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박정희 이어 "전두환 경제 성과"..여권서도 "내로남불"

박홍두 기자 2021. 12. 1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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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꼬마열차 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맨앞)와 부인 김혜경씨가 12일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설치됐다가 1994년 폐쇄된 경북 문경 가은역을 찾아 관광사업 일환으로 운영하는 꼬마열차에 탑승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TK 돌면서 보수층 표심 겨냥
거침없이 ‘우클릭 발언’ 분출
윤석열에 “집단학살범 옹호”
맹공 퍼붓다 필요 땐 말 바꿔
대장동 재점화 희석용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도·우클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말 동안 대구·경북(TK)에서 전직 대통령인 박정희·전두환의 경제 성과를 평가하고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언급도 쏟아냈다. 중도·보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대장동 이슈’ 재점화를 우려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전두환 정치’ 옹호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던 점을 들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달라진 발언’은 3박4일간의 TK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첫날부터 나왔다. 지난 10일 대구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산업화 성과를 낸 대통령”이라고 했고, 11일 경북 칠곡·안동에서는 “명백한 과오가 있지만 산업화로 경제대국을 만든 공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12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기녑탑이 있는 추풍령 휴게소를 들렀다. 13일에는 포항제철소를 방문한다. 이 후보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에 대해서도 “3저 호황을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한 건 성과”라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 비판도 예리해졌다. 이 후보는 10일 경북 경주에서 “집값이 높아지는데 가격을 누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맹공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라며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에서 윤 후보와의 박빙 승부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권에서도 ‘내로남불’ 비판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하자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만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발언 뒤집기’를 지적받자 “박 전 대통령을 기린다기보다는 산업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던 것을 대중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재생에너지, 탈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에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는 처벌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이지만, 있는 사실을 부인하면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며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역사적 죄인이다. (발언) 일부만 떼서 공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대해선 “국민의 삶이 바뀌는 진취적 변화가 이재명 정부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걸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 행보의 이면에는 대장동 사건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유 전 본부장 사망 직후 야당의 ‘대장동 특검’ 공세가 커지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후보는 야당 공세에 ‘특검 수용’을 주장하며 대응했다. 윤 후보가 11일 자신이 연루된 부분까지 특검 대상에 넣겠다고 하자 이 후보는 “환영한다. 실질적 협의를 여야가 개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뒤 한 달이 지나도록 여야 협의가 없어 이 후보 발언이 국회에 공을 돌리는 전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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