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어머니, 마지막 인사도 못해.. 이 나라는 배려조차 없다"

이보람 2021. 12.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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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용미리시립공원묘지.

신병치료를 위해 입원한 요양병원에선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간병인과 간호사 모두 사표를 내겠다고 하니, 확진된 어머니를 가족이 직접 돌보라"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망자에게 인권은 없었다"며 "어머니가 수의도 입지 못한 채 환자복 차림 그대로 화장장에 들어가셨다 생각하니 불효를 한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고 비통한 얼굴로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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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도 안돼 양친 모두 하늘로
확진 母, 검은색 비닐에 싸여 안치
인사는커녕 수의도 못 입혀드려
"얼굴만 투명 재질 등 배려 아쉬워"
21일 김씨(오른쪽)가 용미리시립공원묘지 납골당에서 부모님의 명복을 빌고 있다.
2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용미리시립공원묘지. 삼우제를 지낸 김모(55)씨는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김씨는 지난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먼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양친을 모두 여의었다.

지난 14일 오후 그의 아버지(90)가 돌아가셨다. 6·25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인 아버지는 한 달 전쯤 신장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3일 후인 16일 오전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뒤 경기 성남화장장으로 시신을 옮겼다. 태극기에 쌓인 관을 보며 화장 차례를 기다리는 도중에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머니(85)가 숨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순간 머리가 멍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번에 떠나보내야 하는 설움에 북받쳐 아버지 관 위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두 겪은 것 같다”고 씁쓸히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 7일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를 간병하던 요양보호사를 통한 감염이었다. 신병치료를 위해 입원한 요양병원에선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간병인과 간호사 모두 사표를 내겠다고 하니, 확진된 어머니를 가족이 직접 돌보라”고 했다. 어머니를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옮기는 일도 쉽지 않았다. 병실이 없어 12일에야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나흘 만에 세상을 등졌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어머니의 시신은 검은색 비닐에 싸여 영안실에 안치됐다. 아버지 화장을 마친 후 영안실을 찾아 “마지막으로 어머니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거절당했다. 장례식도 없이 ‘선화장’을 위해 병원 구급차에 실려 화장장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아닌데’라는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김씨는 어머니 관 위에 “꽃이라도 놓아 달라며”며 하얀 국화꽃 한 다발을 보건소 직원에게 건내며 어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김씨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망자에게 인권은 없었다”며 “어머니가 수의도 입지 못한 채 환자복 차림 그대로 화장장에 들어가셨다 생각하니 불효를 한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고 비통한 얼굴로 통곡했다. 김씨의 아내는 시어머니를 돌보다 감염됐으며 큰아들(23) 또한 같이 감염돼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씨는 “외국에선 얼굴 부분만이라도 투명한 재질로 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데, 이 나라는 그런 배려조차 없다”며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해 비통한 심정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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