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토론하자는데..윤석열은 '법정 토론 세번만' 고수 중

심우삼 2021. 12.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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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선거법상 내년 2월15일 이후 3회
정의당 "토론 거부자가 부적격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네거티브 공방이 아닌 정책 경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이재명·심상정 후보가 티브이 토론을 요구하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는 ‘법정 티브이토론만 하겠다’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22일 <에스비에스> 인터뷰에서 “(대선은) 일꾼을 뽑는 건데 코로나 위기 극복이라는 난제를 두고 누가 그 문제를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저비용으로 해결해낼 것인지 국민들이 따져보고 할 시간이 없어지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 (토론회 없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며 “김종인 대표가 네거티브 그만하고 정책 경쟁하자고 하는 데 많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달 8일 1대 1 정책토론을 제안했지만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다. ‘정책 경쟁하자’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다르게 토론을 회피하고 있는 윤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익단체와 직능단체들이 대통령 후보들의 견해를 듣고 싶어서 초청토론회를 요청하고 있지만, 윤 후보는 초청에 응하지 않고 티브이 토론이나 각종 공개 토론에 나오길 거부하고 있다”며 “이렇게 토론을 회피하고 자기 부인 공개도 안 하고, 이런 후보의 무엇을 보고 찍어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앞서 기획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와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연대 합동 간담회는 모두 윤 후보가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은 토론회를 통해 ‘준비된 후보’라는 이 후보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행정 경험이 많은 이 후보가 토론을 주도하며 정치 초년생인 윤 후보에게 비교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의 정책과 자질 검증을 위해 본선 기간 이전에도 토론을 열어야 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67.7%가 “알 권리를 위해 토론회는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티브이 토론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은 것도 민주당이 토론회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는 숨는 것 자체가 리스크인 상황이다.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극복하려면 전면에 나서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계속해서 토론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전날 “의혹도 많고 국민들 문제의식도 크니까 빨리 토론회를 해서 국민들에게 검증할 기회를 줘야 되는데 유력 후보들이 거부하니까 토론회가 안 되고 있다”며 “국정운영을 책임지겠다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분들의 도리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법정 토론 이외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태도는 대단히 부적절하며, 시민들과 언론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토론을 거부하는 자가 부적격자”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어서 링에 올라서라’는 요구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논란으로 촉발된 ‘네거티브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공개적인 정책 논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네거티브를 돌파하는 유일한 길은 정책대선으로의 전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히 대선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회피하지 말고 토론에 즉각 응하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내년 2월15일 이후에 열리는 법정 토론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무능함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국정에 대한 식견이 없어서’ 토론회를 회피하는 거 아니냐는 다른 후보들의 공세에도 윤 후보 쪽은 토론 최소화가 더 낫다는 판단이다. 공직선거법에선 선관위 주관 대선 티브이 토론회를 선거운동 기간 중 ‘3회 이상’으로 규정해, 후보 간 합의가 없으면 토론회는 3회로 끝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선대위에 합류한 황상무 전 <한국방송>(KBS) 앵커가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아 윤 후보 ‘맞춤형 토론 수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토론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토론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 후보의 일방적인 토론 요구에 굳이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심우삼 임재우 조윤영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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