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손잡은 서울사랑상품권, 제로페이 지우기 나서나

이밝음 기자 2021. 12.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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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들여 확보한 제로페이 가맹점 카카오에 넘겨" 비판
기존 앱 못써 이용자 불편..서울시 "상품권 효율 높인 것"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주민이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다. 2020.3.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발행 때마다 완판 행진을 기록한 서울사랑상품권의 판매대행처가 내년부터 제로페이에서 신한카드와 카카오페이 등으로 구성된 '신한컨소시엄'으로 바뀐다.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이 분리되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제로페이는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카카오 공화국'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사랑상품권, 제로페이에서 카카오페이로

서울시는 지난 13일 신한카드, 신한은행, 카카오페이, 티머니가 참여한 신한컨소시엄과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 협약을 맺었다. 신한컨소시엄은 내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을 맡는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발행하는 모바일 상품권이다. 7~10%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고 연말정산 때 30% 소득공제 혜택도 있어 인기가 높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처음 도입된 2020년부터 제로페이가 판매대행을 맡아왔다.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이후 '공공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겠다'며 판매대행점 선정공고를 냈다.

◇서울사랑상품권 업고 카카오 공화국 커지나

오프라인 결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카카오페이는 이번 사업 참여로 53만개 가맹점 정보를 확보하게 됐다.

이를 두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었던 카카오의 사업을 서울시가 도와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금을 들여 확보한 제로페이 가맹점 정보를 민간기업인 카카오페이에 넘겨준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는 2018년 비슷한 시기에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에 나섰지만 양쪽 모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후 제로페이는 서울시 지원과 지역상품권 판매를 등에 업고 가맹점을 120만개 이상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가맹점 확장이 쉬운 일이 아니라 초반에 제로페이도 어려움을 겪었고, 카카오페이는 사실상 오프라인 가맹점 확장에 실패했다"며 "카카오페이가 단순히 수수료 수익 때문에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에 참여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내년부터 새롭게 추가되는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 27만개에는 카카오페이가 QR키트를 보급한다. 기존 제로페이 가맹점 26만개에서도 카카오페이로 상품권 결제가 가능해진다.

앞으로 카카오페이가 자체 가맹점 확대에 나설 경우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 53만개에는 별도의 QR키트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우려에 관해 "카카오페이는 최소한의 결제정보를 이용한다"며 "서울시가 모집한 가맹점이 통째로 카카오페이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가맹점 이미지(카카오페이 제공)© 뉴스1

◇제로페이 강화한다더니…

서울시와 중소기업벤처부는 매년 제로페이에 100억원 이상 예산을 쏟아부어 왔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사업 초반에 공무원들을 가맹점 확보에 동원하고 자치구에도 가맹점 유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이처럼 제로페이에 수백억원 예산을 투입해놓고 민간기업에서 새롭게 결제망을 구축하는 것은 행정 연속성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제로페이로 서울사랑상품권 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이용자들도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은 기존에 쓰던 앱 대신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잔액도 옮겨야 한다.

지금까지는 비플제로페이 등 23개 앱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결제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 카카오페이와 신한쏠, 티머니, 머니트리, 서울페이플러스, 신한플레이 등 6개 앱에서만 상품권을 결제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로페이 앱에 상품권 잔액이 남아있어도 내년부터는 결제가 막힌다.

당장 내년부터 결제망을 구축하고 QR키트를 보급하려면 시간도 촉박하다.

이같은 문제에도 서울시가 제로페이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분리하는 것은 결국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제로페이가 직불결제보다는 상품권 결제를 위해 많이 이용됐는데, (사업을) 분리해서 상품권 발행과 사용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기존 제로페이 앱에 상품권 잔액 이전하기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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