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존재 이유 뭐겠나" 병원 통째 내놓은 인천 뉴성민병원

이우림 2021. 12. 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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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뉴성민병원의 박성준(68) 코로나전담병원 추진위원장. [병원 제공]

전시 상황 아니냐. 환자가 입원도 못 하고 죽어가는 실정인데 지역을 위해 힘을 보태는 게 당연하다.
인천 서구의 종합병원인 뉴성민병원 박성준(68) 코로나전담병원 추진위원장이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뉴성민병원은 250여개의 병상을 통째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내놨다. 거점전담병원은 비교적 상태가 경증인 중등증(중증 이전 단계) 환자를 보는 감염병 전담병원과 달리 중증 환자부터 중등증 환자를 함께 진료한다. 현재 인천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전체 병상의 10%를 비워 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병원을 통째로 비워 거점전담병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건 뉴성민병원이 인천 최초다.

Q :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결단을 내리게 됐나
A : 지금 의료진도, 의료 장비도 모든 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입원도 못 하고 죽어가는 상황 아니냐. 한마디로 전시 상황인데 어쨌든 환자들이 양질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뭐겠나. 특히 인천 지역에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이 없어서 저희가 인천 주민들을 위해 나서기로 결정했다.

Q : 병상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A : 지금 병원에 16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있다. 수주 내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킨 다음 가용 병상 250여개를 모두 쓰려고 한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일 오후 5시 기준 인천 지역의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7.3%다. 확보된 병상 79개 중 69병상이 사용 중으로 중증 환자 병상 확보가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Q : 최중증 환자도 받을 예정인가
A : 당연하다. 처음에는 경증 환자만 받으려고 했는데 지금 문제는 중증 환자 아니냐. 병원에 입원했다가 상태가 나빠져서 다른 곳으로 보내려 하면 병상이 없다고 하니 중환자실을 만들어놓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최중증 환자용으로 한 20~30병상 정도를 배정하려 하고 나머지는 중증과 경증 환자용으로 쓰일 것 같다.

Q : 장비나 의료 인력 확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A : 장비 같은 건 사실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원을 받아 확충할 계획이다. 우리 병원 의료진은 현재 25명 정도 있는데 의료 인력이나 간호 인력도 더 파견받을 계획이다.

Q : 거점전담병원 지정 소식이 알려지면 의료진 이탈도 나올 것 같은데
A : 사실 최종 결정된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의사를 전부 확인한 건 아니다. 함께 힘을 합쳐 지역 주민을 위해 힘써보자고 설득하고 있다.

Q :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데 두려움은 없나.
A : 앞서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평택 박애병원 쪽과도 의견을 나눴는데 의료진들이 백신 접종을 잘하고 보호 장구를 잘 착용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1년 정도 환자를 봐 왔는데도 의료진 중에는 감염된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Q : 지역에서 코로나 병원이라고 기피하는 것 아닌가
A : 주민들이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전체 국민을 위해선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병상이 부족하다고 난리인데 환자가 위중해지면 어디로 보내겠냐. 사실 우리도 통 큰 결정을 한 건데 사명감을 가지고 임할 생각이다.

Q : 지역 병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 : 사실 우리가 이번에 수지 접합 전문병원으로 4회 연속 인정을 받으면서 전문병원의 길을 걸으려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터지니 이걸 일정 부분 포기하고 거점전담병원 역할을 하기로 결정했다. 풍전등화 같은 전시 상황에서 지역의 오래된 병원들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모범을 보여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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