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논란' 노재승 자진사퇴..'윤석열 선대위' 함익병 이어 두번째 인사 실패

박순봉·심진용·유설희·문광호 기자 2021. 12.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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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거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자진사퇴했다. 지난 6일 공식 임명된 뒤 사흘 만이다. 공동선대위원장 내정 뒤 7시간 만에 철회한 피부과 의사 함익병씨에 이어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두번째 인사 실패다. 지난 3일 윤 후보·이준석 대표·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극적인 타결 효과가 연이은 인사실패로 반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씨 거취를 두고 지도부가 갈팡질팡하며 뒤늦은 결정을 내리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났다.

과거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힌 뒤 천장을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씨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저는 오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노씨는 “과거 제 소셜미디어에 남겼던 글에 대한 논란은 해명보다는 인정을, 그리고 사과를 해야했지만 아직 덜 자란 마음의 그릇이 미처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작성 당시 상황과 이유와 관계없이 과거에 제가 작성했던 거친 문장으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한 사람의 유권자의 위치로 돌아가 제가 근거리에서 확인한 윤석열 후보의 진정성을 알리며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씨는 기자들과 만나 “제가 선대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과연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지, 제가 바라던 정권교체 방향과 맞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오직 윤 후보의 당선과 국민의힘의 집권을 위해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의 권고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권고보다는 제 주관이 많이 반영된, 제 판단의 결과”라면서 자진사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퇴 회견은 선대위가 노씨를 설득한 결과물로 당내에서는 경질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의힘은 이날 노씨 자진사퇴를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갔고, 결국 노씨로부터 당 방침에 따르겠다는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노씨 거취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까지는 정면돌파 기류가 강했다.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노씨와 비공개 ‘3자 면담’을 했다. 권 총장은 노씨가 전날 KBS에 출연해 사전녹화한 정강정책 연설 방송이 오후에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설 방송 이후에 여론 추이를 보고 노씨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윤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했던 발언들을 싹 구글링(구글 검색)해서 본다고 하니 좀 있어 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불과 약 2시간 만에 노씨 방송을 취소했고, 선대위 지도부도 경질로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 직속 조직인 총괄상황본부가 내부 회의를 통해 ‘노 위원장이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내가 보기에는 당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결심할 것 같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금 지켜보라”고 말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 권 사무총장 등이 노씨를 만나 자진사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가 경질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노씨 발언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여론의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논란을 주말까지 끌고 갈 경우 윤 후보의 지지율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노씨는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후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발언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첫 논란은 노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동영상과 함께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이라고 지난 5월 적은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 발언까지는 당 지도부에서도 덮고 갈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이후 지난 7월에는 “검정고시 치룬 걸 자랑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단계를 밟아간 사람들을 모욕할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맺힌 게 많다” 등의 표현을 적은 것이 차례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다”라고 적은 것이 알려졌다. 지난 9월 적은 글에선 코로나19 뉴스를 공유하며 “우매한 국민들은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종용하고 감시한다”고 적었고, 지난해 5월에 재난지원금을 “개밥”에 비유한 글도 논란이 됐다. .

선대위 결정이 늦어진 일차적 이유는 노씨가 사퇴할 경우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사례와 같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 위원장이 사퇴하면 조동연처럼 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이 낙마한다는 식으로 언론에 나가는 것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노씨가 이 대표가 기획한 행사에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고, 윤 후보가 영입을 최종 결정을 했다는 점도 결정 지연의 한 이유로 꼽힌다. 노씨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연설을 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당시 행사기획자가 이 대표다. 실제 영입은 윤 후보 측근인 권 총장이 추천해 윤 후보가 최종 결정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모두 영입에 영향을 준 꼴이라 쉽게 번복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3일 윤석열·김종인·이준석 간의 ‘울산회동’으로 얻어낸 컨벤션 효과를 계속된 인사 실패로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한 함익병씨가 “여자는 국방의 의무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 행사해야 한다”는 발언 등이 논란이 되자 7시간 만에 내정을 철회했다. 연이은 인사 실패로 무차별 영입과 부실 검증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권 총장은 이날 노씨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조직이 한 90일간 유지되는 한시적인 조직이고, SNS를 다 들여다 볼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검증에 실패했다는 것을 저희들이 자인한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대위가 출범하면서 갑자기 인사들이 영입이 됐다. 언론보도도 제대로 못 보고, SNS도 검증을 못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순봉·심진용·유설희·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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