자들과 함께 비만수술 환자에서 얻는 지방 조직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지방세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염증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반면 병원체를 잡아먹는 지방 대식세포는 감염 후 강력한 염증 반응을 보였다. 나중에 지방세포가 될 지방 전구세포는 자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면서 염증반응을 도왔다.

연구진은 코로나로 사망한 유럽 환자에서 지방 조직을 채취해 조사했다. 역시 다양한 장기 근처에 있는 지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번 결과는 지난 10월 의학 논문 사전출판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공개됐다. 국제 학술지에 정식으로 제출되지 않아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심사를 받지는 않았다.

2020년 3월 미국 내 코로나 입원 환자의 기저질환 비교. 65세 이상은 고혈압이 가장 많았지만 가장 젊은 연령대인 18~49세는 비만이 가장 많았다.

◇장기 손상 주는 사이토카인 폭풍도

지방은 그동안 에너지 저장 역할만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지방조직이 호르몬과 면역 단백질도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방은 낮은 단계의 염증반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염증은 인체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면역반응이지만 너무 과도하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

코로나 감염자 중에서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와 같은 ‘사이토카인 폭풍’은 장기에 치명적인 염증을 유발한다. 블리시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방 조직에 감염되면 코로나 중증 환자의 혈액에서 나타나는 감염성 사이토카인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조직이 병원체의 공략 대상이라는 사실은 이전에도 확인됐다. 체지방은 에이즈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곳으로 알려졌다. 예일 의대의 비슈와 딥 디시트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어쩌면 지방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면역 방어 반응을 피하려고 활용하는 인체의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을 인체 침투와 증식 장소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만인 사람은 지방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아 코로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인은 42%가 과체중이다. 특히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 아메리카 원주민이 유럽계나 아시아계 미국인보다 비만 비율이 높다. 실제로 이들은 코로나 사망률이 유럽계 백인의 거의 두 배나 됐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방이 코로나 치료의 새로운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를 쓸 때 환자의 체중과 지방 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리시 교수는 지방 조직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피로 증상이 몇 달씩 지속되는 장기 코로나도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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