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미디어오늘

대중매체의 위기 상황 해법 모색이 시급하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입력 2021. 12. 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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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디어 환경변화의 급변 속 언론의 사회적 책임 문제 심각해져

[미디어오늘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1. 한국 대중매체에게 포털은 '갑'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요인에는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가 제작 배포한 것도 포함된다. 이는 21세기 정보화시대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콘텐츠가 무엇이든 그것이 배포 확산되는 유통 부분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다. 넷플리스는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 속에서 한국 진출 5년 만에 요금을 기습 인상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또한 정보화시대 거대 기업의 탐욕스런 독과점적 이윤 추구 행태라 하겠다.

'오징어 게임'에 얽힌 사연은 한국 사회의 대중매체와 포털, 플랫폼 등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과 닮은꼴이다. 한국의 언론시장은 신문, 방송할 것 없이 다수가 경쟁하는 구조이고 그 생산물이 주로 포털을 통해 소비되다 보니 포털 등이 갑이 된 지 오래이다. 포털과 언론사와 의 관계는 거대자본이 대중매체와 정보를 통제하는 내용으로 심화되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정치권력이 언론을 통제했지만 오늘날 그 역할을 거대자본이 대행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인터넷매체에 대해 경제 규모에 따른 제재를 가하려다 위헌판정이 난 바 있는데 이는 정치권이 자본지배를 제도화하려다 좌절된 경우라 하겠다.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

21세기 대중매체가 처한 어려움은 심각하다. 우선 포털 등 온라인 속 유통 부분의 수요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에 휘말려, 그것이 격화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매체를 포함한 수많은 미디어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유통되는 인터넷 공간에선 대중적 관심과 호기심을 사로잡을 요건을 갖추도록 하려는 정보 가공작업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거칠고 엽기적이며 때로는 섬뜩한 정보가 넘쳐난다.

대중매체도 교과서적인 언론의 사회적 책무에서 벗어난 황색저널리즘에 오염되거나 이미 그렇게 된 것 같은 상황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리고 대중매체가 극성 인터넷 소비자를 주목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찬반이견을 전달하는 데 그치면서 사회적 권력, 부조리 등을 고발하는 제4부의 역할을 스스로 외면, 포기하기도 한다.

2. 격동기의 대중매체

언론은 21세기 정보사회를 맞아 양과 질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언론은 정치, 자본과 함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를 받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정착했었는데 오늘날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인 대중매체는 그 시장, 영향력이 축소되고 포털, 플렛폼과 같은 첨단미디어들이 공룡으로 등장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으로 1일 미디어도 가능한 시대다. 이런 변화는 언론이 감내해야 하고 그리고 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전략과 전술을 과거와 달리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신문, 방속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대중매체 대부분은 그 체질이나 시각이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머물러 있으면서 정보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고 대처하는데도 여전히 구시대적이다. 언론은 이런 과도기적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 자율적 규제의 첫 단추를 언론윤리와 전문성 확립으로 삼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미디어는 정치로부터 독립한, 자율적 존재로 인식되며 한 이탈리아 학자는 이를 정치 communication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즉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 모든 것은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움직인 반면, 오늘날 모든 것은 언론을 중심으로 또는 언론의 영역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Mazzoleni, G., 1995, Towards a Videocracy? Italian Political Communication at a Turning Point, European Journal of Communication 10, 308). 권위주의 시대의 통치자는 언론을 선전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경제적 특혜와 같은 당근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중매체는 과거의 독과점적 위상이 상실된 채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등장한 수많은 미디어와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 속해 있다.

언론환경 변화의 가치 판단을 떠나 언론이 탈정치화 했다는 인식은 정치와 언론의 관계가 민주주의의 발전 속에서 변화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 여 년 전 한국 언론의 경우 정치 기사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돋보이게 보도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오늘날 그것은 옛 이야기처럼 되면서 많은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각종 뉴미디어가 등장하며 정치관련 뉴스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보도를 촉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의 미디어화는 저널리즘이 시민사회의 대변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정치의 권위와 그 힘에 대적할 수 있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TV 등 방송매체와 인터넷 매체 등을 중심으로 정치 뉴스는 시청자들에게 쉽게,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으로 제작되면서 궁극적으로 시청자에게 부담 없이, 흥밋거리로 제공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information과 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infotainment가 등장할 정도다.

정치가 언론의 영역 안에서 움직이면서 정치 정보의 연성화, 즉 연예오락기사의 범주 속에 포함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보도 순서나 비중은 대중의 관심과 보도효과가 큰 정보를 앞세우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는데 이는 언론의 상업주의가 심화된다는 측면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화 시대가 심화되면서 다양한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대중매체는 과거에 누렸던 고소득 독과점적 위치를 상실해 경영합리화를 위해 정보를 돈 벌이와 직결시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즉 잘 읽히는 정보가 잘 팔려 돈 벌이가 되는 정보라는 인식이 대중매체 편집국, 보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대중매체 내부에서 언론의 사회적 역할, 경제적 자립 가능성 등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데 이는 대중매체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과도기라는 점을 들어낸 사례의 하나다. 이는 결국 정보를 취재 가공해 보도 기사로 작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언론에 대한 의미 부여가 큰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미디어오늘에서 2021년 11월24일 보도한 <3년차 기자 “우린 운동권 아니야” 30년차 기자 “파이팅 아이템 없어”> 기사는 언론노조 창립 33주년 기념 대토론회에서 확인한 뉴스룸 내 '세대갈등'이 무엇인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23일 '민주화 세대의 퇴장 언론노동의 현장 변화'란 주제로 열린 언론노조 창립 33주년 기념 대토론회 모습. ⓒ언론노조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매체 파수견 역할(watchdog role)은 정치와 자본 등 제반권력에 대한 감시, 견제이다. 정치 분야의 경우 대중매체는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에서 형성된 여론을 보도함으로써, 정부를 감시하게 되고 유권자들에게 정당과 정치인을 판단,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대중매체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정부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권력기구의 성격을 지녔지만, 정부만큼 법률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중매체가 보도와 논평 과정에서 범하는 과오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여전히 우세하다.

언론의 오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개인의 명예 손상 등의 문제가 야기되지만 그 같은 오보가 악의적인 것이 아니면 중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 등을 추적할 경우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정치권력이 언론 취재에 비협조적이고 그로 인해 오보가 발행했다면 언론만의 책임으로 몰기에는 논리상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대중매체가 공익적 차원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한 자세로 보도한다는 윤리적인 면과 전문적인 면이 생략될 수는 없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다매체 시대에는 대중매체의 자율규제적 관리, 자기 통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이 이런 책무를 방기하고 상궤를 벗어난 보도 행태로 인한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자율적 규제와 타율적 규제는 제로섬 원칙이 작용하는 법이다. 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과 함께 언론계에서 진행 중인 언론의 자율적 규제에 대한 논의가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 언론중재법 논란 속 한국 언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몇 달 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어떤 식으로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2개가 넘게 발의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언론이 자율적 구제 방안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국회에 타율 규제의 명분을 주지 않는 쪽으로 노력을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언론이 제 4부의 위상을 보장받으려면 언론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내부의 자율적 대응 강화 등을 통해 외부 규제 움직임이 활성화되지 않을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국내 언론계가 진보, 보수 등으로 구획되어 있고 자사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특성이 있다 해도 언론은 대외적으로 하나의 분야로 분류된다는 측면에서 전체 언론사나 관련 직능단체들이 공동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전체 언론사나 전현직 언론인들의 단체들이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공동의 목표를 상실할 경우 이번과 같은 외부 규제의 공간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국내 언론 특히 대중매체는 급변하는 정보환경 속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형국이지만 각자 도생하는 식의 소극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유투브, 페이스북 등 대형 플렛폼과 포털의 등장은 물론 1인 미디어 시대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은 허약하나마 그 위세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 진보 보도매체들은 전체 언론의 자율적 상황 타개를 위한 범 언론계적 전략 수립 등의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수익 증대를 위해 광고형 기사의 양산이나 기자의 금품 수수와 같은 부적절한 보도행태 등에서 언론 윤리 상실의 모습이 속출하고 있다.

언론 스스로 전체 사회에 대해 윤리적 자정 노력을 보여주지 않은 상황은 국회에서 보도기능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법안에 대해 야당은 처리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고 언론5단체 등은 반대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한국 언론이 오늘날 어떤 상황인지를 표출하는 두 가지 주장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처벌을 법제화 하려 한 국회의 주장

국회에서 징벌제 배상제 논의가 활성화된 이유에 대해 민주당 몇 의원이 지난 6월 공동 발의한 의안 번호 11047는 제안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시행한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 중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 조사'에 따르면,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가 24.6%로 1위를 기록함. 위는 '편파적기사'(22.3%), 3위는 속칭 '찌라시' 정보(15.9%)로, 국민들은 한국 언론의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전달과 이에 대한 피해를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함. 이처럼 허위정보나 조작정보 폐해에 대한 국민적 문제 인식이 높음에도, 최근 2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인용 사건의 약 60%는 인용액이 500만원 이하에 불과함. 이러한 법원의 소극적 손해배상액 산정 경향에, 결국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음. 더하여 언론사가 가짜뉴스를 생산 및 유포하는 행위에는 사회경제적 이익 추구가 큰 동기 중 하나이므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로 취득한 이익을 박탈한다면 예방이 효과적일 것이라 기대됨. 이에 허위조작정보의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여 가짜뉴스, 왜곡보도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것임. --

위 법안의 제안 이유서에서 부적절한 언론보도 규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밝힌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오보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규제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미흡해 그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외에서 가짜뉴스 등의 폐해가 속출하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증대하고 있어 대처가 필요하다.

# 언론 4단체의 개정안 비판 논리-과잉입법금지 원칙 등 훼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소위를 통과하자 언론 5단체가 공동 성명을 통해 비판하고 나섰고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기자협회보, PD저널 2021년 7월28일).

-- 언론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때 손해액의 5배 이내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도록 한 이번 개정안은 정정보도 강제, 인터넷 기사의 열람 차단 청구 허용 등의 내용도 담고 있어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하려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하나만 보더라도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허위·조작보도의 폐해를 막겠다면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것도 모자라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이라는 손해배상 하한액까지 설정하고 있다.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7월27일 오후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과실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에 두고 있어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한다. 이러한 입법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명예훼손죄 등에 따른 형사상 책임도 지도록 돼 있다. 정정 보도를 원보도와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직접 침해하고 있다. --

이들 4단체는 이 개정안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시민의 권리 강화보다 정치·자본 권력의 언론 봉쇄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 포기와 국민참여 법안 처리에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 자율규제와 타율규제는 제로섬 원칙을 보여

언론중재법 제정과 관련한 찬반론을 볼 때 민주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규제는 두 가지 형태로 취해진다는 점이 확인된다. 자율규제와 타율규제가 그것이다. 자율규제는 언론과 언론인들이 취재 보도과정에서 제 4부의 역할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켜야할 규범과 윤리에 대한 것이다. 타율규제는 언론외부에서 정치, 제도적으로 취해지는 언론에 대한 통제이다.

이들 두 규제는 언론과 사회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그 객관적 합리성이나 타당성이 사회적 동의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규제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공동목표를 지향하고 있고 둘의 관계는 제로섬 형식이라서 어느 한 쪽이 커지면 다른 쪽은 줄어들게 된다. 언론이 스스로 알아서 자율적으로 보도 기준이나 취재 윤리 등에 대한 원칙을 공개적으로 정하고 실천하면 시민사회나 국회 등 외부로부터 제기되는 타율적 규제가 줄어들게 된다.

오늘날 언론이 시대상황에 맞게 고민해야 할 자율 규제는 가짜뉴스의 퇴치와 쌍방향 통신 시대에 대중매체에 대한 시민사회의 접근 권 확대와 같은 것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가짜뉴스는 언론의 문제를 떠나 전체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적폐가 되어 있어 그 것을 언론의 영역에서 영구히 제거할 수 있는 방안과 그 실천 과정에서 요구되는 윤리 등을 언론은 고민해서 자체적으로 그 모범답안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부적절한 보도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배상, 보상 등에서 과거처럼 언론이 갑이라는 부당한 위상을 유지하는 후진적 관행을 탈피할 노력이 언론 스스로에 의해 취해져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점이 방치되어 있는 상태가 타율 규제가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커지면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체위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국회본회의를 통과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언론계는 급변하는 정보사회의 환경 속에서 대중매체의 활로와 사회적 기여 방식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언론의 생명인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달린 의무적 권리이다. 이런 점을 언론은 심각하게 받아드려 시대 변화에 맞게 보도 기능을 공공공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많은 SNS가 그 기능이 나날이 첨단화되고 있는데도 언론이 구태를 벗지 못하면 타율적 규제가 파고드는 공간이 커지는 것이다.

언론은 유투브나 페이북 등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 없이 보도하는 식의 심각한 후진적 모습은 시급히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체 언론이 진보, 보수 등을 가릴 것 없이 얼굴을 맞대고 공동대처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보도 기능은 일부 외국의 경우처럼 팩트체크를 우선해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심층적, 다각적 분석과 대안 제시 등을 하는 것이 21세기 대중매체가 취해야 할 최선의 전략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언론 통제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같은 조치를 취하려 하지 말고 언론의 팩트체크 기능을 보강해주는 지원 대책 등을 통해 언론의 자율적 규제가 강화되는 식의 조치를 고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이런 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인터넷 신뢰도 기반조성사업' 명목으로 민간 팩트체크센터 지원 사업을 시작해 펙트체크넷(https://factchecker.or.kr/)을 발족시킨 것은 시의 적절했다. 그러나 아직 이 기구는 그 활동이 아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사업은 가짜뉴스 대처 방식의 하나로 외국의 경우 등에 비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20대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이를 활성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4. 가짜뉴스와 한국 언론

전 세계가 인터넷 그물망으로 연결되고 유투브, 스마트폰, 트윗, 페이스 북과 같은 SNS의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정보화 시대의 역기능의 하나인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 들어 세계화 된 정보 통신 공간의 변화는 유투브를 가장 선호하는 Z세대, '키즈 유튜버(전 세계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위로 '유튜버'가 꼽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그늘은 너무 짙다. 미국의 경제매체 INC닷컴은 “어린이 3명 중 1명이 지구상에서 가장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직업인 유튜버에 환상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는데 영상미디어를 유아기와 아동 시기에 과다하게 접할 경우 심각한 심신의 장애가 온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 즉 영유아부터 5세까지는 영상미디어를 하루 2시간 이상 접하면 안 된다고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의 등장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부각된 가짜뉴스는 미국식 표현인 'Fake News'를 번역한 것인데 이는 '조작뉴스(fabricated news)' 또는 '허위정보(false information)'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짜뉴스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① 허위사실을 ② 고의적·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③ 기사 형식을 차용하여 작성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김민정, 2018; 윤성옥, 2018; 정세훈, 2018; 한갑운·윤종민, 2017; 황용석·권오성, 2017 등).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전이나, 상업적 이익을 노린 검은 비즈니스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그에 대한 정치권의 법적 규제나 단속은 자칫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그 도입을 꺼리고 있다.

가짜뉴스의 속성을 살필 때 그에 대한 대책이 쉽지 않다. 가짜뉴스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 또는 오락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심리전, 선전 등의 방식으로 예로부터 이용된 바 있어 그 영역이 광범위해 오늘날 그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 EU는 지난 2019년 가짜뉴스 대신 '조작된 정보' 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권고했고, 영국정부도 공식 석상에서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이 아닌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혹은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공공캠페인을 하고 있다.

SNS가 등장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는 것은 유사 이래 최초로 등장한 정보 생산과 소비의 구분이 명확치 않은 현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는 정보 권력이 특정 집단이 아닌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획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은 의혹 등이 만들어져 유투브,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는 것과 같은 역기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은 기존의 대중매체가 공공성,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더욱 강하게 갖고 새로운 정보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21세기적 과학 문명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로, 그 개념을 사실이 아닌 정보라 할 때 그것이 개인의 무지, 악의적 의도로 만들어진 것 등이 다 포함되어 어느 부분부터 자율적, 타율적 규제가 필요한지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집단이 해외에서 사이트를 두고 암약하거나 국가 간에 심리전 등의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파악되고 있어 그 단속이 쉽지 않은 점도 지적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해외에 그 생산 거점을 정하거나 서버를 두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정치적, 상업적 부당이익을 노린 검은 비즈니스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또는 기업 단위로 대처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어버려 국가 단위나 유럽연합과 같은 국가 공동체 차원의 대책이 추진될 정도로 그 문제가 심각해졌다.

가짜뉴스 가운데 악의적이거나 부당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만들어 유튜브와 같은 SNS 등을 통해 전파하는 경우는 반사회적이고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 당파에 유리한 내용을 가짜뉴스로 만들어 유포시킬 경우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정치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게 될 위험이 커진다.

또한 가짜뉴스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고 실제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온라인 매체에서 강렬한 제목을 사용하거나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 클릭을 유도하여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가짜뉴스로 인해 주식 시장이 영향을 받는 등 심각한 경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럽연합의 경우 가짜뉴스에 대해 국가나 공동체의 안보, 민주주의와 그 제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반 가짜뉴스 캠페인'의 목적은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럽연합의 궁극적 이익에 부합하는 전략적 정보를 확산하는데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합법적 미디어의 정상적인 정보 생산과 확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경제적 지원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연합 소속 일부 국가 등은 표현의 자유, 즉 정보를 입수하고 공유할 자유라는 기본권을 훼손하거나 인터넷의 기술적 기능이나 그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틀 안에서 가짜뉴스 대책을 세우고 있다. 즉 법으로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식의 조치 대신 △언론사의 자율적 대책 지원 △팩트체크 강화 △공익, 공정보도 촉진을 위한 언론사 지원 △미디어리터러시, 정보교육 강화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 가짜뉴스 이미지. 사진=ⓒ gettyimagesbank

가짜뉴스는 유사 이래 등장한 것이지만 오늘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와 결합하면서 그 심각성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대중매체 등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생산해 유포시켰지만 오늘날에는 유튜브 등에서와 같이 정보생산과 소비 주체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특정부류의 기호에 맞는 식의 맞춤형 정보가 대량생산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보 생산과 유통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유사 이래 최초의 현상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목표에 크게 기여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그에 따른 역기능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원인의 하나로 소셜미디어의 미디어 특성과 함께 언론 소비자의 일반적 성향, 즉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현상'이 지적되기도 한다. 동시에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의 '개인화' 즉 알고리즘의 문제도 지적된다. 소셜미디어들이 이용자별로 맞춤형 내용을 보여주며 발생하는 '여과거품(filter bubble)'의 결과가 이용자를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즉 유사한 소리만 울리는 방에 갇히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 미국 2016년 대선 20개 불법 웹사이트가 가짜뉴스 만들어 배포

미국의 경우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캠프의 소셜미디어 활용으로 선거캠페인에 있어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확인되었다면, 2016년 선거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가짜뉴스 논쟁으로 주목받았다. 2016년 미국 대선의 경우 정체불명의 20개 웹사이트들이 만든 가짜뉴스가 미국의 19개 주요 언론사들이 보도한 뉴스보다 페이스북에 반영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거 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미국 주요 매체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면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정상적인 뉴스를 부정하고 의구심의 대상이 되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선거여에 영향을 미치는 가짜 뉴스들이 세계 최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된 것이 확인되면서 그 방지 대책 등을 둘러싼 논란과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대선 전 3개월 간 가장 인기가 있었던 가짜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반응·댓글건수는 총 871만1천건에 달했다. 이는 CNN,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전통 미디어의 가장 호응이 높았던 대선 기사 20개(736만건)의 반응을 넘어선 수치였다. 가짜뉴스가 저널리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오늘날 정보화 시대의 독버섯이라는 단계를 지나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전 지구 차원에서 만들어진 상황에서 각종 소셜 미디어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게 되면서 많은 이점과 함께 부정적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유사 이래 최초의 정보환경으로 진보된 상황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가짜뉴스와 같은 독버섯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국내에서도 2022년 대선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야의 극한대립, 경제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가짜뉴스가 양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튜브 영향력 확대 등으로 이미 심각해진 가짜뉴스 논란이 선거가 다가오면서 증폭될 환경이 조성되고 그에 따라 내년 대선은 역대 선거 가운데 가짜뉴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국민의 신성한 주권 행사인 투표가 자칫 가짜뉴스로 크게 오염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책이 요망된다.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는 정보 환경을 조성해 전 국민의 올바른 기본권 행사를 돕고 총체적인 사회적 행복과 복지에 기여할 공공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5. 20대 대선과 언론

대선 판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정치권의 움직임이 소개되고 있어 정치권은 당선이라는 지상목표를 향해 가동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정치권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 든 사실과 진실을 구분해서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언론이다. 언론은 사실과 진실을 동시에 제시해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점에서 제 4부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이 만약 사실과 진실을 정치권처럼 분리해서 할 일 다 했다는 식이면 제 4부의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면 우리 언론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단히 실망스럽다.

첫째, 오늘날 언론은 이른바 정치인의 입만을 주시하거나 녹취록을 중계방송하기 바쁘다. 정치인의 말이나 녹취록은 사실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는 판단키 어렵다. 특히 정치인의 말이나 전체 녹취록 가운데 일부분만을 공개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두 번째는 방송사의 정치관련 대담프로다. 지상파, 공중파할 것 없이 현안에 대한 여야 정치인이나 그 쪽 출신들을 대담자로 앉혀놓고 발언하도록 하는 형식이다 보니 제 각각 자신의 정치적 소속 집단의 시각에서 가공된 정보만을 주로 이야기 하게 된다. 대단히 복잡해서 갈피잡기 어려운 난제일 경우 특정 정당의 공보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보만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들은 사실을 열심히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그 프로를 시청한 일반시청자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거나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확증편향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언론이 사실과 진실을 동시에 보도하는 것이 오늘날 더 중요시 되고 있다. 정치권이나 사법기관 등이 언론의 속보경쟁 체질을 이용하거나 특정 프레임을 제시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편향되거나 오도된 정보를 양산할 경우 언론이 이에 휘말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막중할 것이다. 언론이 제 4부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언론의 속성을 꿰뚫는 세력에 의해 이용당할 경우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정치권력 등이 의도적으로 사건 사고를 어느 방향으로 몰아가려 할 경우 그것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또는 그래야 하는 주체가 바로 언론이다.

세 번째 언론이 경계해야 할 것은 가짜뉴스의 범람이다. 가짜뉴스는 미국 등의 큰 선거에서 이미 확인되었듯이 정치적 부당이득을 노리거나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양산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개념을 넓게 잡을 경우 언론이 경계해야 할 대상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주요 언론은 대선과 같은 큰 이벤트에는 후보자들이 생산하는 정보를 액면그대로 보도하기 전에 팩트체크를 우선하는 작업을 정례화하고 있다.

우리 언론은 내년 3월 대선을 유권자들이 최대한 잘 치르도록 얼마나 보도를 통한 책무를 다 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언론은 입법부가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려 했을 때 보수, 진보언론 또는 보도준칙이나 윤리를 지키거나 그렇지 않은 언론 모두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자율적 통제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 그로 인한 박수갈채를 받을만한 어떤 유의미한 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6. 결론에 대신해서

언론이 제 4부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그 구성원들이 언론윤리와 전문성 두 가지를 겸비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소금과 파수견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내로남불인 경우가 너무 많다. 언론이 남의 허물만 손가락질 할 뿐 정작 자기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 하는데 무신경하거나 인색하다.

방송사의 비정규직 문제가 법정으로 가거나 국가기간통신사가 광고형 기사를 남발하고 일부 거대신문들이 신문발행부수를 속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개 언론사 차원을 넘어서는 이런 문제는 전체 언론계가 공동 대처해서 대국민 사죄와 함께 재발 방지약속이나 개선실적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언론이 서로 혼탁하다는 공통점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깊어진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유아나 취학 전 어린이를 등장시켜 어른들의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프로가 범람하고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는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미성년자의 부정적인 모습이 방영될 경우 그 영상이 인터넷 공간에서 떠돌면서 성년이 된 뒤 초상권, 사생활 침해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외국에서는 이의 방지를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안방 드라마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잔혹해지고 상식과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치닫고 있지만 방치된 상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주제가 이혼 부부의 출연이나 낯 뜨거운 미혼 남녀의 텐트 속 미팅 등이 먹방의 뒤를 이어 등장하고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해 시청률을 높이려는 의도만이 넘쳐흐르고 있다는 비평을 자초하는 현상들로 언론의 자율적 절제가 필요해 보인다.

20대 대선전이 본격화되면서 가짜뉴스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16년 이래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국민의 신성한 주권 행사인 투표가 자칫 가짜뉴스로 크게 오염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책이 요망된다.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보도 기능을 담당한 미디어의 자율적 규제가 실천되어야 하고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가짜뉴스에 타율적 제재를 가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을 지키면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 가짜뉴스 이미지. 사진=ⓒ gettyimagesbank

독일 등의 경우처럼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법은 극히 일부의 사안에 국한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고 싱가포르와 같이 포괄적인 규제 법규를 제정하는 것은 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기 때문에 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방송통신심의기구나 언론중재위 등이 가짜뉴스에 대한 일정 정도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명백한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경우 외국의 경우처럼 징벌적 보상 등과 같은 법제가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경우 그 근절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장기적 대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와 정보 바로알기 교육 등이 실시되어 건전한 민주시민의식의 고양과 함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사회적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전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국내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교육과정에 미디어리터러시를 실시하고 일반 시민을 상대로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전국 미디어센터 및 공공도서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나 정보 바로알기 교육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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