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정민아" 한강 사망 의대생 지하철 광고 논란.."과하다" VS "추모 공간"

김하나 2021. 12. 1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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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아이돌 생일 광고도 아닌데 지하철 광고, 추모 취지와 맞지 않아"
"공적 일로 사망한 일도 아닌데 과하다..의대생이 아니었어도 지하철 광고했을까"
"단순 실족사 보기엔 여전히 의문투성이..자발적 추모공간 문제 없다"
전문가들 "사건 공론화 의도 있어 보여"..손정민 유족, 경찰 불송치 처분 검찰에 이의신청
11월 4일부터 12월 6일까지 시청역에 걸렸던 故 손정민씨 추모 지하철 광고.ⓒ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4월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故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지하철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적인 일이나 국가적 재난으로 숨진 사건도 아닌 일에 지하철 광고 추모는 과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 의혹이 풀리지 않은 만큼 추모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하철 광고라는 추모의 형태를 빌어 사건을 공론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2호선 삼성역사 안. 친구와 함께 술을 먹다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손씨를 추모하는 광고가 걸려 있었다. 광고에는 '고마워 정민아' '너를 잊지 않을게 영원히' '우리 꼭 다시 만나'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광고를 본 대학생 이모(24)씨는 "아이돌 생일 광고도 아닌데 지하철 광고는 추모의 취지와 다소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데 왜 '고맙다'고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범죄 혐의 없음으로 끝났지 않나"라며 "공적인 일로 죽은 것도, 국가에 기여하다 사망한 것도 아닌, 술 먹고 사고사한 사건으로 결론났는데 지하철 광고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모(45)씨도 "명문대 의대생이 아니라 학벌이 낮은 가난한 대학생이 어딘가에서 억울하게 죽었어도 이렇게 계속 회자되고 지하철 광고까지 추모할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지하철 광고가 추모의 의미로 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씨를 추모하기 위해 삼성역을 찾았다는 정모(36)씨는 "아들을 허무하게 잃어 억울하고, 단순 실족사로 보기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사건 아니냐"며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2)씨도 "지하철 광고 형태가 어떻든 자발적인 추모 공간"이라며 "수사가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삼성역에 있는 故 손정민씨 추모 지하철 광고.ⓒ데일리안

시청역에도 손씨를 추모하는 지하철 광고가 내걸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광고에는 '사랑해 정민아' '하늘이 우리에게 빌려준 선물, 너를 잊지 않을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광고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여러장 붙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 역사의 손씨 추모 광고는 지난달 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약 한달 간 게시됐다. 현재 광고는 계약기간이 종료돼 내려간 상태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광고가 사건을 공론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강공원에 꽃을 올려놓는 추모 방식에서 비용이 드는 지하철 광고까지 하는 것은 여론 확장을 하고 싶어 하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지하철 광고를 한 이들은 이 사건이 추호도 의심할 바 없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감정이 남아 있고, 사회가 여전히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냥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반면,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하철 광고 추모 움직임은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미련을 표현하고자 하는 심정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도 "고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확실한 증거나 새로운 진술이 추가적으로 발견된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만으로 수사 결과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촉구하는 하는 것은 경찰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어 부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부친 손현씨는 아들 손씨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에게 사망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지만, 경찰은 지난 10월 친구 A씨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손씨가 사건 당시 입고 있던 티셔츠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을 통해 재감정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 유족은 경찰의 불송치 처분에 대해 검찰에 이의신청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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