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아첨으로 무장한 '파리떼'를 쫓아낼 수 있나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장박원 2021. 12. 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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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후보 /사진=국회 사진기자단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92]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의미심장한 고언을 했습니다. "당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해야 정상이고 '파리떼'들이 준동하면 대선을 망친다"고 했습니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사람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문 빅플레이트(큰 접시론)'를 주창합니다. 그러다 보니 옥석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자리 사냥꾼'이라는 말로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문제는 파리떼나 자리 사냥꾼을 겉으로는 잘 분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파리떼일수록 표면적으로는 충성심이 강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오왕 부차도 독이 잔뜩 묻은 아첨을 충성과 진심으로 오판하는 잘못을 범했습니다. 구천과 범려의 치밀한 아부 작전에 말려들었습니다. 오자서가 끊임없이 충고하고 경계하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첨으로 무장한 사람을 걸러내고 물리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구천의 아부는 살아남아 복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보통 아첨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치밀하고 처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아부의 끝판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니 한때 구천을 할아버지 합려를 죽인 원수로 여겼던 부차조차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상분지도(嘗糞之徒)'라는 말이 있습니다. "똥도 핥은 놈"이라는 뜻으로 최고의 아첨꾼을 지칭할 때 씁니다. 이 말의 유래는 여러 문헌에 있지만 가장 유명한 일화는 구천의 아부에서 나왔습니다. 간신 백비의 말만 듣고 부차가 오나라에 억류돼 있던 월왕 구천을 풀어주려고 하자 오자서가 급하게 찾아와 말립니다. 과거 하나라와 상나라 왕이 정적을 놓아주는 바람에 멸망했던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며 부차를 설득했습니다. 그러자 부차는 마음이 바뀌어 구천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깁니다. 부차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겁니다. 구천을 처형하는 일은 연기됐습니다. 3개월이 지나도 부차의 병이 낫지 않자 범려는 구천이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범려에게는 사람의 운을 예견하는 능력이 있었나 봅니다. 범려가 점괘를 보고 이런 제안을 합니다. "오왕 부차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기사일에 이르면 차도가 있을 것이고 임신일에는 완전히 병이 나을 겁니다. 대왕(구천)께서는 문병을 청하십시오. 궁궐로 들어가 오왕을 만나면 그의 똥을 달라고 하여 맛을 보시고 그 색깔을 살핀 뒤 축하 인사를 전하십시오. 그런 다음 점괘에 나온 것처럼 병이 언제 나을지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 날짜가 돼 병이 나으면 틀림없이 대왕마마께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고 풀어줄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구천은 원수의 똥을 맛보라는 말에 처음엔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범려가 더 심한 사례를 들어 설득합니다. "옛날 은나라 주왕은 주나라 서백을 가둔 뒤 그의 아들을 삶아 맛을 보게 했습니다. 서백은 고통을 참으며 아들의 고기를 먹었습니다. 대저 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사소한 행동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이 말에 구천은 범려의 독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그는 부차를 알현하고 시종이 가져온 부차의 똥을 손으로 잡아 올려 맛을 봅니다. 그리고 부차에게 말하지요. "축하드립니다. 대왕마마의 병은 기사일에 낫기 시작하여 임신일에 완쾌되실 겁니다." 그러면서 그럴듯한 설명까지 덧붙입니다. "의술이 뛰어난 사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저 인분이란 곡식의 맛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계절의 변화와 맞아떨어지면 사람은 살고 계절의 변화에 역행하면 사람은 죽는다. 지금 신이 대왕마마의 인분을 먹어본 바로는 그 맛이 쓰고도 시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봄과 여름의 생기에 부응하는 맛입니다. 이런 까닭에 대왕마마의 병이 나을 것이라 확신하게 된 겁니다." 이 같은 행동과 말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부차는 더 이상 구천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죽일 생각도 사라졌지요. 구천의 말대로 병에서 완쾌되자 부차는 성대한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구천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 월나라로 돌려보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말로는 아부인지 충심에서 나온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권력자 주변에는 언제나 아첨꾼들이 모여들게 돼 있습니다. 떡고물이라도 챙기려는 파리떼들이 들끓는 겁니다. 이들 중엔 음흉한 의도를 숨기고 이권을 챙기려고 권력자의 똥까지 핥으려는 자도 있습니다. 이들을 걸러내지 못하면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몰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도자는 냉철한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충신은 아첨이 아닌 쓴소리를 많이 합니다. 쓴소리를 가장한 아부가 아니라 정말 지도자의 가슴을 찌르는 아픈 조언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참을 수 있어야 뛰어난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자서는 구천이 석방되기 사흘 전에 부차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구천은 속으로 범이나 이리 같은 흉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밖으로는 온화하고 공손한 모습을 가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일순간의 아첨을 좋아하시며 뒷날의 우환을 염려하지 않고 계십니다. 사소한 인정에 빠져 큰 원수를 기르고 계십니다. 화로의 숯불 위에 깃털 하나를 놓고 그것이 타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월왕의 간계에 빠져들면 틀림없이 오나라는 먹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부차는 끝내 오자서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나라의 패망이었죠. 윤석열 후보도 "파리떼가 준동하면 대선을 망친다"는 쓴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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