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대장동 의혹·LH사태 등 공직자 불법·반칙에 '경종'

한동훈 기자 2021. 12. 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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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뽑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묘서동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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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가 이권 세력과 한통속"
바닥으로 떨어진 도덕성 비판
"덜 나쁜 후보 선택" 대선 걱정도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를 꼽았다.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세력과 한통속이 된 것을 비판하는 사자성어다. ‘대장동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서울경제]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뽑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최근의 대장동 개발 의혹과 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묘서동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고 12일 밝혔다. 참여자 중 10명 중 3명꼴인 29.2%가 묘서동처를 꼽았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지방의 한 군인이 자신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서로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상관에게 이를 보고했고 그 상관이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다.

이를 본 관리들은 상서로운 일이라며 반겼지만 오직 최우보라는 사람만이 “실성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쥐는 곡식을 훔쳐 먹는 도둑이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천적이기에 함께 살 수 없는 존재가 서로 한패가 된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것을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60대 인문학 교수도 “국가나 공공의 법과 재산·이익을 챙기고 관리해야 할 처지에 있는 기관이나 사람들이 불법과 배임·반칙을 태연히 저지른다”며 “감시자·관리자 노릇을 해야 할 사람이나 기관이 호시탐탐 불법·배임·반칙을 일삼는 세력과 한통속이 돼 사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일들이 속출했다”고 비판했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묘서동처를 선택한 교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를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며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묘서동처 다음으로는 인곤마핍(人困馬乏·21.1%)과 이전투구(泥田鬪狗·17.0%)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됐다. 인곤마핍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기나긴 피난길을 떠나던 중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서 따왔다. 인곤마핍을 추천한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2019년에는 ‘공명지조(共命之鳥)’, 2018년에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뽑혔다. 각각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와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라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에는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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