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독립50대] 계좌 개설하면 해외주식 1주, 괜히 주는 게 아니었다

장순심 입력 2021. 12. 12. 14:00 수정 2022. 4. 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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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 하고 포인트 모으는 재미도 쏠쏠.. 50대의 핀테크,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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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편집자말>

[장순심 기자]

2019년 컴퓨터 활용능력 2급에 도전했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이듦은 배움을 더디게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학원에서 이끄는 대로 열심히 따라갔고, 학습의 기본은 시간에 비례한다고 믿었다. 더구나 컴퓨터 기능이니 운전 기능을 익히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가야 할 방향은 손이 기억할 것이고 머리는 손을 따라가면 된다고. 

나는 문학을 전공했고 독서를 좋아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컴퓨터 기기를 다루는 것에는 이상하게 두려움이 크지 않았다. 아이들 어릴 적에도 애들을 앞세우고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고 함께 워드 자격증을 취득했다. 늦은 나이지만 컴활(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에 홀로 도전할 때도 큰 부담은 없었다. 

인터넷뱅킹에 입문하는 과정도 비슷했다. 컴퓨터 조작에 실수를 하지 않을까, 자판 한 번 잘못 누르면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잠시 걱정했더랬다. 첨단 정보화 사회의 막강한 힘은 클릭 한 번으로 개인 정보를 탈탈 털어갈 수 있다는 경고를 접하고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털어봐야 가져갈 것도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었고 그때부터 30분 이상을 족히 기다려야 하는 은행 창구로부터 서서히 자유로워졌다. 3년 전 모바일뱅킹을 시도한 이후로 은행 창구에 간 것은 3년간 한두 번 정도나 되었을까. 

은행 창구와 멀어지고 금융앱에 가까워지다
 
ⓒ toss 홈페이지 화면 캡처
 
각종 세금들은 이미 자동이체로 전환된 지 오래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조금씩 모아지면 창구에서 물어물어 재테크 상품을 추천받았던 기억은 이제는 아득하다. 은행의 금리가 턱없이 낮아지며 목돈 마련 저축이 본연의 의미를 상실하고 난 후로는 창구 직원의 안내를 받는 것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은행 창구와 멀어진 세상을 휴대폰이 대체했다.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고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몇 번의 터치만으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알뜰살뜰 푼푼을 모으던 습관이나 조금씩 목돈이 쌓이는 재미를 위한 적금과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이제는 모바일로 운용하고 있다. 거기에 모바일 가입은 추가 금리 혜택도 있었다.

최근 직장을 옮기며 4년간 사용하던 휴대폰 기기변경을 했다. 느려도 그런 대로 쓸 수는 있었지만 배터리가 소모되는 속도가 LTE급이었다. 더는 버틸 수 없었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비용을 부담하느니 최신 기종이 아니어도 무상 교체가 되는 사양으로 바꾸자고 생각했다. 대형 냉장고 값과 맞먹는 휴대폰 교체 비용에서 매월 부담하는 월정액을 낮추기 위해 5G가 대세인 시장에서 굳이 LTE 요금제를 선택했다.

몇 년 만에 휴대폰을 바꾸니 깔아야 할 앱이 많았다. 은행 창구에 안 가는 대신 사용했던 모바일 뱅킹과 앱카드, 주식 거래를 위해 이용하는 증권 계좌까지 7, 8개의 금융 앱을 차례대로 깔고 나니 통장이 날아간 것 같아 불안하던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최근 너도나도 뛰어든다는 주식 세상에도 입문했다. 시작은 계좌를 개설하면 무료로 해외주식을 1주 준다는 증권회사의 홍보 때문이었다. 이후로 다른 곳에서도 같은 혜택을 받고 주식 계좌를 개설했고 두 곳 모두 지금까지 소소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의 무료 주식 증정 이벤트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엔 딸의 권유에 따라 토스 뱅크 계좌도 개설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입출금 통장도 2%의 이율을 보장한다고 했다. 버스나 지하철, 커피나 간식 등을 구입하는 데 카드를 사용할 경우 캐시백 혜택도 쏠쏠하다고 했다.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는 성화에 휴대폰을 맡기고 억지 춘향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포인트를 모으는 재미를 즐기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모임 단톡방에도 좋은 정보라며 올라온 것이 있었다. 카드 포인트를 통합 조회해서 현금으로 환급받는 방법을 알려왔고 본인도 제법 큰 금액을 환급받았다는 후기까지 적혀 있었다. 정보를 따라 여신금융협회(crefia.or.kr)에 들어가 안내한 방법과 절차를 따라가니 가볍게 십수만 원의 포인트가 통장으로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횡재한 듯한 기분과 놀라운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로만 듣던 이른바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의 세상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2030 세대의 96%가 사용할 정도로 이미 핀테크 플랫폼은 확산되었다고 한다. 

청년이든 중년이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
 인터넷 뱅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식 거래 계좌 개설 이벤트
ⓒ 카카오뱅크 이벤트 화면 캡처
 
나이 든 세대에게 금융 환경의 변화가 제약이 된다는 것은 섣부른 단정일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인터넷으로 통하는 정보에서의 소외가 나이 든 세대에게 진입 장벽을 만들고, 그렇게 멀어지다 보니 지금의 금융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작도 어설펐지만 딸의 안내를 따라 조심조심 시작했고, 익숙해지고 보니 이보다 편리한 세상이 없다고 느낀다. 

2030 세대를 잡기 위해 등장한 다양한 핀테크 상품들도 딸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2030 세대의 핀테크는 작은 포인트도 야무지게 챙기고 모으는 것 같다. 오래전 월급 통장을 쪼개서 여러 개의 적금을 붓고 뿌듯해했던 우리 세대와 환경만 다를 뿐 묘하게 겹쳐지는 모습이다. 

2030 세대들이 사는 세상은 50대와 60대의 세상과 다르지 않다. 특정 세대를 위한 금융 환경이 아니고, 달라진 금융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이 든 삶이라고 목표가 없을 수 없다. 일상이 멈추지도 않는다. 변화가 곧 기회라고 젊은 세대를 향해 충고하던 것처럼 우리 세대에게 닥친 변화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생의 시간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상의 방식을 수용하는 것이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사고방식과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 모바일뱅킹을 시도했을 당시의 용기만큼.
 
우리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할 때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어쩌면 용기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조 앤 젠킨스, <나이 듦, 그 편견을 넘어서기> 중)

거듭 말하지만 시작이 조금 어려웠을 뿐 내가 접촉한 핀테크 세상은 간단하고 자유롭다. 지문 하나와 모바일 인증으로 모든 것이 통한다. 재미 삼아 시작한 주식 시황도 모바일로 체크한다. 시장에 갈 때는 현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걱정할 것이 없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소규모 매장을 생각해서 현금을 챙기곤 했었지만, 지금은 물건을 사서 즉석에서 계좌이체를 하면 된다. 창구를 찾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에 아무 데서나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휴대폰은 꼭 챙겨야 한다. 깜빡 잊고 나가는 경우에는 휴대폰 분리 불안이나 수중에 한 푼도 없는 불편하고 난감한 상황을 만날 수도 있으니.

《 group 》 두번째독립50대 : http://omn.kr/group/fifty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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