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가르기' 남긴 채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바이든 "독재, 전 세계 자유의 불씨 못 꺼뜨려"

윤기은 기자 2021. 12. 12. 17: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폐막한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주도로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편 가르기’만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11일 ‘외교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110개국 정부와 시민사회, 민간 분야 관계자들이 화상으로 참여한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자유가 없는 나라들의 참가 진정성과 미국의 민주주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눈에 띄는 장애물에 당면했다고 전했다. 디애틀랜틱은 민주화는 보통 국가 간이 아닌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라며 외교적 압력으로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 시작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청국 선정부터 논란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초청하지 않으면서도 권위주의 지도자로 평가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은 초대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보란듯이 반중국 인사들도 초대했다. 홍콩 시민운동가 네이선 로는 회의 이틀차 연설에서 홍콩의 반체제 활동 인사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두고 중국과 대결하고 있는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도 회의에 참석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기간 동안 외부의 적 특히 중국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지난 10일 정상회의 폐회사에서 “독재는 전 세계,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씨를 결코 꺼뜨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에는 국경이 없다”며 반부패 활동가와 인권 옹호자는 물론 매일의 작은 활동에도 민주주의가 있다며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개막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우려스러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나설 투사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틀차 회의 주제도 권위주의에 대한 대응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참가국들은 첫날에는 정부의 온라인 감시 등 디지털 권위주의로부터 시민 보호, 독립 미디어 역량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는 참여국들의 민주주의 사회 이행 합의안 등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내년 전 세계에 4억2440만달러(약 4993억원)를 투자하는 민주주의 회복 구상을 내놓았지만 해당 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탓에 미 시사주간 타임의 칼럼니스트 데바시시 로이 차우더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위선의 극치”라고 평가했다. 차우더리는 “정치적 자유와 세계적 경쟁을 분리하지 않고 공격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다”며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의 세계적 경쟁은 없다”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행 출신인 마이클 모렐은 지난 9일 한 토론회에서 “우리는 모두 미국과 친구가 되고 싶고, 중국과는 적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아무도 중국과 등을 돌리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결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끝에 남은 것은 미·중 갈등 심화였다. 중국은 연일 “민주주의는 미국이 다른 국가 일에 개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량살상 무기가 됐다”며 이번 회의를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 미국이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고 민주주의를 도구화하고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정치·언론·종교의 자유 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한 채 ‘중국식 민주주의’라며 권위주의 체재를 옹호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의 힘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를 이유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 보이콧 운동을 이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4개국의 단체와 개인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미국은 내년 2차 정상회의를 열어 각국이 이번 회의 때 제시한 비전과 실천 약속의 이행을 점검할 예정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