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변이 못 막고 종식도 없다..팬데믹은 누가 연장시키나

박상휘 기자 입력 2021. 1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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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과 나눔은 막고 폭리 취하는 글로벌 제약사
위기 초래한 강대국..책임 외면에 백신 독점까지
지난 6월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B.1.1.529)이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미 사망자와 위중증 증가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미국은 5차 대유행이 본격 도래하자 추가 접종 대상 확대에 나섰다.

물론, 이 같은 조치가 오미크론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미크론은 이미 약 60개국으로 퍼져나갔고 우세종으로 진화 중이다. 기존의 델타 변이 보다 치명도는 낮다는 희망 섞인 분석도 나오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낮추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세계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번 오미크론 발견을 계기로 백신을 저소득 국가에 서둘러 확대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진국은 백신을 독점하고 심지어 남는 백신을 버리는 와중에 1차 접종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국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눈물…강대국들 외면에 1%대 접종 완료율

12일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아프리카 국가인 보츠와나의 접종 완료율(2차 접종 기준)은 22.03%에 불과하다. 보츠와나는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검출된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나마 보츠와나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편이다. 중앙아프리카나 남아프리카에는 백신 접종률이 1%대에 머무는 국가가 여전히 많다.

에티오피아는 1.23%, 남수단 1.52%, 말리 1.67%, 탄자니아 1.75%, 콩고 2.40%, 잠비아 3.92%, 소말리아 4.06%, 케냐 5.46% 등으로 평균적으로도 아프리카 대륙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이다. 전 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은 45.24%이지만 아프리카는 7.92%에 불과한데, 이를 유럽이나 북미와 견줬을 때 격차는 더 벌어진다.

변이는 기존 집단에서 대규모로 유행을 하거나 숙주가 바이러스에 장기간 노출된 채 여러 번의 복제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이 같은 백신 불평등은 앞으로도 전 세계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즉 현 상태가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는 또다시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종식시키데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현 사태가 백신과 진단키트 불평등에서 초래됐다고 지적한다. WHO는 "낮은 백신 커버리지와 저조한 검진율이라는 독성 혼합이 문제”라며 "이것이 바로 변이를 번식시키고 증폭시킨 레시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초 선진국들이 코백스를 통해 저소득 국가 등 전 세계에 공급한 백신 물량은 목표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지난달까지 144개국에 5억3700만 회분의 백신이 공급됐지만 세계 인구 79억명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망해가던 회사 도와줬더니"…폭리에만 열 올리는 글로벌 제약사

백신 공유나 글로벌 제약사들의 지적재산권 포기도 아직은 먼 얘기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 판매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1회분 원가는 76펜스(약 1193원)에 불과하나 화이자는 이를 22파운드(약 3만4562원)에 판매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올해 1초당 117만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달 16일 세계국민백신연합(PVA)은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자체 수익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가 모두 합해 1초당 1000달러 이상, 1분당 6만 5000달러, 매일 935만 달러를 벌어들여 올해 연간 세전 이익은 340억 달러(약 40조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번 팬데믹이 도래하기 전까지 신약 개발 실패 등으로 사실상 회사가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판매로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모더나는 올해 3분기에만 6조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는데 누적 매출만 13조 원에 달한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특허 출원을 놓고도 백신 개발에 참여한 미 국립보건원(NIH) 소속 과학자 3명을 쏙 빼놓고 신청해 논란을 불러일으켜 눈총을 샀다.

상황이 이런데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번 사태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3번 맞으면 오미크론도 극복할 수 있다는 언급을 내놔 공분을 사고 있다. 항체 지속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지는 등 약효에 의문이 생기는 시점에서 추가 투자나 개발 없이 돈만 밝히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존에 약속했던 부스터샷 공급도 애초의 약속과 의미와는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부스터샷은 기존의 독감 백신처럼 미묘하게 변해가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며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뜻했으나 기존 백신의 효능 향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부스터샷을 단순히 추가 접종의 의미로 한정하며 백신 추가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OR탐보 국제공항의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 앞이 한산하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지원 기자

◇선진국의 백신 독점과 이기적 행태는 팬데믹 연장시킬 뿐

강대국들의 백신 독점과 이기적 행태도 문제다. 코로나19가 발원했음에도 초창기 이 문제를 숨기고 확산시킨 중국과 부실하고 안일한 방역체계와 경계심으로 알파 변이와 델타 변이를 발생을 부추긴 영국과 인도 등 따지고 보면 애초에 이 위기를 초래한 건 강대국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피해는 약소국들이 입고 있고 심지어 백신 공급에서도 외면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주요 20개국 G20은 백신 전체 공급량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오미크론 대응 과정에서도 선진국들은 극한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을 보고하자마자 유럽 등 주요국들은 항공편을 끊고 국경을 봉쇄했는데, 이 같은 모습이 반복되면 또다시 변이가 발생하더라도 그 누구도 이를 보고하거나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WHO는 경고했다. 더욱이 남아공에서 오미크론을 보고하기 4~5일 전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환경연구소(RIVM)는 이미 검체 표본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발견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국 우선주의가 계속될 경우 제2, 제3의 오미크론이 언제든 출현할 수 있고 인류의 완전한 일상 회복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보건 연구 자선단체인 웰컴 트러스트의 제러미 패러 이사는 "오미크론 변이는 보건 수단의 전 세계적인 공평한 보급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며 "백신 불평등은 대유행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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