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석학 "G7에서 일본 빼고 한국 넣자고 해도 할 말 없어" [김태균의 J로그]

김태균 입력 2021. 12. 14. 10:26 수정 2022. 4. 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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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치 유키오 "한일 경제위기 대응방법에서 차이"
"20년후 1인당GDP 양국 격차 2배로 벌어질 수도"
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경제 침체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지난 2006년 6월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 재난 영화 ‘일본 침몰’ 홍보 문구가 걸린 건물 앞을 걸어가는 남성의 모습에서도 불황을 엿볼 수 있다.AP=연합뉴스

“선진 주요 7개국(G7)의 아시아 대표 국가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한국의 우위를 보여주는 지표를 들이밀 때 일본은 과연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 석학이 한국과 일본은 1990년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났고, 이것이 현재의 일본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쇠락한 상태’로 내몰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느덧 일본은 G7 퇴출을 우려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탄식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의 원로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81) 국립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 발간 경제지 겐다이(現代)비즈니스에 ‘일본은 20년 후 경제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한다: 유감스러운 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다양한 지표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고 단언하며 글을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점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동일했지만, 그것에 대한 대응에서 일본은 한국에 크게 뒤졌다. 한국은 대학의 내실을 기하고 영어 실력을 높이면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일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노구치 교수는 다양한 통계와 국제 순위를 제시하며 “한국은 일본보다 풍요로운 나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기준 2020년 평균임금은 일본 3만 8515달러, 한국 4만 1960달러로 한국이 앞선 상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23위, 일본은 31위로 차이가 난다. 2020년 기준 전자정부 순위(유엔)도 한국은 2위, 일본은 14위다.

주식 시가총액 세계 100대 기업 중 한국은 최상위가 삼성전자로 14위에 올라있지만, 일본에서 가장 높은 도요타자동차는 고작 36위에 그친다. 시가총액 규모 자체도 지난 6월 말 기준 각각 4799억 달러와 2444억 달러로 2배 차이다.

노구치 교수는 “한국은 이미 2019년부터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했지만, 나는 지난해 가을 5G 폰을 샀는데도 언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변화 추이를 보면 암울하기 그지없다고 한탄했다. 2020년 기준 1인당 GDP는 일본 4만 146달러, 한국 3만 1496달러로 아직 일본이 높다. 그러나 일본은 2000년 이후 20여년간 겨우 1.02배로 늘어나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56배로 증가했다. 그 결과 2000년 일본의 31%에 불과했던 한국의 1인당 GDP는 현재 78%로 격차가 좁혀든 상태다.

세계 상위 100대 대학(영국 평가기관 QS 발표 기준)도 한국이 6개로 일본(5개)보다 많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 인구가 한국의 2배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차이는 2배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TOEFL(iBT) 점수 평균치도 한국은 아시아 29개국 중 11위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홍콩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본은 27위로 최하위권이다.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다이아몬드 온라인 홈페이지

노구치 교수는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기정사실일뿐 아니라 양국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추이가 동일하게 반복된다면 20년 후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 1143달러, 한국은 8만 894달러로 거의 갑절 차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80년대 말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권은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미국 기업들보다도 위에 있었다. 일본은 세계 제일이었고 한국 기업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버불(거품)에 따른 것이었고, 버블이 붕괴한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의 뼈아픈 패착은 버블 붕괴 이후 경제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정보기술(IT) 혁명을 통해 새로운 경제를 이룩했고, 중국도 경이로운 발전을 실현했으며 한국도 경쟁력을 키웠지만, 일본은 정체를 거듭했다.”

그는 일본이 현재와 같은 G7 회원국으로 계속 남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1986년에 만들어진 G7은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선진국 클럽’의 성격이지만, 지금 같은 상태에서 일본이 G7 멤버로서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노구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인은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바꾸려고 어떻게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어딘가에서 ‘구원의 신(神)’이 나타날 리 없다. 현재 상황을 바꾸려면 오직 일본인이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일본인은 이제 각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태균 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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