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후보의 이율배반..공정이 '아킬레스건' 되자 버티기

성한용 2021. 12. 1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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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검사는 진실을 좇고 현장을 중시하며 공정과 정의에 모든 것을 겁니다. 기자와 검사가 권력에 굴복하면 정의가 죽고, 힘없는 국민은 위축됩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공정과 정의를 앞세웠기 때문에 국민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조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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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뉴스분석] 윤석열 '가족리스크' 방어 급급
포괄적 사과 뒤 구체 해명 외면
"공정과 정의에 모든 것 건다"
호언장담 '부인 의혹'에 흔들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보좌역 공개모집 현장을 방문해 면접자들을 격려한 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와 검사는 진실을 좇고 현장을 중시하며 공정과 정의에 모든 것을 겁니다. 기자와 검사가 권력에 굴복하면 정의가 죽고, 힘없는 국민은 위축됩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다. 공동체를 대표해 다른 사람을 처벌하고 심판한다. 검사를 오래 하면 자신이 곧 공권력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기자는 정치인을 검증하고 비판한다. 기자를 오래 하면 자신이 정치인보다 영향력 있는 존재라고 착각하기 쉽다.

타인을 비판하고 심판하는 자들에게는 ‘업보(카르마)’가 쌓인다. 검사와 기자를 오래 한 사람들이 곧바로 정치에 뛰어들면 위험한 이유다.

부인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태도가 화제다. 지난 17일 포괄적 사과를 한 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지난 17일 사과의 핵심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다.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 그건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19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으니 여러분이 잘 판단해 달라”며 “제가 일일이 답변드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과 의원들이 제기하는 의혹에는 틀린 내용도 많다. 당사자인 김건희 씨나 국민의힘 선대위가 해명하고 대응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맞는 부분도 많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윤석열 후보의 눈치를 살피는 것일까?

윤석열 후보는 왜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일까? 자존심이다.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밀리기 싫을 것이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역대 검찰총장이 아무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치하겠다고 나서지 않은 이유가 뭘까? 평생 칼자루를 잡고 있던 사람은 칼날 위에 서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윤석열 후보에게 정치인의 덕목을 기대하지 말라.”

윤석열 후보는 조국 사태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사로잡았다. 그래서 대선후보가 됐다. 하지만 김건희 씨 의혹으로 중도층이 조금씩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김종인 위원장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공정과 정의를 앞세웠기 때문에 국민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대통령 당선 뒤를 걱정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공정과 정의는 대선 뒤가 아니라 이미 흔들리고 있다.

버틸 수 있을까? 지지도에 달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조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떨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잃을 것 다 잃은 뒤에 사과는 사과대로 또 해야 하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

국민의힘 분위기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 야권 기류에 밝은 인사는 “후보와 당은 부인과 관련된 의혹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카드도 있기 때문에 대선에서 이긴다는 자신감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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