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목덜미 영상'보다, 尹캠프 더 놀래킨건 따로 있었다

현일훈 입력 2021. 12. 17. 05:00 수정 2021. 12. 2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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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의 사진 노출까진 저희 시나리오 안에 있었지만 사과발언을 할 줄은 진짜 몰랐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아닙니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 관계자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겸임교수 임용과정에서 허위경력을 냈다는 의혹 등에 휩싸인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전날 언론과 접촉해 사과 메시지를 낸 걸 언급하며 한 말이었다. 15일 오후 3시쯤 서초동 ‘코나바컨텐츠’ 사무실 앞엔 기자들이 있었기에, 김씨의 출근길 사진이 찍히는 정도만 예상했다는 것이다. 변수는 직후 나왔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사무실 안에 있던 김씨가 밖으로 나와 입을 열면서 튀어나왔다. 김씨는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끼게 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직전까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은 이랬다. 윤 후보 참모들은 오전 개별 단위로 회의를 열었는데 “여론이 너무 안 좋다”거나 “윤석열표 공정이 흠집나게 생겼다” 같은 우려가 많았다. 이어 선대위 전체회의를 통해 “불이 더 번지기 전에 꺼야 한다”며 ‘선(先) 유감표명·후(後) 팩트대응’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윤 후보가 거꾸로 “잘잘못을 따진 후 문제가 있으면 사과하겠다”고 해 참모들이 머쓱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후보는 오전 11시 40분 당사 앞 기자들에게도 “대학이 시간강사를 뽑는 현실을 잘 알아보고 보도하라”고 손가락을 휘저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부인 김건희 씨 '허위 이력' 논란 관련 질문에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참모들은 허위경력 의혹만큼이나 얼굴을 가리고 황급히 자리를 뜬 김씨 보도 영상을 심각하게 봤다. 언론 매체 더팩트는 지난 14일 김씨가 옷가지로 얼굴을 가리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한 남성이 김씨의 목덜미를 손으로 붙잡고 김씨는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익명을 원한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씨가 목덜미 부분을 잡힌 채 도망가듯 한 모습에 놀랐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표심이 출렁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장면은 김씨가 의도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한다. 김씨측 인사는 “목덜미를 잡힌 김씨나, 잡은 사람이나 당황해서 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그런 모습을 연출했는지 조차 나중에 영상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어쨋거나 윤 후보 측근들 사이에선 대안으로 윤 후보의 사과와 더불어 “부인 김씨에게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커리어우먼 느낌을 노출 시키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고, 이를 윤 후보에게 계속 전달했다.

실제로, 전날 오후 김씨가 긴머리에 짙은 청바지, 검은 재킷 차림으로 출근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더니 결국 사과까지 하게 됐다. 김씨의 갑작스러운 사과가 보도되자 "경위를 파악하라"는 선대위 고위층의 지시가 하달되는 등 윤 후보 진영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갑자기 사과를 한걸까. 김씨와 가까운 인사는 “김씨는 사실여부를 떠나 제기된 모든 의혹이 다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전두환 공과’ 발언 논란 때도 해명하겠다는 윤 후보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설득한 것이 김씨였는데, 이번에도 김씨 본인이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후에 하더라도 국민이 지적하면 사과부터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그런 생각이 사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관련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당장 선대위 안에서부터 윤 후보의 공식사과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스스로가 사과하겠다고 얘기했으니까 일단 본인이 어떻게, 어떤 형식의 사과를 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선대위 전략기획실장도 “대선 후보는 무한 검증을 받고 다소 억울하다 하더라도 국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들었다.

윤 후보는 부인 김씨의 사과에 거듭 공감을 표하면서도 공식사과 요구에 대해선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 앞 기자들에게 “사과에 공식과 비공식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나 자신이나 내 처 문제에 대해선 국민 비판을 겸허하게 다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간담회 후 기자들을 다시 만나서도 “저나 제 처는 국민께서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흡한 점에 대해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내용이 조금 더 정확히 밝혀지면 이러저러한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고 제대로 사과드려야지, 그냥 뭐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공세의 빌미라도 준 거 자체가 잘못됐다”며 “저희가 조금 더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부인 김씨는 이날 종일 집에 머물며 외부 접촉을 끊었다. 선대위는 ‘김건희 전담팀’도 준비 중이다.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비롯한 전남지역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위원회 사무실에서 새롭게 합류한 윤영일 전 의원(빨간 목도리)을 환영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사과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억지로 사과를 하는 듯한 모습”(윤건영 의원), “개 사과가 떠오른다”(안민석 의원)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또 수원여대·안양대 외에 한림성심대에 강사 임용을 위해 제출한 이력서에도 수상 경력을 적었으나 “이 또한 거짓”이라고 공격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라디오에서 윤 후보를 향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은 표창장 위조해서 탈탈 털어놨는데 자기 문제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며 “업보”라고 했다.

→윤석열의 캠프 사람들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

현일훈기자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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