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전화에.. 백신 접종 권유 문자를 보냈습니다

박향숙 입력 2021. 12. 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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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대상 학원 원장의 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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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숙 기자]

얼마 전 '10대 미만에서 두 번째 코로나 사망자 발생', '청소년방역패스는 불가피', '학원 적용은 신중해야' 등의 자막이 흐르는 뉴스의 볼륨을 높였던 적이 있다. 

'청소년 방역패스 대상에 학원이 포함되었다'는 학원연합회의 문자를 보면서 이런 행정 조치가 곧 있을 거라는 예측이 사실이 되었다. 학원가의 긴 한숨 소리가 밴드 공간에 퍼져나갔다.
 
 7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직원이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정부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내년 2월부터 식당·카페·학원·도서관 등을 이용하는 12~18세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자 학습권 침해, 사실상 접종 강요'라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 연합뉴스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뉴스 이후에 학원가의 시름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님들의 걱정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중학생 미만의 학부모님들은 정부의 발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불신'보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성인들의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겼고 그만큼 코로나 확진에 대한 예방 효과가 높아서 위드 코로나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녀들, 특히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에 대한 이해는 매우 달랐다.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접종을 해보니 성인인 우린 괜찮았는데 미성년인 아이들에게까지 접종을 필수화시키는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익이 더 크다지만... 주저하는 학부모들

아침 뉴스를 보고 갑자기 초등학생들의 백신 접종 현황이 궁금해졌다. 내 조카들(초등 3학년, 5학년)만 해도 백신 맞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기에 다른 학부모님들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단체 문자들 돌려 자녀들의 현재 백신 접종 상태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미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학생들의 백신 접종은 상당히 진행되었다. 내가 만나는 고등부 학생들만 해도 모두 백신 접종을 했고 중학생들은 60퍼센트 이상이 1차 또는 2차까지 접종했다. 그러나 초등부(5~6학년)은 2명, 3퍼센트에 불과했다. 이웃의 타 학원 원장들에게도 함께 알아보고 대처 방안을 생각해보자고 했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뉴스에 나온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전문가와 정부 당국이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는 이렇다. '학교의 정상화와 가족 내의 전파감염 감소뿐만이 아니라 아이 개인의 건강 면에서 접종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청소년 방역패스 행정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성인들의 접종은 방역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이 있지만 학생들의 방역패스에는 자녀가 가져야 할 '교육 기회의 박탈'이라는 면이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의 적용 범위와 대상 기간을 국민의 여론을 수렴한 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나는 뉴스를 들으면서 지난 7일 '뉴스외전'에 출연한 정재훈 가천대 교수가 전하는 말에 집중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원가라든지 아니면 교육과 관련된 시설에 있어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중략)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이 접종을 먼저 한 편인데요. 고등학교 3학년의 접종 데이터를 보면 중증 이상 반응이라든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이상 반응의 발생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와 있고요. (중략) 그렇다면 이익도 증명이 되어 있고 안전성에 대해서도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진행이 가능할 정도의 근거가 쌓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략) 전 세계적으로도 소아청소년에 대한 접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만 이상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요. 미국의 FDA라든지 유럽의약품청이라든지 권위 있는 기관들이 안전성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있고 그 평가 결과가 접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정 교수는 "정부도 이런 여러 가지 행정적인 조치도 당연히 이어져야겠지만 그것보다는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과 백신 접종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나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았다. 성인인 학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나는 주사를 맞았는지도 모를 만큼 멀쩡한 반면, 모 선생님은 어깨가 퉁퉁 붓고 후유증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이상 반응에 대한 경우의 수를 내가 어찌 언급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마음으로 소아청소년 접종을 권고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오늘 드디어 군산에서 하루 23명의 확진자, 그중에서 유치원생 대여섯 명이 확진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동시에 우리 학원생의 동생 옆 반 어린이가 확진이어서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일주일 가량 학원에 올 수 없다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의 신념을 드러내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학원 밴드에 다음처럼 공지글을 하나 올렸다.

"오늘도 소아청소년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뉴스 선두에 올랐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염려는 당연한 일이지요. 학원가에도 방역패스를 도입한다 하니 저야말로 걱정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데이터를 믿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12~17살 확진자의 98.7%가 미접종자입니다. 어느새 우리는 위드코로나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코로나를 독감처럼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소아청소년들도 백신 접종 권고를 받아들여야 할 때인가 봅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데이터 신뢰 필요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1월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일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며 "미국의 소아청소년 확진자 입원율을 보면 미접종군 입원율이 접종완료군보다 10배 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이 감염을 예방하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때론 정부의 권고가 학부모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 코로나 방역에서만큼은 신뢰를 보내고 싶다. 또한 정부가 내놓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면, 직접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성인 접종률이 올라가서 '이젠 위드 코로나 세상에 살겠구나' 하며 방심하는 사이에 우리 어린 자녀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백신 접종을 계속 외면한다면 어린이들의 건강은 더 취약해지고, 부스터 샷을 동원해도 위험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 세상에서 만 2년을 보내고 있다. 어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나는 코로나 학번인 내 딸이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또, 내 학원에 들어오는 아이들과 지난날처럼 손짝꿍하며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맛있는 떡볶이랑 어묵탕을 만들어서 나눠주고 싶다.

이 어린이들이 자라나는 얼굴을 보며 사춘기 여드름 없애는 법도 알려주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얘기하고 싶다. 정부가 소아청소년 학부모들이 용기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정확한 정책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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