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미크론, 중증도 10분의1이라도 감염 10배면 마찬가지"

이승욱 2021. 12. 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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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코로나19 세계 대유행]'첫 확진 목사부부 진료'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다인실에서 환자 간 델타·오미크론 주고받을까 우려"
"접종이 답..백신 안 맞고 중증 되면 치료 쉽지 않아"
인천의료원 감염내과장 김진용 과장이 지난해 2월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온 뒤 2주가량 지났다. 그 사이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는 119명(14일 0시 기준)까지 늘어났다. 현재 수도권뿐 아니라 호남지역에서도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오미크론 엔(n)차 감염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였던 인천 목사 부부를 치료해 퇴원시킨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지난 13일 전화로 <한겨레>와 만나 ‘오미크론은 중증도가 낮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얘기를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더라도 전파력이 뛰어나 널리 퍼지면 그만큼 확진자가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김 과장은 “다인실 격리 상황에서 델타 확진자와 오미크론 확진자가 서로 바이러스를 주고받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백신 접종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과장과의 일문일답.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였던 나이지리아 방문 목사 부부를 치료했다. 앞서 델타 변이와 다른 오미크론 확진자만의 특별한 증상이 있나?

“열이 나고 목 아프고 기침하고 그런 증상은 비슷하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서 자기 바이러스를 증식시키고 그에 맞춰 몸에 항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임상경과’라고 하는데, 이게 델타 바이러스하고 다른 것 같다. 델타 바이러스는 초기에 폐렴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빨랐는데, 오미크론은 그것보다는 느린 것 같다. 물론 아직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아서 지금 의미 등을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데이터를 정리해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치료 방법이 궁금하다. 기존 델타 바이러스 확진자 치료 방법이 오미크론 확진자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코로나19 초기 환자 중 준중증 환자에게 렉키로나라는 항체치료제를 쓴다. 오미크론 확진자에게도 두명은 폐렴 진행이 우려돼 렉키로나를 투여해봤더니 다행히 중증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물론 앞으로 이 항체치료제가 오미크론에 효과가 있을지는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변이가 워낙 많이 일어나서 바이러스 자체를 억제하는 항체치료제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렘데시비르라고 바이러스 억제약이 있는데 이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오미크론이 중증도가 낮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내 오미크론 확진자는 모집단 숫자가 너무 적으니까 정확한 분석이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얘기가 맞을까?

“데이터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미국을 참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오미크론이 더 퍼지고 확진자도 많아질 거다. 그런데 문제는 중증도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델타 바이러스 중증도가 10%고 오미크론이 1%라고 할 경우, 오미크론 확진자가 10배 더 많이 생기면 결국 똑같은 수의 중환자가 나온다. 방역에 있어 바이러스 중증도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중증도가 낮다고 해서 중환자가 안 생기는 게 아니다. 게다가 델타 바이러스는 백신 효과가 있는데 오미크론은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고 예측한다. (중증도 낮은 오미크론이) 함부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낙관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의료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오미크론이 나오기 전이랑 나온 뒤 다른 점이 좀 있을까?

“아직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델타 바이러스도 예측을 전혀 못한 상태에서 국내에서 두달 만에 우세종으로 올라섰다. 오미크론도 점점 국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5%, 10%, 20% 늘릴 가능성도 있고, 조용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전파력이 뛰어나다고 하니,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오미크론이 어느 정도는 차지할 가능성도 분명하다. 문제는 델타와 오미크론이 함께 유행하는 상황이다. 그리되면 정말 골치 아파질 것이다. 오미크론은 현재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진단이 안 된다. 병원에서 오미크론인지 델타인지 모르고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오미크론 중증환자는 제대로 치료를 못 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델타에 걸린 사람이 또 오미크론에 걸릴 가능성도 외국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면 아비규환이다. 아직 델타와 오미크론에 함께 감염됐다는 보고는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호흡기 감염병은 1인실 격리가 원칙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원칙이 깨져서 다인실 격리하고 있는데, 델타 확진자와 오미크론 확진자가 서로 바이러스를 주고받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인실을 없애면 지금보다 병상이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어 딜레마)다.”

―오미크론은 돌파 감염이 많다며 백신 무용론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현장에서는 백신을 맞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정확히 갈린다. 환자가 들어왔을 때 물어보는 건 나이와 백신 접종 여부다. 백신 맞으면 중증이라도 살릴 가능성이 늘어난다. 그런데 백신 안 맞고 중증으로 가면 치료제를 아무리 투약해도 쉽지 않다.”

―더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말한 것만 이해해도 ‘오미크론이 중증도가 낮으니 선물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거다. 지금은 방역 수준을 적절히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감염학회에서도 성명서를 내지 않았나. 지금은 어느 정도 환자 수를 조절할 때다. (병상 대기 중인) 환자가 숨이 넘어가는데, 환자 받을 공간이 없어서 도와줄 방법이 없다. 지금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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