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 '단기 치명률' 급등에 대한 한 가지 가설

한겨레 2021. 12. 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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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3차접종률 같을때 영국과 비교..단기 치명률 1.6~1.8% 영국 4~5배
감염자 못 찾아 '치명률 산식' 왜곡 가능성..검사수 늘려야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감염자와 확진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감염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에는 검사를 받는 사람도 있고 안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검사를 받아서 양성이 나온 사람은 확진자입니다. 감염자는 확진자보다 많습니다. 무증상이나 미미한 증상의 감염자 중에서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확진자 중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월 치명률이 1.12%로, 일상회복 조처 직전인 10월(0.64%)에 견줘 두배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분석을 위해 ‘단기 확진자 치명률’을 기준으로 영국과 비교해 봤습니다. ‘단기 확진자 치명률’은 신규 사망자 수를 사망자가 확진된 2~3주 전의 신규 확진자 수로 나눠 계산했습니다. 지금부터 특별한 설명없이 언급하는 치명률은 ‘단기 확진자 치명률’을 의미합니다.

그림1. 한국과 영국의 단기 치명률로 비교 분석한 한국의 코로나 상황. (데이터 출처: 한국 질병관리청, worldometers, 데이터 분석: 윤복원)

영국은 한국과 같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접종한 나라입니다. 1~2차 백신접종률은 한국보다 낮지만 감염으로 인해 자연 면역을 지닌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1~2차 백신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과는 면역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최근 한국의 3차접종률과 비슷한 날짜의 영국 데이터와 비교하면 두 나라의 코로나 상황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단기 치명률은 1.6~1.8%로 0.4%도 안되는 영국 단기 치명률의 4~5배 수준입니다. 같은 신규 사망자 수가 나왔다고 해도 2~3주 전의 신규 확진자 수는 한국이 영국보다 4~5배 적다는 얘기입니다. 19일 기준 한국의 1주일 일일 신규 사망자수 평균은 67.1명 수준입니다. 한국의 19일자 단기 치명률 1.65%는 2~3주전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4060명 수준이었음을 의미합니다. 19일 한국의 3차 접종률은 22.5%였습니다. 영국의 3차접종률이 22.5%였을 때는 11월20일입니다. 이 날짜의 영국 단기 치명률은 0.386%입니다. 만약에 영국처럼 검사를 많이 해서 단기 치명률이 0.386%이 나왔으면 한국의 2~3주전 신규 확진자 수는 1만7400명이었을 것입니다. 4060명의 4.3배 수준입니다.

그림 2. 5만명의 감염자가 있고 이들 중 사망자가 100명이 나온다고 했을 때, 한국과 영국이 감염자를 찾아내는 수준을 비교. 감염자를 못 찾아낼수록 치명률은 상승한다.

이런 치명률 추세가 유지된다면, 영국처럼 검사 건수를 늘릴 경우 최근 신규 확진자수 7천여명이 아니라 3만명이라는계산이 나옵니다. 영국도 감염자 전체를 다 확진자로 찾아내는 것은 아니므로 이 3만명은 실제 신규 감염자의 하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체 신규 감염자의 20% 정도만 확진’ 또는 ‘실제 신규 감염자수는 신규 확진자수의 5배’가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후 평균 7일 동안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하면, 최근 일주일간 새로 감염된 사람들 수가 감염을 전파하는 사람 수입니다. 최근 1주일 평균 일일 신규확진자수가 6830명이므로 이의 5배인 3만4천명의 감염자가 매일 생긴 셈입니다.

만약에 감염자가 1주일 동안 감염을 전파할 수 있다고 하면, 그 7배인 24만명이 감염을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주일 동안 찾아낸 확진자수는 4만8천명 정도이므로, 약 19만명의 감염자는 격리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엄청나게 많은 ‘찾지 못한 감염자’들이 격리되지 않은 채 일상생활을 하면서 감염이 확산되고, 새로 감염된 사람은 다시 일부만 확진자가 되면서 감염이 더 확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감염 확산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감염 확산의 악순환을 끊는 시작점은 ‘찾지 못한 감염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야 감염된 줄 모르고 생활하는 전염력 있는 감염자들이 줄면서 감염 확산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영국이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는 이유

영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의 하루 검사건수는 약 160만건까지 올라갔습니다(그림 3). 한국의 선별검사소와 임시선별검사소의 하루 검사건수를 합친 것보다 5배 이상 많습니다. 영국 인구가 한국보다 30%더 많은 것을 감안해 인구당 검사건수로 따져도 거의 4배 수준입니다. 영국의 하루 PCR검사 역량이 80만건 정도로 나와 있는 것을 고려하면, 160만 검사건수의 상당 부분은 항원검사를 비롯한 비PCR검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이 확진자수가 많아서 검사건수가 많아진 것이라는 주장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과 5월 사이의 데이터를 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영국의 하루 신규확진자수는 2천~6천명이었습니다. 이 당시에도 하루 검사건수는 수시로 1백만건을 넘겼습니다. 확진자수가 많아서 검사건수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는 거죠. 3월에서 5월 사이에 영국은 사실상 전국민 전수검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검사를 하고 있는 영국은 백신 3차접종 진행 상황과 관계없이 치명률을 0.4% 또는 그 이하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0.3%이하로 낮아졌습니다. 감염된 사람들을 검사로 충분히 많이 찾아내면서 확진자는 많고, 이로 인해 치명률(사망자수÷확진자수)은 충분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림3. 영국 정부 발표 코로나 진단검사 건수. 출처 : https://coronavirus.data.gov.uk/metrics/doc/newVirusTestsByPublishDate#uk

‘위드코로나’보다 더 중요한 요인

최근 영국의 코로나 일일 신규 사망자수 평균은 한국의 2배 정도입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수는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이 나옵니다. 따라서 치명률(사망자수÷확진자수)도 한국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한국의 최근 단기 치명률이 영국보다 5배 높다는 것은, 같은 신규 확진자수가 나왔어도 그들중 사망하는 사람수는 한국이 5배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 언론에서도 한국의 높은 단기 치명률에 대한 기사가 가끔씩 나오고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일상회복을 성급하게 추진한 것, 백신 예방효과가 낮아진 것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 요인들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감염자를 너무 많이 못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 회복에 진입한 영국이 코로나 사망 위험이 큰 사람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특별한 비책이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에 취약한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더 감염시킨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위중증환자 관리를 영국보다 엄청나게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한국의 높은 치명률은 감염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치명률을 계산하는 데 분모로 쓰는 확진자수가 5배 적게 잡혀서 치명률이 높게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감염자를 제대로 못찾는 것은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검사건수가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찾지 못한 감염자’들이 격리되지 않으면서 감염이 확산되고, 이렇게 새로 감염된 사람은 일부만 확진자가 되면서 감염이 확산되는 악순환을 끊는 시작점은 ‘찾지 못한 감염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야 전염력이 있는 감염자를 더 많이 격리함으로써 감염 확산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럴려면 검사수를 영국 수준으로 대폭 늘려야 합니다. 검사 받고 싶은 사람이 기다리지 않고 검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영국처럼 항원검사와 같은 비PCR 검사 방식도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을 찾아내 의무 검사 수준으로 검사하는 조처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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