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재고떨이..이마트 5년만에 'PK마켓' 사업 접는다

방영덕 입력 2021. 12. 16. 10:24 수정 2021. 12. 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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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하남점 고양점 PK마켓
오는 31일까지만 운영
"직원들은 다른 매장으로 전환배치"
지난 15일 스타필드 고양점 내 PK마켓 일부 진열대는 재고떨이로 텅 비어 있다. [사진= 방영덕 기자]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스타필드 고양점 내 PK마켓에서는 '재고떨이'가 한창이었다. 이미 일부 진열대는 텅텅 빈 채였다. 매장 곳곳에는 최대 50% 할인해서 판다는 'WOW PRICE'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이날 PK마켓 관계자는 "현재 영업종료를 앞둬 신선식품을 제외한 다른 공산품은 더 이상 (상품을) 발주하지 않고 있다"며 "더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한 재고 정리는 조만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주부 박모(39)씨는 "어느 때 오더라도 한가해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구나 했다"며 "막상 문 닫는다고하니 서운하긴 하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PK마켓' 사업을 선보인지 5년만에 결국 정리키로 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주도하는 전문점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 해당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면담 후 인근 다른 매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 2016년 프리미엄 푸드마켓 내세워 등장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스타필드 고양점 내 PK마켓 모습 [사진= 방영덕 기자]
이마트가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내세워 PK마켓을 처음 선보인 때는 지난 2016년이다. 당시 스타필드 하남에 PK마켓 1호점을 선보였다. 이어 이마트는 스타필드 고양점과 스타필드시티 위례점에 연달아 매장을 열었다.

PK마켓에는 세계 각지에서 고품질의 식료품을 들여와 판매하며 업계 안팎에서 관심을 받았다. 구매한 식품을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그로서란트(Grocerant)' 공간이 눈길을 끌었고, 소비자가 수조에 진열된 살아있는 랍스터를 고르면 즉석요리로 맛볼 수 있는 '라이브 랍스터 바' 코너가 인기였다.

판매 상품들의 가격대는 대체로 대형마트보다는 비싸되, 이마트의 최고급 식품 매장으로 서울 청담 도곡에서 운영 중인 SSG푸드마켓 보다는 저렴하게 포지셔닝을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속 많은 소비자들이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창고형 할인마트를 찾고, 신선식품 마저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자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됐다.

◆ PK마켓 외에 부츠 삐에로쑈핑 등 전문점 잇따라 철수
지난 15일 스타필드 고양점 내 PK마켓 와인매장 모습 [사진= 방영덕 기자]
현재 이마트가 보유한 전문점은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SSG푸드마켓 ▲PK마켓 ▲베이비써클 ▲토이킹덤 ▲스톤브릭 ▲몰리스펫샵 등 8개다. 이 중 PK마켓과 스톤브릭이 올해 말로 영업을 종료한다.

강희석 대표는 2019년 취임하면서부터 전문점 사업에 칼을 뽑아들었다. 당시 이마트 전문점은 86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상황. 전문점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대표적으로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나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쑈핑, 가정간편식(HMR) 전문점 피코크의 유통 채널 다양화를 위해 추진한 'PK피코크' 등이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고, 결국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삐에로쇼핑'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이 B급 감성을 내세워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하려했지만 정작 소비자가 필요로 한 물건 찾기는 쉽지 않은 등 불편함이 컸다"며 "이미 강자가 막강한 레드오션에 뒤늦게 진출하거나 포지션이 애매한 전문점들의 경우 시장 안착이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수익성 효율성 얼마나 개선됐나
지난 15일 스타필드 고양점 내 PK마켓 일부 진열대는 재고떨이로 텅 비어 있다. [사진= 방영덕 기자]
일부 이마트 전문점의 영업은 종료됐지만 전체 매출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며 동시에 영업이익은 개선되고 있다.

이마트 공시를 살펴보면 2019년 866억의 적자를 기록한 전문점의 영업이익은 20년 346억 적자에서, 올해는 3분기까지 78억 적자로 영업손실이 급격히 감소했다. 1~3분기 기준 2019년 7962억원이었던 전문점 매출은 2020년 9018억원, 2021년 933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많은 전문점들 중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점 실적 개선의 1등 공신으로는 '노브랜드'가 꼽힌다.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라는 새로운 업태를 탄생시킨 노브랜드는 국내에서 가성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처음 흑자를 낸 이후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다.

가전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 역시 일반 가전 양판점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 스펙트럼과 체험형 매장으로 인기를 끌며 올해 55개점까지 매년 매장수를 늘려가는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전문점 형태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며 "다만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순 없다보니 선택하고 보다 집중해 전문점 수익성을 개선하는 중이다"고 강조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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