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손원제 2021. 12. 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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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파도 파도 나오는 '가짜 경력'..결혼 뒤에도 이어져
'사기' '업무방해' 등 혐의 아직 공소시효 살아 있어
여론조사 지지율 흔들리자 윤석열 후보 뒤늦게 사과
'배우자 리스크' 처음으로 '대선 선택 기준' 떠올라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이 국민 이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본부장’, 본인·부인·장모 리스크의 본격 점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애초 윤 후보의 본부장 리스크는 대선 본선 국면에선 ‘고윤주’로 대표되는 사법·수사 리스크로 발현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고는 ‘고발 사주’, 윤은 ‘윤우진 비호’, 주는 김건희씨 ‘주가 조작’ 의혹이죠. 그러나 공수처와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는 사이 곁가지로 밀려나 있던 김씨 허위 이력 의혹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모양새입니다.

앞에서 ‘곁가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그렇다고 허위 이력 의혹 자체가 다른 의혹에 비해 가벼운 사안이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고윤주 의혹은 직접적인 수사 대상인 반면, 허위 이력 의혹은 그동안은 범죄 의혹으로 바로 연결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사실 사안의 폭발력으로 보면, 허위 이력 의혹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윤 후보가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우고 있는 ‘공정, 상식, 법치’의 정당성과 명분을 뒤흔드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김건희씨 허위 이력 작성과 제출이 한두번에 그친 게 아니라 15년 동안 10건이 훨씬 넘게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지속돼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수상 경력이나 근무 여부가 불분명한 기관 재직증명서를 연속적으로 작성해 여러 대학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사기’, ‘업무 방해’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정성호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대개 허위 경력 기재가 그거를 통해서 대학의 겸임교수 등 어떤 직책들을 맡지 않았습니까? 그거는 범죄행위죠. 허위 사문서를 작성해서 행사한 거 아니겠습니까? 또 일부는 사문서 위조 혐의도 있는 거고, 그래서 만약 급여를 받았다고 해서 사기 혐의도 있는 거고.”(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상습 사기’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부분은 잠시 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김건희씨와 윤 후보의 대응 태도도 파문을 키웠습니다. 김건희씨는 처음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돋보이려고 한 욕심”,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반응했습니다. 뻔뻔하다는 지적이 나왔죠. 남편인 윤 후보가 “부분적으로는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허위 경력이 아니다” 같은 황당한 말로 감싼 것을 두고도 ‘내로남불’ 비판이 일었습니다. 김건희씨는 결국 15일 취재진의 관련 질문을 받고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라고 조건을 단 것이나 국민들에게 직접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대신 기자들에게 한마디 하는 ‘간접 사과’ 형식을 취한 것을 두고 과연 제대로 된 사과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윤 후보도 ‘공식 사과’를 계속 회피하다가 언론 보도가 나오고 사흘 만인 17일 오후에 예고 없이 사과문을 읽어 ‘늑장 사과’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연 이 정도로 허위 이력 파문이 가라앉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실정입니다.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자, 대선 ‘핫 이슈’로 떠오른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김씨는 몇번이나 허위 이력을 작성·제출했을까요. 또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을 취했을까요. 왜 민주당은 김씨에게 ‘상습범’ 딱지를 붙이는 걸까요. 그리고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짚어보시죠.

‘5개 대학에 18건 허위 이력’ 의혹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이 이번에 재점화한 건 14일 오전 YTN의 단독 보도가 나오면서였죠. YTN은 “김건희씨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에 허위 경력과 가짜 수상 기록이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첫째, 김씨는 지원서 경력 사항에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2002년부터 3년간 재직했다고 적어 제출합니다. 그런데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04년 6월에 설립된 단체입니다. 김씨가 재직 시점으로 적어낸 시기보다 2년 뒤에야 만들어진 겁니다. 협회 쪽은 기획팀과 기획이사란 직책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둘째, 김씨 지원서에 적힌 수상 경력도 가짜로 드러났습니다. 김씨는 2004년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기재했습니다. 그러나 그해 페스티벌엔 김씨의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이라는 이름으로 응모된 출품작 자체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면서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허위 이력 제출을 인정합니다.

셋째, 김씨는 2004년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는 이력도 기재합니다. 그러나 이 특별상은 개인이 아닌 출품 업체가 받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당시 출품 업체 대표는 김씨가 재직한 건 맞지만, 출품작 제작을 마친 뒤에 들어왔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김씨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이에 대해 “회사 직원들과 같이 작업했기 때문에 경력에 넣었다”고 해명합니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이처럼 허위 이력으로 채워진 지원서를 낸 김씨는 수원여대 광고영상과에 겸임교수로 채용돼 1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그런데도 김씨는 자신의 채용으로 누군가 피해를 본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자신은 공채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개를 받아 지원했기 때문에 자신이 채용됐다고 해서 누군가 채용되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궤변입니다. 돋보이고 싶어서 가짜 경력을 작성·제출했다고 하고서는, 채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변한 건데요. 돋보이는 가짜 이력을 제출해 채용됐다는 건, 소개인지 공채인지를 떠나 진짜 이력을 준비한 다른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은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더 큰 문제는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이 수원여대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4일 밤 MBC는 김씨가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다음해인 지난 2013년 안양대 겸임교수에 지원하면서 역시 가짜 수상 경력을 담은 이력서를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엔 2004년 서울국제에니메이션페스티벌 우수상을 받았다고 기재했는데요. 낯이 익죠. 6년 전 수원여대에 낸 지원서에는 대상을 받았다고 허위로 적었던 수상 경력을, 이번에는 우수상이라고 바꿔 기재한 겁니다. 조작된 가짜 경력을 이름만 바꿔 제출한 것이죠.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2014년 국민대 겸임교수 지원도 허위 기재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김씨는 이때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전문 석사를 한 경력을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라고 허위로 기재합니다. 경영전문 석사 과정은 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찾는 과정입니다. 교수 채용에 필요한 아카데믹한 수업 지도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국민대 허위 기재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 부교수를 지냈다고 기재했는데, 이 역시 ‘산학 겸임교원’을 한 것을 한참 부풀린 것입니다. 김씨는 이 허위 이력서로 국민대에 채용돼 5학기 동안이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2001년 한림성심대 시간강사로 지원할 때는 서울 대도초등학교 실기강사 이력을 적어냈는데, 역시 허위 이력입니다. 김씨는 대도초등학교에서 정식으로 근무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에 지원할 때는 한림성심대에서 강의한 이력을 한림대 강의 이력으로 바꿔서 냅니다. 2년제인 한림성심대보다 4년제인 한림대가 더 돋보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김씨가 허위 이력을 작성·제출해 근무한 곳은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15년에 걸쳐 5개 대학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제출한 이력은 18건에 이른다고 민주당은 지적했습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이처럼 심각한 학력·경력·수상 이력을 이렇게 심각하게 기재한 이력서는 처음이다. 해방 이후에 아마 이게 처음일 거 같다. (…) 18개의 이 이력에 대한 경력, 재직, 이런 부분을 검증해서 하나하나씩 공개하려고 한다.”(15일 민주당 김건희 관련 기자회견)

박찬대 민주당 의원 “타인의 기회를 빼앗아 ‘가짜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이야기다. (…) 김씨는 강사와 겸임교수 지원을 위해 대학 5곳에 이력서를 냈다. 이 이력서는 거짓과 과대 포장으로 점철된 기록이었고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는 도구로 악용됐다”(9일 국회 본회의)

‘허위 이력’ 공소시효 남았다…‘김건희 리스크’ 터지나 [논썰]

이준석 “결혼 전 일”…결혼 뒤에도 ‘허위 반복’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이 불붙으면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방위적으로 파문 진화에 나섰는데요. 방어 논리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결혼 전 일이니 문제삼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런 논리를 폈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자와 배우자가 결혼하기 한참 전에 있었던 일로 보이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 바라보면 될 것이다. (…) 후보가 공직자로서 부인의 그런 처신에 대해 결혼 이후에도 제지하지 못했다거나 이랬을 때는 다소 비난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 전의 일에 대해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김건희씨 본인도 YTN 인터뷰에서 ‘나는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당시엔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고 여러번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 본말을 전도한 궤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른바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유력 대선 후보 배우자의 비리 의혹이 공적인 검증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대통령 배우자에겐 ‘제2 부속실’ 등 공식적인 보좌 기구가 제공되고 세금이 들어갑니다. 비록 결혼 전의 일이라고 해도 사생활 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본인도 성실하게 소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
“우선 저는 대선 후보 배우자가 검증의 대상이냐 아니냐 깊게 생각해봤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이 검증의 대상이다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대선 후보 배우자가 영부인이 된다면 세금으로 활동을 지원하게 됩니다. 예컨대 청와대에는 제2 부속실 등 많은 지원 인력이 영부인을 위해 존재하거든요. 따라서 저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검증에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나누어서 봐야 됩니다. 사적 영역은 후보 배우자뿐만 아니라 영부인이라도 저는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허위, 위조, 조작 의혹들은 분명히 공적 영역에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15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홍준표 의원도 14일 온라인 플랫폼인 ‘청년의 꿈’에서 ‘김건희씨 과거 행적이 심각하다’는 질문에 대해 “만약 결혼 전 일이라고 모두 납득된다면 공직 전에 있었던 이재명 전과 4범은 모두 용서해야 하느냐”는 답을 내놨는데요. ‘결혼 전 일을 왜 문제 삼느냐’는 국민의힘 내부 주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겁니다. 홍 의원은 SNS를 통해서도 “윤 후보 대선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부인과 장모 비리 프레임에 갇히면 정권교체가 참 힘들어질 것이라는 조짐”이라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결혼 전 일이 뭐가 문제냐는 주장을 더 무색하게 한 건 김건희씨가 결혼 뒤에도 허위 이력 작성·제출을 되풀이해온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건희씨와 윤 후보는 2012년 3월에 결혼을 했는데요. 김씨는 결혼 뒤인 2013년과 2014년에도 안양대와 국민대에 허위 이력을 낸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윤석열 후보는 결혼 전 일이라고 하면서 부인의 가짜 인생을 두둔하고 있지만 김건희 가짜 인생은 결혼 후에도 반복됐다.”(15일 민주당 기자회견)
권인숙 민주당 의원 “윤석열 후보와 국힘에 묻겠다. 이 모든 것이 실수라고 했나. 결혼 전 일, 여성이란 이유로 검증 가혹하다 했나. 김건희는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 배우자다. (…) 국민 80%도 배우자 검증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허위 이력서 중 안양대는 결혼 후다. 어떻게 변명하겠나”(15일 민주당 기자회견)

윤석열 “전체적으로 허위 아내”…민주 “기적의 논리”

김건희씨를 비호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김씨의 이력 기재가 ‘전면적인 날조나 허위는 아니다’라는 주장입니다. 일정한 근거가 있고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한 것인데, 여권에서 과도한 정치 공세를 퍼붓는다는 겁니다. 윤석열 후보 자신이 이런 주장을 내세웠죠.

윤석열 후보
“수상이라는 게 완전히 날조된 게 아니라 자기가 부사장으로서의 회사의 운영과 작품의 출품을 했고, 그 회사가 제자들과 같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14일 관훈클럽 토론회)

국민의힘 선대위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쏟아냅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대위 상임공보특보 “개인 수상과 회사에서 주도적 역할로서 수상한 것, 그걸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기재한 것이다. 완전히 허위냐 그것은 조금 더 부풀린 거냐 이런 정도 차이라고 생각한다.”(1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김경진 국민의힘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 “후보 배우자 말로는 본인이 게임산업협회의 일을 도와준 건 맞다. 그런데 그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이런 부분은 지금 불분명하다라는 거고.”(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그러나 이런 주장 역시 터무니없는 감싸기에 불과합니다. 예컨대 김건희씨는 과거 자신이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김영만 회장 때 비상근 기획이사로 일했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YTN은 15일 김영만 전 회장 쪽 입장을 들어본 결과 “김건희씨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협회 설립 이후 정책실장과 사무국장으로 5년 동안 재직했다는 한 직원도 SNS를 통해 ‘최대 10명 미만일 정도로 직원 수가 적어 모든 직원이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는데, 당시 김건희씨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다양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 “술을 마셨는데 물도 먹었으면 음주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부분 사기는 사기가 아니고 부분 투기는 투기가 아니냐.”(15일 중앙선대위 회의)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 “기적의 논리를 펼쳤다. (…) 만약 여당 후보의 배우자가 그런 일을 벌였다면 윤 후보는 당장 수원여대를 압수수색하라고 주장했을 것이다.”(15일 중앙선대위 회의)

진정성 안 보이는 김건희 사과

파문이 확산되자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던 김건희씨도 결국 사과를 했습니다. 김씨는 15일 자신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허위 이력과 관련해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있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 여러분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끼실 수 있어 사과드린다.”

그러나 이걸 제대로 된 사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무엇에 대해, 왜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형식 또한 기자 질문에 답하는 간접 사과에 그쳤습니다. 계속 의혹이 확산하니까 일단 사과한다는 말로 급한 불을 끄고 보자, 이런 의도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남편인 윤석열 후보의 태도는 더 기가 막힙니다. 윤 후보는 김씨 사과에 대해 “적절해 보인다”고 마치 남의 집 일인 양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김씨에 대한 문제 제기를 ‘여권의 부당한 기획 공세’라고 규정한 뒤 그래도 ‘국민 눈높이에 미흡한 게 있다면’이라고 토를 단 겁니다. 전제에 또 전제를 단 ‘꼬고 또 꼬고’식 사과입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도 계속 김씨에 대한 의혹 제기가 억울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는데요.

윤석열 후보
“아니 그건 내가 하나 물어볼게. 여러분들 아마 가까운 사람 중에 대학 관계자 있으면은 한 번 물어보라. 시간강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수행하던 참모들이 만류하지만 “잠깐만”이라며 이를 제지한 뒤) “무슨 교수 채용 이렇게 하는데, 시간강사라는 거는 전공 이런 거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에요. 어디 ‘석사과정에 있다’, ‘박사과정 있다’ 이러면 얘기하는 거야. 공채가 아닙니다. 시간강사는.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예요. 그러고 무슨 뭐 채용 비리 이러는데, 이런 자료 보고 뽑는 게 아닙니다. 예? 그 현실을 좀 잘 보시라고. 그리고 무슨 뭐 출근 어쩌고 하는데 비상근 이사라고 하는 건 출근하는 게 아니고요 오늘 YTN 보니까 직원들한테 뭐 물어봐서 ‘출근했냐’ 하는데 출근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현실을 좀 잘 보고, 응? 이것이 관행이라든가 이거에 비춰봤을 때 이것이 어떤 건지 좀 보고 하세요. 저쪽에서 떠드는 거 듣기만 하지 마시고. 응? 한번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함 물어보세요. 시간강사 어떻게 뽑는지.”(15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인의 잘못에 대해 자신도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한데, 아예 질문하는 기자들을 가르치려 든 겁니다. 이런 ‘뒤끝 작렬 사과’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습니다.

당장 민주당에선 “잘못은 없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불편하다니 마지못해 사과는 한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언론 보도 이후 제기되고 있는 정당한 여론 검증에 대해 '우연이 아니다' '기획'이라며 겁박성 발언으로 일관한다. 사과는 겁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상습 사기’ 등 공소시효 남아…윤 후보 “심려 끼쳐 죄송”

이런 비판이 쏟아졌는데도 윤 후보는 계속해서 “자체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공식 사과를 회피했죠. ‘허위 이력’ 의혹 여파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서야 태도를 바꿉니다. 17일 오후 당사 기자실을 예고 없이 찾아와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한 겁니다. YTN 보도 뒤 사흘 만입니다. 윤 후보는 ‘허위 이력’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씀드렸으니 사과로 여러분들이 받아주시고, 그 나머지 분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전날까지만 해도 사과는 사실관계 확인 이후 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결정한 이유가 있나’, ‘아내 관련 의혹에 대해 인정하는 게 있다는 것인가’ 등의 질문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목되는 건 허위 이력 의혹이 앞으로 ‘수사 리스크’로 번질 수도 있다, 이런 관측까지 나온다는 점입니다. 허위 이력과 관련된 ‘사문서 위조죄’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소시효는 7년인데요. 현재로선 가장 최근인 2014년 국민대 허위 이력 제출 의혹의 공소시효 만료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이 허위 이력으로 5학기 동안 강의를 맡은 점이 공소시효 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위 이력으로 대학에 채용돼 월급을 받은 것은 ‘업무 방해’를 넘어 ‘사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사기죄는 공소시효가 10년에 이릅니다. 2013년 안양대 허위 이력 채용도 사기죄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허위 이력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행위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법률적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은 김씨를 ‘상습 사기’ 및 ‘상습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정성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허위 사문서를 작성해서 행사한 거 아니겠습니까? 또 일부는 사문서 위조 혐의도 있는 거고 그래서 만약 급여를 받았다고 해서 사기의 혐의도 있는 거고. 이게 무려 15년에 걸쳐서 5개 대학에 입학하면서 아니면 관여를 하면서 이게 사유가 됐기 때문에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입니다. 중대한 문제죠. 상습적이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시효는 시간은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국민 60% “대선 후보 선택에 배우자 영향”

김건희씨와 관련해선, 허위 이력 말고도 국민대에서 받은 박사 논문 등의 표절 의혹 또한 불거진 상황입니다. 현재 국민대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이 역시 결과에 따라 윤 후보의 대선 가도에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가 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이처럼 김건희씨에게 여러 의혹들이 쏟아지는 상황은 역대 대선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한국 대선 사상 처음으로 ‘배우자 리스크’가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6일 <에스비에스>(SBS)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국민 60%가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답했습니다. 김씨 의혹이 새로운 고민거리를 국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는 셈입니다.

자, 대선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김건희 의혹,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도움 채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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