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유한기 극단선택..與 초긴장, 野 총공세

좌동욱/조미현/최진석 2021. 12. 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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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다시 흔드는 '대장동'
남욱 등에게 2억 받은 혐의로
구속 실질심사 앞두고 목숨 끊어
與 "지지율 오르는데 악재" 당혹
野 "설계자 놔두고 주변만 털어"
李 "엉뚱한데 건드려 참혹한 결과
검찰은 왜 몸통 수사 안하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공 사장·사진)이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장동 게이트’가 다시 정국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특검을 촉구했지만 속내는 제각각이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데다 특별검사 임명 방식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가 커 내년 대선(3월 9일) 전에 특검 수사를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속영장 심사 앞두고 극단적 선택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경기 고양 자택 인근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이 남긴 유서는 유족 측 반대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하루 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2014년 민간 개발사업자인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2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뇌물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검찰은 오는 14일 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도개공의 ‘핵심 실세’로 간주됐다. 당시 공사 내에서는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1인자를 의미하는 ‘유원(1)’, 유 전 본부장은 2인자인 ‘유투(2)’로 불릴 정도였다. 유 전 본부장은 특히 황무선 전 성남도개공 사장을 정당한 사유 없이 물러나게 한 ‘사퇴 압박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 안팎에선 유 전 본부장의 검찰 진술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등 윗선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 당혹 “지지율 상승에 악재”

민주당은 당혹한 분위기가 읽혀진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몇 시간 뒤 이 후보는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주 표암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서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냐는 아쉬움이 있다”며 “수사를 통해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수천억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검찰이) 왜 제대로 조사를 안 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향후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장동 국면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특검 협상 자체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검 협상을 놓고 민주당이 ‘시간 끌기’를 하는 모양새로 비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장 특검 받아라”

국민의힘은 “당장 특검을 수용하라”며 여당을 압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정치 쇼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특검법을) 합의하자”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SNS에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것 아니겠나”라고 비꼬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설계한 중요한 열쇠를 쥔 ‘1번 참가자’를 이 후보에게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더해 윤 후보를 둘러싼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특검을 동시 추진하자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실망한 민심이 윤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는 민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설사 특검이 무산된다고 해도 야권은 크게 손해 볼 게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결국 여론에 따라 특검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대선 전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수사 대상과 방식을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장동 게이트 의혹은 크게 △부동산 개발 과정의 뇌물 수수 및 배임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황무성 전 사장 사퇴 압박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 ‘50억 클럽’ 뇌물 수수 의혹 등 다섯 가지다. 여기에 윤 후보를 둘러싼 소위 ‘고발사주 의혹’도 특검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수사 대상을 정하기 위한 여야 협상 자체가 간단치 않다.

특검 방식을 놓고도 여야 셈법이 다르다. 민주당은 특검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현행 상설특검법을 통한 수사를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상설특검법은 여당 입맞에 맞는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며 별도의 일반특검법을 발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선 일반특검과 상설특검 모두 내년 대선 전 결과를 내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며 “매일 수사와 관련한 공개 브리핑을 하는 등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식의 특검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좌동욱/조미현/최진석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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