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이킥] 박종철기념사업회 "'설강화' 우려 현실로.. 아픈 역사 고증 없이 다뤄선 안돼"

MBC라디오 2021. 12. 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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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설강화, 명백한 왜곡 의도 지녀 무책임해
- 가해자 편을 들어 피해자에게 고통 주는 드라마
- 아픈 역사를 다룰 땐 무게를 가져야




■ 프로그램 :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 평일저녁 6시5분~8시)

■ 출연자 :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진행자 > 지난 주말에 시작한 드라마 ‘설강화’가 역사왜곡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987년이란 시대적 배경 속에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당시 정보기관인 안기부를 미화했다는 것이 논란의 이유인데요. ‘설강화’의 배경과 같은 해에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를 기억하는 분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 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연결해보겠습니다. 이현주 사무국장님 안녕하세요?


☏ 이현주 > 네,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우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소개 좀 해주시죠.


☏ 이현주 >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되었던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합니다. 이 사건은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폭발시켰고 또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어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죠. 저희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런 박종철 열사정신을 계승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분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사무국장님께서도 드라마 ‘설강화’ 직접 보셨습니까?


☏ 이현주 > 봤습니다.


☏ 진행자 > 어떠셨습니까? 보시면서.


☏ 이현주 > 저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보고 나서 사실 우려가 기우이길 바랐는데 역사적으로 너무 무책임하고 그리고 너무나 명백한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다, 이렇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진행자 >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다.


☏ 이현주 > 예.


☏ 진행자 >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어떤 우려를 처음에 가지고 계셨었죠?


☏ 이현주 > 사실은 드라마 주요 키워드가 안기부, 간첩, 민주화운동, 이렇게 세 가지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저희가 기억한 80년대 안기부는 정말 그 저희가 너무나 공포스러운 기관이었거든요. 저희가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저희의 생각을, 저희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안기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어떻게 죽음이 은폐될지 모르는 상황에 항상 노출돼 있었거든요. 그런 공포스러운 상황을 조작하고 공포로 국민들을 통제했던 기관이 바로 안기부예요. 이런 안기부에 대해서 안기부가 제일 노골적으로 한 것들이 민주화운동을 요구하는 사람들 또 민주화운동 관련 없는 사람들도 잡아다가 고문을 통해서 간첩으로 조작을 했잖아요. 그러면서 국민을 통해서 국민들한테 이렇게 간첩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데 너희가 철없이 민주화를 요구해? 이런 데도 요구할 수 있어? 라는 정말 협박을 했었거든요. 이런 시대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도 명백하고 여기에 대한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이런 키워드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 고증 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가해자의 편을 들어서 피해자들에 고통을 주는 그런 드라마로밖에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이 컸습니다.


☏ 진행자 > 걱정이 크셨고 그래서 보셨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지금 알고 계시겠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 ‘설강화’ 드라마 중단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에 28만 명 넘게 현재 동의서명을 해주고 계시거든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극중 주인공 중에 한 명이죠. 소위 드라마 용어로 서브 남자 주인공이라고 하나 본데요. 이 주인공 중에 한 명의 직업이 안기부의 팀장이고 그 팀장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안기부를 표현하는 방식이 문제다, 이렇게 지적하고 계시던데 같은 생각이신가요?


☏ 이현주 > 네, 맞습니다. 안기부 직원이 팀장이죠. 팀장이 등장하는 서사가 전 굉장히 황당했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대동강1호라는 간첩을 쫓을 때 동료가 희생당하죠. 동료가 희생당하면서 이 사람의 분노, 간첩을 쫓는 이 사람의 모든 행동이 굉장히 어떤 희생자로서 정의 당하는 거죠. 희생자로 안기부 직원을 정의하게 됩니다. 새로운 아이덴티티죠. 안기부에 대한.


☏ 진행자 > 간첩한테 동료를 희생당했으니까.


☏ 이현주 > 네.


☏ 진행자 > 피해자 같은 모습으로 안기부 팀장이 등장한다, 이런 말씀이죠?


☏ 이현주 > 예, 그뿐만 아니라 이후에 보면 실제로 감독이 얘기할 때는 80년 당시 대선 상황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고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당시 보면 굉장히 기괴한 당시 권력자들의 모습이 나와요. 그리고 심지어는 북한한테 돈을 줘서 야당후보의 자문위원을 교수를 북으로 납치해서 북한의 돈을 받고 한다는 북풍을 불러일으켜 달라는 그런 조작하는 거래하는 것도 나와요. 그렇다고 당시 권력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게 안기부 팀장 주인공을 둘러싼 부조리한 현실을 까는 장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정의를 추구하는 안기부 직원은 이런 부조리한 현실, 국가권력과 때론 언론과 또는 국민들로부터 진실을 외면 받는 피해자가 되는 거죠. 이 사람이 결국은 혼자서 진실을 꿰뚫고 정의를 구현하는 그런 존재로 미화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같은 사안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 같은데 제작진은 그런 시각에 대해서 안기부에 대한 미화가 아니다. 주인공이 오히려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는 형태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다, 이렇게 봐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볼 수 없는 건가요?


☏ 이현주 > 시스템에 대한 등을 돌리는 건 아니라고 보고요. 예를 들어서 거기 대동강 1호 정해인 씨죠. 숨겨주는 여자대학교 운동권 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 학생이 어떤 말을 하느냐 하면 그 정해인 씨에 대해서 간첩이라잖아 빨리 신고하고 내보내라는 친구한테 그건 짭새들이 맨날 하는 소리야 걸핏하면 우리를 빨갱이로 모는 거 몰라? 그리고 또 뭐라고 하느냐하면 더 기가 막힌 건 짭새들은, 짭새를 안기부를 지칭을 이렇게 하더라고요. 여기서는. 정부와 국민사이를 이간질하고 불신을 조장한다고 데모하는 애들은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요라고 얘기를 해요. 그럼 처음에는 간첩이란 존재와 그 민주화운동 참여자를 분리하는 척 해요. 분리하는 척 하면서 안기부는 철저하게 민주화운동 탄압하는 게 아니라 간첩을 검거하는 그런 기관이다. 그러면서 안기부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여자 주인공 오빠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다가 군대에 끌려가요. 그런데 나중에 오빠와 이 간첩을 동일시 시켜요. 그래서 민주화운동 참여하는 자는 간첩이란 당시 국가기관과 안기부의 주장은 옳았어 라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조로 갑니다.


☏ 진행자 > 마지막으로 이거 여쭤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마다 왜곡논란이 불거지고 그때 이제 대개의 경우 제작진들은 창작의 자유 보장을 요구합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것도 자유영역으로 봐달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현주 > 그런데 이게 역사를 가지고 어떤 가상의 세계 배경을 한 게 아니잖아요. 사실 여기는 처음에 제가 아마 드라마 처음 시작할 때 철저하게 여기는 사건 배경 모든 것들이 실제와 관련 없다는 자막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 자막 하나로 그 사실 관련이 있는데 관련 없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역사를 배경으로 할 때 특히 저희는 아픈 역사가 많잖아요. 정말 국가가 국민을 향해서 폭력을 휘두르고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정권을 유지했던 그런 역사가 너무나 되풀이되었잖아요. 그랬을 때 저희가 그것과 관련된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여전히 있는 아픈 역사를 다룰 때는지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이 더한 무게를 가지고 봐야 됩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진실에 기반되지 않고선 그것을 가상으로라도 배경을 써선 안 된다고 봅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현주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지금까지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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