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 "참담".. 신지예 '윤캠행' 후폭풍

손가영 2021. 12.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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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에서 "반페미니즘 선봉대, 인권·노동 짓밟는 곳 입당한 셈", "정치적 자기부정" 비판 쇄도

[손가영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김한길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를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선후보.
ⓒ 공동취재사진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표방하며 신예 정치인으로 부상했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자, 그동안 그를 지지해왔던 사람들은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 전 대표가 페미니즘과 소수자 인권,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밝혀왔던 가치 지향과 정반대 기조의 정당을 택했다며 일각에선 '사기극'이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관련기사 : 윤석열 돕는 신지예... 국민의힘 안팎으로 시끌시끌 http://omn.kr/1whc7)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지 않은 시간 지지해 온 지지자로서 요청한다. 국민의힘 행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 평론가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신 전 대표를 공개 지지했고 2021년 보궐선거 땐 후원위원도 역임했다.

손 평론가는 "당신이 꿈꾸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가 현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내고 삼권분립 원칙도 박살 낸 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벼락 후보'와 함께 올 리가 없다"라며 "당신이 꿈꾸는 평등한 세계가 여성혐오 팔이로 남성 청년 표심을 노리고 '여자가 우연히 더 많이 죽었다'고 말하는 정치인들과 어깨를 걸고 함께 올 리가 없다. 당신이 꿈꾸는 녹색 미래가 무한 발전주의에 찌든 채 탈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올 리가 없다"고 썼다.

같은 시기 후원위원을 맡았던 최현숙 작가도 SNS를 통해 신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며 다른 지지자들에게 사과를 표명했다. 당시 함께 선거운동을 했던 김상철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도 SNS를 통해 "유감을 넘어서 규탄하는 마음"이라며 "혁파 대상에 가서 정치혁신을 한다니, 무슨 '김종인 할머니'가 와도 안 될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신 전 대표를 찍었던 서울시민 김아무개(34)씨는 "그의 입장문을 읽었으나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한 사람이 메시아가 될 순 없다. 그러나 그의 말과 행동을 믿었기에 많은 사람이 힘을 몰아줬는데 이 결과물을 결국 자기 영달을 위해 가지고 간 게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신 전 대표가 속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내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체는 이날 오후 "신지예 대표의 결정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와 사전에 논의된 바 없으며, 조직적 결정과 무관한 일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조직적 후속 대응은 추후 긴급 운영위원회 회의와 회원 총회 등을 거쳐 결정하고 안내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회원 일부는 신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며 단체를 탈퇴한다는 뜻을 페이스북 등 SNS에 공개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등이 2021년 7월9일 국민의 힘 당사 앞에서 국민의 힘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나무 한 그루 심는 심정으로 정치한다고 했는데..."

진보 정당과 여성계에서도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마음이 급했던 게 아닐까. 매번 선거에서 질 때마다 '지는 선거를 계속 한다'는 패배감이 그만큼 컸던 걸까"라며 "그럼에도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 전 대표는 이 공동대표가 제작에 참여한 '불꽃페미액션: 몸의 해방'(윤가현·류현아·이가현, 2021) 영화에도 주요한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등장한다. 이 공동대표는 "백래시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거는 용기를 보여 나 또한 감명받고 그를 보며 페미니즘 정치에 뜻도 키웠다"라고 회상한 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정치를 한다'는 신 전 대표의 말이 영화에 나오는데..."라며 씁쓸해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양당 아닌 정당들이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의미 없는 완주를 하기보다 양 당 중 하나로 힘을 몰아주자' 등의 논리를 펼쳐오곤 했다"며 "신 전 대표는 정확하게 이 논리를 행동으로 보였다. 제3지대에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건 당선 같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버티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데, 오히려 이게 무의미하다는 걸 행동으로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자기부정"이라고 평했다.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는 "신 전 대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 결정(국민의힘 합류)은 결국 국민의힘 지지자, 내부자, 중요 타깃층에 '페미니즘 정치가 망했다'거나 '페미니즘 정치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메시지로 이미 읽히고,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그러나 페미니즘 정치의 저변은 결코 그리 납작하지 않다. 페미니즘 진영의 정치인 한 명의 행보의 문제이지, 여전히 많은 페미니즘 정치인들이 남아 있고 이걸 믿는 지지자들도 확대되고 있다"라며 "SNS상에서 패배감, 참담한 정서가 나오지만, 이것만 선택적으로 보진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적으로 신 전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로 인해 그 당이 조금이라도 변화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인재영입을 통해 비비크림 바르듯 위장하는 행태를 반복해온 기성정당의 생리를 생각해보면, 당대표의 환영도 받지 못하는 인사가 얼마만큼의 당내 실질적 지위와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을까요"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송명숙 청년진보당 대표도 "진보정치가 사회를 바꿔 온 건 현실론이 아니라 시민들의 촛불이라든지, 불법촬영 등 문제를 공론화시켰던 2018년 여성들의 '불편한 용기'나 혜화역 시위 등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행동과 희망이었다"라며 "이 사안을 이유로 페미니즘 정치를 응원했던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도록 진보 정치인들이 현장에서 사람들을 더 모아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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