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없애도 "부장님은 부장님이죠"..갈 길 먼 혁신, 글로벌 기업은?

이동우 기자, 김도현 기자, 이재은 기자, 한지연 기자, 정혜인 기자 2021. 12. 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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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판교발 인사 혁신, 골리앗이 움직인다(下)

[편집자주] 승진 연한 축소, 절대 평가 강화, 과감한 발탁과 보상...연공서열과 안정성으로 대변되던 제조업, 금융 등 기존 대기업들의 인사와 평가, 보상 관행이 바뀌고 있다. 공정과 수평적 조직 문화를 중시하는 MZ세대에 맞춘 변화지만 빅테크기업, 플랫폼기업, 스타트업 등 젊은 기업들로 빠져나가는 인재들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재계에 불어닥친 인사, 보상 시스템의 변화와 그 의미를 짚어본다.

대기업·공무원 출신 찾는 네카라쿠배...덩치 커져 경험·관리 필요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뉴삼성'을 표방하는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이 '파격'이라면, 최근의 플랫폼·게임 업계는 오히려 '안정'으로 대표된다. 요직에 대기업과 공무원 출신을 기용하며 급성장한 조직과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영입인사들도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어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12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 공동체의 임원 가운데 외부 경력출신의 비율은 40%에 달한다. 함께 조사된 30대 그룹 가운데 이직률이 높은 제약·바이오 분야의 셀트리온(44.8%)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다.

카카오에 영입된 외부인사는 스타트업이나 동종 IT(정보·기술) 출신이 주를 이루지만 대기업 출신도 점차 늘고 있다. 2016년 당시 대기업 집단 기준인 총자산 5조원을 넘긴 이후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했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재연임이 결정된 여민수 공동대표도 LG전자, 류영준 신임 공동대표는 삼성SDS 출신이다.

더구나 카카오는 지난가을 골목상권 침해, 플랫폼 갑질 논란 이후 진행하는 조직 개편에서도 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임원 직급인 'C레벨'을 신설하고,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계열사 불협화음이 리스크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기존 대기업처럼 본사가 방향키를 쥔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40대 리더' 등판으로 화제를 모았던 네이버도 실상은 '판교 사람'이 아닌 외부인사에 변화의 키를 쥐여준 형태다. 최수연 신임 CEO(최고경영자)와 김남선 신임 CFO(최고재무책임자) 모두 법률가라는 점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관리형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랫폼 확장'에 실무자 이직 활발…법조인 영입해 규제 대응도

최근 신임 경영진으로 선임된 카카오의 류영준, 여민수 공동대표와 네이버의 최수연 CEO, 김남선 CFO(왼쪽부터) / 사진제공=각사

양사에서는 실무자급 대기업 인재 흡수도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 확장으로 커머스, 금융,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다보니 기존 산업에서 영입이 활발하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이들은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크고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플랫폼 이직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한 카카오 관계자는 "자세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으나, 경력직 채용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다양한 업종에서 영입되고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하기 때문에 채용에 특별한 기준과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직자·법조인의 판교행도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오는 정부 규제 등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부회장으로 영입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와 쿠팡의 강한승 총괄 대표이사는 대표적인 법조인 출신 플랫폼 경영자다. 김 부회장은 판사 출신으로 LG그룹 법무팀 부사장으로 일하다 네이버에서 IT 경험을 쌓았다. 강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청와대 법무비서관,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쿠팡에 합류했다.

카카오는 최근 반년간 경찰청을 비롯해 검찰청, 대통령경호처,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퇴직자를 줄줄이 영입한 데 이어 지난달 우영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총괄팀장을 영입했다. 한 차례 취업제한 통보를 받는 우여곡절 끝에 대외업무를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도 지난 6월 손지윤 전 미래부 뉴미디어 과장을 영입했다. 그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뉴미디어과장으로 공직을 마감한 뒤 LG경제연구원, LG유플러스를 거쳤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광용 서기관을 영입해 신설된 정책전략 태스크포스(TF)에서 손 리더와 함께 각종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크래프톤과 당근마켓은 사법연수원 35기인 박종명 변호사와 천준범 변호사를 나란히 영입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도 조 단위 매출을 올리게 되면서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인사·조직 운영 경험이 있는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 공직 출신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상무, 40대 부사장'…MZ세대 "부장님은 부장님일 뿐"

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이날 발표된 임원인사에서 1980년대 태어난 MZ세대 임원들이 대거 배출됐다 /사진=뉴스1
대기업이 변하고 있다. '때 되면' 승진하던 문화를 벗어나 연공서열 보다 성과와 능력을 중시하는 기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30대 상무 4명과 40대 부사장 10명을 발탁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직급·호칭 체계축소 등 한 차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올해도 이와 유사한 임원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SK·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직급을 단순화하고 젊은 경영진을 육성하려는 공통된 행보를 보인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과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시도지만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성공한 플랫폼 기업, 빅테크 기업들로 젊은 인재들이 쏠리는데 따른 반작용이기도 하다. 능력에 따른 과감한 보상으로 젊은 인재들을 지키려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주 대상이 되는 사회초년생부터 40대 초반에 이르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조직문화가 유연해지면서 기회가 더 많아질 거란 기대도 있지만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가 쉽게 바뀌기 보다 어정쩡한 형태로 혼란과 비효율이 커질거란 우려도 나온다. 경쟁이 더욱 고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란 걱정도 있다.

1987년생으로 삼성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여전히 부장님은 부장님일 뿐"이라면서 "직급을 없애고 '○○님'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시도도 있었지만, 회사의 바람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 직원들이 실천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1994년생 롯데그룹 재직자 B씨는 "한국 사회 특유의 선·후배 문화가 학교부터 직장까지 이어져 오는데, 후배가 본인보다 일찍 진급하는 데 대해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기업의 변화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사회적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에서 근무하는 1988년생 C씨는 "결국 직장생활도 이력을 쌓는 시간"이라면서 "평생 몸담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일찍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게 훗날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최근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 같은 회사에 다니는 1990년생 D씨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이란 취지와 다르게 평가권자 권한만 강화될 수 있다"면서 "특정 학연·지연 등이 매개가 된 이른바 줄 세우는 문화가 부각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롯데 재직자 1991년생 E씨는 "연공서열이 폐지된 채 개개인 능력만으로 평가한다면 연차가 낮을수록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면서 "독립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자리다"고 말했다. SK 근무자 1986년생 F씨는 "임원의 연령이 파격적으로 낮아진다는 게 좋은 현상인지 의문"이라면서 "임원에 오르지 못한 이들이 짐을 싸야 할 시점도 그만큼 앞당겨지는 것"이라 강조했다.

삼성전자 등이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로 돌아서고 있는데 대해서도 평가가 갈린다. 비교 우위에 따른 '줄세우기식' 평가에서 벗어나 임직원 대다수가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발탁 승진'에 따른 부서장 권한이 커지면서 오히려 평가가 주관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전반적인 임직원 연봉 상승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냔 걱정도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 F씨는 "저성과자는 물론 고성과자까지 연봉인상률이 낮아졌다"면서 "전체 임금 인상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성과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전반적으로 인상 수준을 낮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고성과자가 많아질 것이란 가정 하에 내린 조치지만 정말로 그렇게 결과가 나올지는 모를 일"이라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10년을 전후로 일부 그룹에서 연공서열 타파 및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시도했지만 몇 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온 전례가 있다"면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새로운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평가 없애고 20대 CTO…해외기업은 이것까지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30~40대의 젊은 인재를 리더 자리에 앉히는 등 미국 실리콘밸리식 조직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기업의 인사제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제너럴 일렉트릭(GE), 딜로이트 등 글로벌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예전부터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유지해왔다. 특히 근로자 간 경쟁을 부추기고 직장을 전쟁터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란 상대평가 제도를 없애는 등 근로자 성향에 맞춘 인사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당시 경영진들은 회사 사업 부진의 배경이 상대평가제로 약해진 직원들의 협동성으로 보고 이를 과감히 버렸다. MS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인 2013년 상대평가제를 없애고 팀워크를 위한 조직 문화를 만들면서 모바일, 클라우드로의 주력 사업 전환에 성공해, 현재 애플과 최대 시가총액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력한 상대 평가제로 악명이 높았던 GE도 2000년대 중반에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했다. 아마존, 액센추어, 어도비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 역시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기업들은 근로자의 가치변화, 스타트업 트렌드에 맞춘 행보를 걷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구인난을 겪는 상황에서 가족, 개인적 가치에 더 초점을 두며 이탈하려는 인재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또 다른 변화에 나선 것이다. 트렌드 파악에 빠른 젊은 인재를 리더 자리에 앉히며 기술 급변 시대에 발맞추려는 기업들도 많다.

프랑스의 핀테크 스타트업인 페이핏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기술(IT)이 "변덕스럽게" 발전하면서 관련 분야의 젊은 관리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핏 관계자는 "급변하는 IT 환경 속에서 성공하면서 트렌드에 민감하고,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는 의욕을 가진 젊은 리더가 필요하다"며 "과거의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가는 계층적인 구조의 조직은 구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페이핏 영국지사의 세드릭 콜은 25세였던 2018년 입사 후 6개월 만에 관리자 직책을 맡게 됐고, 현재는 최고기술경영자(CTO) 자리에 올랐다. 페이스북(현 메타)에 인턴으로 입사한 줄리 주어는 입사 3년 만인 25세에 팀장으로 승진했고, 디자인 부문 부사장까지 맡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주요 기업의 CEO들은 지난달 미국 경제지 포천과 인터뷰에서 기업에 대한 젊은 세대 특히 'MZ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Z세대) 기대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도 이에 발걸음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2위 슈퍼마켓 체인인 앨러트슨의 모회사 앨버트슨 컴퍼니의 비벡 사카란 CEO는 "밀레니얼 세대가 2025년까지 노동력의 75%를 차지하고, Z세대가 그 뒤를 이를 것"이라며 "요즘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도구 제조업체인 스탠리블랙앤테커의 제임스 로리 CEO도 "오늘날의 근로자들은 안정성과 신뢰를 원한다"며 기업이 근로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스테파니 린나르츠 회장은 "회사는 3년 단위로 ESG 전략 목표를 모니터링하는 이사회가 있고, 관련 진행 상황을 매년 공개적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인지도, 급여 수준 등을 구직 기준으로 삼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개인적 가치와 기업의 경영 가치가 일치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두고 구직활동에 나서는 만큼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하고, 이미 일부 기업들이 이런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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