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미쓰비시 이어 파나소닉.. 원조 TV 왕국 일본의 이유있는 몰락

최인준 기자 2021. 12. 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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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에서 LCD 전환 시기 놓치고, 韓·中 기업 공세에 밀려
파나소닉은 올해 3월 결산에서 전장 사업 영업적자가 전년 121억엔에서 466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사진은 파나소닉의 쓰가 가즈히로 사장이 자사 주최의 한 포럼에서 발표하는 모습.

일본 파나소닉이 내년부터 중저가 TV를 중국 가전업체 TCL을 통해 위탁생산한다고 교도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TCL에서 만든 제품에 파나소닉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계획이다. 전세계 9개의 TV 공장도 말레이시아와 대만만 남기고 모두 철수하면서 사실상 TV 자체 양산을 접은 것이다. 다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고가의 내수용 제품은 자체 생산을 계속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의 TV시장 점유율은 한때 10%를 넘나들었지만 현재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로 최근 2년 동안 TV 사업에서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교도통신은 “2010년 2023만대에 달했던 파나소닉 TV 생산량이 20분의 1 수준인 100만대로 쪼그라들게 됐다”고 전했다.

세계 TV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전자 기업들이 몰락하고 있다. 파나소닉까지 사업을 대거 정리하면서 일본 기업 중에 TV를 온전히 자체 생산하는곳은 소니만 남게 된 것이다. 샤프는 2016년 대만 폭스콘에 매각됐고, 도시바도 2018년 중국 하이센스에 TV사업부를 매각했다. 히타치는 2018년 TV생산을 중단했고, 미쓰비시전기도 지난달 TV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 TV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안방을 독차지하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과 중국 업체에 밀려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과거 기술에 집착한 일본 TV의 실패

세계 시장에서 일본 TV의 인기는 2000년대 들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브라운관 대신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와 LCD(액정표시장치) 등 평판 TV 시대가 시작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TV가 본격 치고 올라와 일본 TV 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46인치 LCD TV를 출시하며 LCD TV의 대형화에 성공했다. 이후 TV 시장의 판도가 급격하게 요동쳤다. 소니는 2006년 삼성전자에 1위를 내준데 이어 2009년에는 LG전자에게도 밀렸다. 파나소닉·도시바·샤프 등 다른 일본 기업도 내리막길을 걸으며 TV 시장의 주도권이 한국 업체로 넘어왔다.

삼성·LG가 LCD, OLED 등 기술 혁신을 거듭하며 TV 산업 혁신을 앞당기는 사이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PDP와 브라운관 기술에만 집착했다. 여기에 2015년 이후 거세진 중국 TV의 저가 공세로 안방까지 내주며 시장 재탈환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지난 2015년 정부 주도로 민·관 합작으로 JOLED를 설립해 OLED 패널 생산에 나서는 등 TV 산업 재건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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