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버틴 힘은 자유 축소한 '국민 희생'.. 文정부의 정치방역 신뢰잃어

기자 입력 2021. 12. 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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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환규의 Deep Read - 위드 코로나와 실패한 방역

사망률 낮은건 K-방역 아닌 국민의 거리두기 준수·이타심 발휘 덕분… 정부는 전담시설 등 진료시스템 구축 외면

위중증·사망자 증가 속 시행한 위드 코로나는 대선 겨냥한 정치적 계산… 이젠 바이러스 순해지기만 기대해야할 판

코로나19가 지구촌을 휩쓴 지 2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500만 명이 넘었다. 12월 6일 기준으로 한국은 인구 약 5100만 명 중 3893명이 사망해 221개 국가 중 168위라는 비교적 낮은 ‘상대적 국민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방역’ 덕분이 아닌, 생존을 위해 자유를 축소한 ‘국민의 희생’ 덕분이다. 지금 우리는 그 한계점에 와 있다.

◇상대적 국민 사망률

사망자 1위 국가는 3000만 명 인구에 20만 명이 넘게 사망한 페루다. 한국 기준 페루의 상대적 국민 사망률은 80이고 미국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는 25∼30이다. 이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사망한 확률이 페루 국민은 우리의 80배, 미국이나 서유럽 국민은 25∼30배 높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초기 실험적 개방정책을 실시했던 스웨덴이 20,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4∼7로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감한 일본도 인구 대비 누적 사망자는 우리의 2배에 이른다. 국민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8분의 1에 불과한 뉴질랜드 같은 나라도 있지만 현재까지 사망자 수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서구 국가에 비해 성공적인 방역을 펼친 듯 보인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낮은 사망률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정부가 홍보하는 우수한 K-방역 정책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감염 사태 초기에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당시 감염원이었던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을 차단하지 않고 감염 경로를 열어 놓는 어이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고 모든 국가가 백신 확보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급할 것 없다”며 여유를 부리다가 백신의 조기 확보 기회를 놓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 K-방역이다.

◇K-방역과 국민의 희생

정부는 또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마다 소비쿠폰을 발행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추겼다. 이번 ‘위드 코로나’ 선언 후에도 정부는 예외 없이 여행쿠폰 등 2500억 원 규모의 소비쿠폰을 발행했다. 정치방역의 사례들이다.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인 코로나 환자 전담 의료시설 마련도 민간에 떠넘기고 환자가 늘어날 때마다 민간 의료기관에 병상을 내놓으라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한 것이 K-방역이다. 민주노총의 집단시위는 막지 않고 보수시민단체의 집단시위만 ‘재인산성’을 쌓으며 막는 선택적 방역을 해옴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이 K-방역의 실체다.

그렇다면 이런 K-방역 수준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낮은 ‘국민 사망률’을 기록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이유 한 가지를 꼽자면 ‘국민의 희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한민국 국민만큼 인내심을 갖고 오랜 기간 실천한 국가는 몇 되지 않는다. 서구 국가의 상대적 국민 사망률이 높은 데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는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일찌감치 마스크를 벗어 던진 그들과 달리 우리는 성실하게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의 즐거움을 우리는 그들보다 더 긴 시간 포기했고, 우리 의료진은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진료에 쏟았으며, 우리 자영업자들은 그들보다 더 큰 희생을 감수했다.

서구 국가의 국민이 백신을 거부할 자유를 주장하며 거리시위를 벌일 때, 우리 국민은 불안을 감수하며 백신을 맞았다. 거기엔 나의 자유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이타심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낮은 국민 사망률’은 철저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한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밑바닥 보인 문 정부 방역

그런데 국민은 언제까지 희생을 지속할 수 있을까. 지난달 발표한 ‘단계별 일상 회복’이라는 이름의 ‘위드 코로나’ 선언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 정서가 더 이상 희생과 인내를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전격적으로 시행된 정책이다. 누적된 국민의 불만으로 인해 대선에서 ‘표’를 놓칠 수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11월 1일은 하루 사망자가 12명으로 4개월 전인 7월의 하루 2명에 비해 일일 코로나 사망자 수가 6배로 급등했던 시점이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후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일일 사망자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해 하루 50여 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위드 코로나는 어느 정도 확진자와 사망자의 증가를 감수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런데 막상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혼란이 벌어진 이유는 감수할 수 있는 한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예측과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 전문가 집단은 꾸준히 정부가 코로나19 전담시설의 확충에 나서줄 것을 촉구해왔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독감처럼 1차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진료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동네 병·의원이 신속진단키트로 진단하고, 전원 대상을 가려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외면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전담시설을 확대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겼으며 여전히 상급병원 중심의 대응책을 고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급병원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코로나19 이외 타 질환으로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진료가 소홀해지면서 2차 피해가 양산되는 상황이다.

◇자유를 향한 희망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의 외침처럼 자유를 향한 인간의 본성은 끝내는 생존의 욕구마저 넘어서게 된다. 지금 우리는 그 한계점에 와 있고, 정부의 현명한 방역 대책만이 자유를 향한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그러나 방역을 정치수단으로 사용하는 현 정부에서는 기대난망이다. 확연히 바뀐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마스크 잘 쓰고 숨을 참으며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한 가지 희망이 있는데 그것은 아직 정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채 주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낮은 독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그것은 코로나19가 비로소 계절 독감으로 이행된다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정부보다 변이 바이러스를 믿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하트웰의원 원장, 전 대한의사협회장

■ 세줄 요약

한국의 상대적 국민 사망률 : 한국은 12월 6일까지 코로나19로 인구 5100만 명 중 3893명이 사망함. 221개 국가 중 168위라는 비교적 낮은 ‘상대적 국민 사망률’임. 문재인 정부의 K-방역과 정치방역 때문이 아님.

K-방역과 국민의 희생 : 문 정부는 감염 초기 대응 실패, 백신 조기 확보 실패, 모든 진료 책임의 민간 전가 등으로 국민 신뢰를 잃음. 한국의 낮은 국민 사망률은 생존을 위해 자유를 축소한 ‘국민의 희생’ 덕분임.

밑바닥 보인 문 정부 방역 : ‘위드 코로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격 시행된 정치방역임. 하지만 일일 사망자 수 급증으로 위기에 처함. 자유의 숨통을 틔워주는 현명한 방역 대책은 현 정부에서는 기대난망임.

■ 용어 설명

‘상대적 국민 사망률’이란 코로나19로 인한 인구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국가별로 비교한 것. 한국은 개인의 자유를 축소하는 국민의 희생 덕에 비교적 낮은 상대적 국민 사망률을 보이고 있음.

‘K-방역’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일컫는 조어. 하지만 방역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과 정치방역, 국민 희생 방역 등이 전 세계의 추세와 역행한다는 비판이 높게 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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