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미증유의 팬데믹, 과학으로 극복해야

김봉수 입력 2021. 12. 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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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중세 유럽 시절, 공포에 떨고 있던 사회에 던져진 이 한마디의 루머는 수백만 명의 학살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 국내에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은 어떤가? 17세기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달된 첨단 의학·과학, 고도로 정비된 사회 위생·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췄지만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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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태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중세 유럽 시절, 공포에 떨고 있던 사회에 던져진 이 한마디의 루머는 수백만 명의 학살로 이어졌다. 흑사병은 13~14세기 유럽에서 시작돼 17세기까지 100회 이상 대유행하면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았다. 인류는 당시 현대보다 과학과 의술이 훨씬 미약했고 바이러스의 존재도 몰랐다. 당시 사회 지도자들은 신이 내린 형벌이라며 성직자나 고위 귀족들이 자학하는 의식을 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혀낸 희대의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마저 "두꺼비의 구토물을 바르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17세기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된 것은 농업생산 증대에 따른 영양 상태 개선과 함께 깨끗한 위생 상태 등 전염병에 대처하는 인류의 인지력이 개선됐기 때문이었다. 위생과 면역이라는 개념이 정착됐고, 식초가 살균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등 의학·과학도 발달했다. 공포가 아닌 ‘과학’이 팬데믹을 극복한 것이다.

지난해 1월 국내에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은 어떤가? 17세기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달된 첨단 의학·과학, 고도로 정비된 사회 위생·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췄지만 고전하고 있다. 이달 1일 현재 약 2억6200만명이 감염돼 약 520만명이 숨졌다. 과학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12월8일 세계에서 첫 접종자가 나왔던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이 대표적 사례다. 팬데믹 시작 후 1년도 채 안 된 시기였지만 화학·의학·생물학 등 기초 과학들뿐만 아니라 컴퓨팅 등 첨단 학문들이 융복합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개발될 수 있었다. 예전엔 몇 만 개쯤 되는 후보 약물을 놓고 일일이 시험 과정을 거쳐 임상에 돌입하느라 수년이 소요됐다면, 요즘은 컴퓨팅을 통해 단 며칠이면 효과적 약물을 골라내 곧바로 무해성 여부를 검증하는 동물 실험을 시작한다. 특히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인체에 주입돼 면역체계에 사전에 특정 바이러스·질병의 항체로 설계된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로봇’ 개념을 도입하는 등 인류가 만들어낸 첨단 과학기술의 총아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입수한 후 한 달도 채 안 돼 1차 임상시험용 백신을 제작했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개발이 가능하다.

장애물들은 오히려 ‘인간’ 그 자체에 있다. 백신 불신론 등 온갖 루머와 공포의 확산이 과학적 방역을 방해한다. 물론 백신 부작용으로 숨지거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진상 규명·보상은 더욱 더 철저를 기해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공포감 조성은 백해무익하다. 젊다고 안 걸린다고? 확률은 적지만 백신 접종 없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돌파 감염? 어떤 백신이든 일정 정도는 불가피하며 중증 악화를 막기 위해선 접종이 필수다. 10대 접종, 추가접종(부스터샷)도 통계·임상 결과 위험성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청와대 게시판에 개인들이 올린 ‘호소문’이 날마다 생중계된다. 진상 규명과 보상 등 피해자들을 품되 과도한 혼란 부추기기는 지양해야 한다. 대선 정국과 맞물린 ‘정치화’도 심각하다. 지나친 자화자찬은 금물이며, 중증 병상 확충 실패 등은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다 무너졌다’는 식의 과도한 정치적 공세는 일선 방역·의료인들의 사기를 꺾고 불신만 고조시켜 피해를 키울 뿐이다. 전염병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공포감 자극이 아니라 과학을 신뢰하는 것 뿐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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