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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쓰러지나 보자"..쿠팡-배민, 러시안룰렛 게임 돌입

백봉삼 기자 입력 2021. 12. 09. 13:16 수정 2021. 12. 0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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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자의 e知톡] 단건배달, 소비자-음식점-배달대행-배달앱 모두 피해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음식 배달주문앱 배달의민족과 쿠팡의 단건배달 경쟁이 과열 양상입니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단건배달 경쟁으로 시장이 일순간 ‘아사리판’ 났다는 말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배달기사(라이더) 문제로 힘든 상황인데, 두 회사 때문에 라이더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식어빠진 배달음식을 받던 소비자들은 단건 배달 서비스로 따뜻한 음식을 받게 돼 만족감을 보이지만, 지금 같은 경쟁이 계속될 경우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라이더 확보와 단건배달 음식점 유치에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이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져 라이더를 제외한 ‘음식점’, ‘소비자’, ‘배달대행’, ‘배달앱’이 떠안게 된다는 우려입니다.

그렇다고 누구도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수 없는 경쟁에 돌입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 이 싸움을 중단할지 의문입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쿠팡이 쏘아올린 ‘단건배달’...1위 배민도 ‘초긴장’

국내 배달앱 시장은 연 결제 규모가 20조원을 넘을 만큼 급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로 주문음식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서비스가 대중화 되면서 집에서 간편히 시켜먹는 식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아서입니다.

배달의민족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요기요가 멀찍이서 2위 자리를 꿰찼을 무렵 쿠팡이 참전하면서 경쟁구도가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쿠팡이 막대한 물류 투자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듯, 배달앱 시장에도 유사한 전략을 펴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사용자 수를 110만 명 늘리며 배달 업종 내 점유율을 27%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1월 364만 명에 불과했던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지난달 656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반면 지난 1월 약 1천772만이었던 배달의민족 MAU는 8월 2천147만 명을 정점을 찍은 뒤 9월 2천75만, 10월 2천70만, 11월 2천21만으로 감소했습니다. 요기요는 8월 838만, 9월 787만, 10월 776만, 11월 800만을 기록해 머지않아 쿠팡이츠에 2위 자리를 내줄 상황입니다.

쿠팡이츠

쿠팡이츠는 라이더와 음식 가맹점들에게 프로모션 혜택을, 이용자들에게는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점유율을 차츰 높여왔습니다. 그리고 기존 배달앱들이 합배송을 하면서 배달시간을 지연시키자 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단건배달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 강력한 무기가 됐습니다. 음식의 로켓배달을 꾀한 것입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배달의민족도 지난 6월 ‘배민1’이라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쿠팡의 성장을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민1을 알리기 위한 광고와 마케팅에 적지 않은 금액을 썼고, 연말 할인쿠폰을 쏘며 이용자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라이더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며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라이더 확보 경쟁에 나섰습니다. 단건배달 주문은 늘었는데, 라이더가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양사는 단건배달 시장을 확실히 점유해 후발 주자를 크게 따돌린다는 전략인데, 두 회사의 자존심 대결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 쿠팡 단건배달이 가져온 배달앱 시장 ‘나비효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쿠팡이츠가 내세운 단건배달은 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한 배달의민족의 참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두 회사는 라이더와 가맹 음식점 확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쓰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등 배달대행 플랫폼에 소속돼 있던 라이더들이 더 큰 수익을 바라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배달대행 플랫폼들도 라이더를 붙잡기 위해 배달료 인상 카드를 꺼냈습니다. 그렇게 높아진 배달료 중 일부는 음식점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높아진 음식값과 배달료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수순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단건배달 1건 수행에 투입되는 비용은 약 2만원(인센티브 포함)입니다. 이 중 약 1만4천원 정도를 배달앱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단건배달 이용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추가 부담은 크지 않은 상태입니다.

배민1 단건배달

그런데 만약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단건배달 선점을 위해 부담했던 마케팅 비용을 낮추거나 없앨 경우 1만원이 넘는 배달비 폭탄은 음식점주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습니다. 단건배달에 필요한 추가 비용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 사이 라이더들의 수입만 커질 뿐, 배달앱 회사도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음식점주들도 주문량은 늘었는데 나가는 돈이 커져 노동력 대비 이익이 점점 작아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외출하기 힘들어진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을 주고 배달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배달대행사들 역시 콜 수는 크게 늘었지만 회사 몫으로 챙기는 수수료가 워낙 낮고, 라이더 지키기에 출혈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추가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겉으로 힘들다 말하고 다니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다른 사업에 진출하고 기업소개 때 늘어난 배달 콜 수, 커진 배달앱 시장만을 앞세우는 이유입니다.

■ 단건배달 중단하거나 라이더 늘리거나...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

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단건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시장 선점을 위한 출혈경쟁 강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떤 수단으로든 라이더 수를 확 늘려 높아진 몸값(배달료)을 내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시장을 빼앗으려는 쿠팡이츠와, 지키려는 배달의민족이 경쟁을 멈출리 없을뿐더러 이미 시장에 내놓은 서비스를 두 회사가 합심해 돌연 내려놓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달음식 주문 수요를 라이더가 따라 잡기에도 역부족입니다.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이고, 사고 위험이 크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 아무리 고용보험을 의무화하고 보험 가입을 지원하더라도 라이더에 세워져 있는 진입장벽 때문입니다. 또 반대로 고용보험 혜택을 안 받아도 좋으니 세금을 덜 내는 근무 형태를 선호하는 라이더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라이더를 인센티브로 독려해 1인당 배달 물량을 늘리는 전략도 펴는데, 이는 라이더들을 과속하게 만들어 안전에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 리워드 적용 예시

대안으로 배민 커넥츠와 같은 ‘일반인 배송’이 활성화될 것처럼 보였지만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쏟아지기 쉽고 빠른 배송이 필요한 음식 특성 때문에 배달이 서툰 일반인이 배송했을 때 소비자 불만이 크기 때문입니다. 음식이 식거나 훼손될 경우 책임소지를 더욱 따지기 힘든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온라인 배달플랫폼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수수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수수료 인상이 영세한 입점 업체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진 않는지, 또 인상의 혜택이 배달기사에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정부가 더 꼼꼼히 들여다볼 부분은 배달앱 수수료와, 라이더 수익이 아닌 ‘단건배달 과열 경쟁에 따른 배달료 시한폭탄’ 그리고 ‘라이더 빼앗기 출혈경쟁으로 인한 시장 혼란’일 것입니다.

당장은 단건배달을 시켜 따뜻한 음식을 일반 배달과 크게 다르지 않는 비용으로 소비자들이 먹고 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배달료 인상-음식값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라는 고래 싸움 탓에 그보다 작은 배달대행 플랫폼사와 음식점들까지 등이 터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라이더의 안정적인 고용보장과 복지에만 몰두한 사이, 다른 곳에서 배달업 생태계가 교란되고 망가지고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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