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받아낸 2024억원 그후 14년.. "서로 물어뜯는 중"

김동이 입력 2021. 12. 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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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원유유출사고 14년] 허베이조합 파행 운영에 결국 해수부 관리감독권 발동

[김동이 기자]

▲ 허베이조합 규탄대회 연 태안유류피해민들 태안유류피해민들이 지난 7일 대전지검 서산지청 앞에서 허베이조합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신문웅 제공
 

"2007년 기름사고가 터졌을 때도 지금보다 갈등이 크지는 않았다. 그때는 가해 기업인 삼성과 싸우기 위해 피해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단합해 최소한 피해민들끼리의 갈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기름사고 14년이 지난 지금은 피해민들끼리 삼성이 내놓은 지역발전기금을 두고 서로 물어뜯는 형국이다. 걱정된다. 더 큰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충남 태안반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만리포해수욕장 해상에서 일어난 태안원유유출사고가 지난 7일로 만 14년이 됐다. 태안군민들은 완전히 검은 악몽에서 깨어났을까.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만리포해수욕장에는 1만2547kl의 검은 원유덩어리가 밀려들었다. 일순간 만리포해변은 검은색 원유로 뒤덮였다.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이 냄새는 바람을 타고 태안반도를 뒤덮었다. 순식간에 생계 터전을 잃어버린 어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바닷가로 향했다.

하지만 바다는 손쓸 겨를도 없이 두꺼운 원유층에 뒤덮였다. 머리가 지끈 아파왔지만 주민들은 양동이를 손에 들고 원유덩어리를 퍼냈다. 퍼내도 퍼내도 시커먼 원유덩어리는 계속 밀려왔다. 태안군민들은 자포자기했다. 바로 그 때 한줄기 희망이 밀려왔다. 검은 재앙이 덮친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태안반도로 달려온 123만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자원봉사자와 태안군민들의 자구 노력으로 태안 앞바다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17년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태안을 방문, '서해안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이로써 원유덩어리로 뒤덮였던 태안 앞바다가 '생명의 바다'로 되살아났음을, 그리고 태안이 '세계 자원봉사 성지'임을 알릴 수 있었다. 또 태안이 '절망'의 블랙 이미지에서 '희망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듯 보였다.

사회적 합의기금이 유류피해민들의 갈등 씨앗으로… 제3의 공동체붕괴 위기

2018년 11월 태안원유유출사고의 가해기업인 삼성중공업은 사회적 합의기금으로 '삼성지역발전기금' 2024억 원을 내놓았다. 이후 2024억은 갈등의 씨앗으로 자라나 자칫 제3의 공동체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기름유출사고 중심지 태안은 원유유출사고 직후 막막한 생계를 비관하며 생을 달리는 하는 피해민이 생길 정도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공동체가 붕괴됐다. 이후 피해배보상 과정에서 같은 어업형태임에도 피해배보상금이 달라 피해민간 갈등이 싹트면서 제2의 공동체붕괴를 겪었다. 

이후 원유유출사고 이후 유류피해민연합회를 이끌어왔던 태안군·서산시·당진시·서천군 연합회의 회장과 사무국장이 주축이 돼 2024억원 지역발전기금을 위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들이 지부장과 상무, 상임이사 등 주요직책을 꿰찼다. 이들은 이면 '설립협약서'를 만들어 공증을 받은 뒤 절대적인 기득권을 갖고 허베이조합을 좌지우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허베이조합은 어떻게 운영됐을까. 일례로 허베이조합은 2019년 55억 1730만 원을 지출하면서 이사와 감사 등의 임금 등으로 12억 7821만 원을 지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사업 및 장학사업비로는 단지 2867만원(제4기 지출액의 0.52%)만을 지출했다.

2020년에는 29억 5989만원을 지출하면서 이사 등의 임금 및 퇴직연금가입비 등으로 13억 1649만원을 사용했고 목적사업비로는 단지 400만 원(0.14%)를 사용했다. 상당수가 이사 등의 임금 등에 쓰인 셈이다. 

최근에는 국응복 조합 이사장 탄핵까지 겹쳤다. 이들은 국응복 이사장을 탄핵하고 반발하는 조합 대의원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국 이사장의 편에서 일을 도와줬던 직원들은 인사조치 했다. 

급기야 수협조합장들을 비롯해 당시 대정부, 대삼성 투쟁을 이끌다 2선으로 물러난 태안군내 유류피해단체장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삼성지역발전기금 태안배분금찾기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대책위는 첫 번째로 현행 허베이조합 임원과 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을 위한 공익소송비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이미 변호사를 선임해 공익소송을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노는 허베이조합의 정관을 인가해 준 유일한 상위 관리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로 향했다. 주민들은 지난 11월 23일에는 직접 해양수산부로 향했는데 이날 항의방문엔 대책위원들 말고도 중심피해지역인 소원면 유류피해민도 함께했다.

해수부 앞에 선 유류피해민들은 "삼성지역발전기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허베이조합 설립인가를 즉시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허베이조합에 대한 특별감사도 촉구했다.

이날 해수부를 찾은 유류피해민 대표 4명은 해양수산부장관을 대신해 해수부 김준석 수산정책실장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수산정책실장은 "해수부가 갖고 있는 법과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관리감독권 발동한 해양수산부… 파행 '허베이조합' 실체 밝혀질까

그동안 꿈쩍 않던 해양수산부가 이제야 나서기 시작했다. 해수부는 지난달 말 허베이조합측에 '허베이조합 운영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기자가 입수한 자료 요구 목록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허베이조합이 설립등기를 한 이후부터 올해까지 연도별 예산집행 실적을 사업명과 예산액, 집행액, 계약방법, 업체명 등 사업계획서에 있는 모든 사업에 대해 허베이조합 본부와 4개 지부별로 각각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해수부는 또한 ▲연도별 결산보고서 ▲본부-지부 채용현황 ▲본부-지부 임직원 인건비 집행현황 ▲사업선정위원회 운영실적 ▲감사운영 현황 ▲변호사 등 전문가 선임 현황 ▲본부-지부 대의원회 개최 현황 ▲지부별 대의원 현황 ▲이사회 구성현황을 비롯해 논란이 일고 있는 ▲허베이조합 설립협약서 체결 사유도 요구했다. 

특히, '조합원 가입대상자 중 조합원 모집공고일로부터 2년 이내에 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한 자는 조합원 가입대상자의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한 허베이조합 정관 제9조 4항과 관련해 신설한 배경과 함께 허베이조합의 제규정 개정내용도 밝히라고 요청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허베이조합이 이사회를 통해 편의대로 개정한 제규정의 모순점도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베이조합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규정의 제정과 변경 및 폐지'(정관 제45조 4항)를 의결할 수 있다. 

해수부는 또 그동안 의혹이 제기됐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서천지부 종합사회복지관 입찰공고 및 사업자선정 현황에 대해 예정가격과 입찰가, 계약방법, 계약자 등의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요청해 '종합사회복지관'을 둘러싼 의혹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또한 서산지부의 'ㄱ어촌계 양식장 임대 바지락 종패사업'과 관련해서도 "일주일만에 다시 채취해 판매한 사유"를 제출토록 했으며, 바지락 및 건조기 예정가격 책정 근거 및 업체선정 현황도 따져볼 예정이다.
  
이밖에도 감사 회의비 8회분 회수 사유도 회의일자, 장소, 회의내용, 참석자에 수당 및 경비현황까지 들여다본다. 현재 허베이조합 4명의 감사들은 수회에 걸쳐 자체회의를 하고 회당 30만원에 이르는 회의수당을 챙겼다가 논란이 일자 반납한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이사장 해임 이후 이사장 직무대행이 조합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사유와 함께 ▲임기만료 임원 6인(9개월) 인건비 지급 여부 및 사유, 그리고 계약서 없이 구두동의만 한 것으로 알려진 아무개 회계사에 대한 비용지급 현황도 자문내용과 지급근거, 지급액, 지급최종 결재자까지 꼼꼼하게 따져볼 예정이다.

해수부 김준석 수산정책실장은 유류피해민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수부가 갖고 있는 법과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겠다"면서 "감사 후 잘못된 게 있으면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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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유출사고 14주기 맞아 허베이조합 규탄대회 연 유류피해민들

소원면관광협의회와 태안서부선주연합회, 소원면어촌계협의회, 소원면나잠협의회는 삼성지역발전기금태안배분금찾기대책위원회, 허베이사회적협동조조합해체투쟁위원회, 그리고 유류피해민들과 함께 태안원유유출사고 14주기를 맞은 지난 7일 태안읍에 위치한 허베이조합 태안지부 앞에서 '희생자 합동추모제'와 함께 허베이조합 태안지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주최측은 당초 해수부의 강력한 감사를 압박하기 위해 세종시 해수부 앞에서 14주기 추모제를 계획했지만 실효성과 상징성을 감안해 허베이조합 태안지부로 장소를 옮겨 규탄대회로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태안지부 앞 규탄대회 이후 유류피해민들은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으로 자리를 옮겨 허베이조합 임·직원과 대의원들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허베이조합 임·직원들에 대한 불법적인 배임 등에 대한 고소장을 사법기관에 제출했다.

주최측은 언론사에 보낸 취재요청서에서 "2007년 12월 7일 만리포 앞바다에서 사상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 후 피해민들의 희생과 피와 눈물로 조성된 삼성지역발전기금으로 설립되었으나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현실을 개탄하며 14주기를 맞아 극복 과정에서 산화하신 4명의 영령들의 합동 추모제를 드리고, 허베이조합의 불·탈법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며 사법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피해민들의 의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추진배경을 밝혔다.

주최측은 이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정관, 법률을 위반 한 채 불, 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사법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엄벌을 통해 '삼성지역발전기금 태안배분금'이 투명하고 정당하게 태안군민들 위해 쓰여 질 수 있도록 사법기관은 관련법에 의거 철저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통해 하루속히 태안군민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사법기관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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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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