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조선-고구려 계승 드러난 유적을 '만주족 유적'으로 왜곡

유석재 기자 2021. 12. 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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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조선, 고구려 유적인 만발발자 유적 옆에 2017년 개관한 퉁화시박물관. '기자는 예맥족의 시조'라고 선전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고구려가 고조선을 계승했음을 보여주는 유적을 중국 당국이 ‘만주족 유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은 최근 발간한 연구서 ‘고조선과 고구려의 만남’에서 중국 지린(吉林)성 퉁화(通化)시 만발발자(萬發撥子) 유적에 대해 분석했다. 1956년 발견된 만발발자 유적은 고조선과 고구려 문화층(層)이 한 곳에서 퇴적된 채 발견된 대형 유적이다.

고조선과 고구려의 계승성이 드러난 만발발자 유적 현장. /동북아역사재단

초기 철기시대에 해당하는 3기와 4기 문화층에선 고조선의 물질문화인 고인돌, 세형동검, 점토대토기와 고구려 적석총(돌무지무덤)의 원형으로 보이는 무기단석광적석묘 등이 발굴됐다. 그 위인 5기 문화층은 완전히 고구려 문화 일색이다. 박선미 동북아연구재단 연구위원은 “4기 문화층을 기반으로 한 주민이 5기 문화층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구려가 한국사의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계승했다는 것은 우리가 배운 대로 당연히 고구려가 한국사의 한 나라라는 것이 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동북공정을 강변해 온 중국은 이 유적에 대해서 왜곡된 시각을 보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몇 차례에 걸쳐 조사와 발굴이 이뤄졌고 1999년 ‘중국 10대 발굴’로 선정됐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유적 발견 60여 년이 지난 2019년에서야 발굴보고서가 나왔으나, 이 유적이 마치 중국사에 해당하는 것처럼 작성했다.

중국 퉁화시박물관에 전시된 만발발자 유적의 발굴 당시 모습. /동북아역사재단

그 동안 유적 주변에선 계속 왜곡이 이뤄졌다. 2016년 유적 옆에 ‘퉁화 장백산민속박물관’이 개관해 2017년 퉁화시박물관이 됐다. 2018년에는 만발발자유적 민속공원이 만들어졌다. 출토 유물을 전시한 퉁화시박물관은 기자(箕子)가 예맥의 시조인 것처럼 묘사했는데, 중국 은나라의 유민인 기자가 동쪽으로 이주해 기자조선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한국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적공원에는 광장, 민속풍경 거리, 호수 등을 마련했는데 만주족 문화 일색으로 꾸며 놓았다.

중국이 2018년 만발발자 유적 옆에 만든 민속공원을 소개한 중국 잡지 '삼화(參花)'의 2018년 2월(上)호 기사. 공원이 고조선-고구려 유적인 만발발자 유적을 만주족 유적인 것처럼 왜곡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박선미 위원은 “중국 정부는 만발발자 유적 일대의 박물관과 공원 설립을 통해 중국 동북 지역의 소수민족에 대한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선전과 역사 대중화를 본격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란 현재 중국 영토에 거주하는 모든 민족의 역사가 중국 역사라는 논리로,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주장의 바탕이 된다. “고구려 대신 만주족을 내세우는 것은 ‘포스트 동북공정’이 사실상 고구려사를 삭제하는 수순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고 박 위원은 말했다.

이번 연구서에서 만발발자 유적의 고조선·고구려 계승성을 연구한 국내 학자들은 강인욱 경희대 교수, 김현숙 동국대 교수, 이종수 단국대 교수, 이후석 경희대 연구교수, 김상민 목포대 교수, 양시은 충북대 교수 등이다. 이들은 “고고학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만발발자 유적은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걸친) 고조선 중심의 네트워크가 고구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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