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대까지 치솟던 은마가 4억 하락..전세도 얼어붙었다

김원 2021. 12. 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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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 전세 매물이 쌓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18일 수학능력시험 이후 기대했던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 학원 밀집지역의 '학군수요'마저 사실상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시장에는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34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3만688건)과 비교해 2.1% 늘어난 수치다. 1년 전 1만5953건과 비교하면 96.4%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2년 2개월여 만에 100 이하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8.5로 2주 연속 100 이하였다. 이 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과 그로 인한 전셋값 폭등으로 갱신 계약은 늘어난 반면 신규 계약은 급감한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이 조정 없이 계속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화고 있지만, 주간 조사 기준으로 2019년 7월 이후 129주 연속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기준 약 6억3223만원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4억6458만원)과 비교해 1년 4개월 만에 36.1% 올랐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등의 돈줄 죄기가 맞물리면서 매매, 전세 가릴 것 없이 이주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전세 매물증감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통적으로 수능 이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몰리는 대치동, 목동 등의 학군 수요도 사라진 상황이다. 아실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세 매물이 439건으로 1년 전 30건과 비교해 1363.3% 폭증했다. 서초구 반포자이(30→304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24→153건) 등 강남 주요 단지의 전세 매물도 크게 늘었다. 전세 매물이 늘면서 가격도 약세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년 전만 해도 전셋값이 일주일 새 1억∼2억원씩 급등하고 전세를 못 구해 난리였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 7월 11억5000만원에 계약돼 최고가를 찍은 후 가격이 하락해 현재 7억5000만원짜리 매물도 나오고 있다.

목동의 상황도 비슷하다. 목동신시가지 12단지는 1년 전과 비교해 매물 증가율이 76.1%(21→37건), 10단지는 58.3%(24→38건)로 매물이 쌓이는 중이다. 다만 목동의 경우 은마아파트처럼 전셋값을 크게 내린 매물은 많지 않다. 12단지 전용 73㎡의 올해 전세 실거래가는 6억1000만~6억8000만원인데 현재 매물 가격은 6억5000만~7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전세 시장이 안정화 흐름을 보인다고 진단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지난해 8월 이후 최다 매물이 출회되고 가격 상승세가 지속해서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세 시장 안정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 말 이후 새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돌아오는 것도 전세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을 2년 연장한 매물이 내년에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입주물량 감소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20가구로 올해(3만1947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임병철 팀장은 "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사용한 전세 이주 수요가 몰리면 집주인들은 4년 치 인상분을 받으려 해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전국 주택 전셋값은 6.5%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예상 상승률(4.6%)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동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월세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않은 집주인에게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을 1년으로 완화해 주는 '상생임대인' 제도를 포함했다. 임대차3법 시행으로 신규 계약과 갱신계약, 갱신청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전세 보증금 차이가 벌어지는 '삼중가격' 현상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모처럼 찾아온 전세 시장 안정화 흐름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해당 주택이 계약 시점에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이고, 1가구1주택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 공동주택은 올해 약 52만4420가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1가구 1주택에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한정해 적용하는 만큼 자기 집을 전세로 주고 본인도 임대로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제도"라며 "향후 다주택자에게도 확대 적용되지 않는 이상 전체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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