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점점 밀리네.. 알리바바의 마법은 끝났나

신수지 기자 2021. 12.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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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실적도 주가도 추락

10년 넘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군림해온 알리바바의 왕좌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알리바바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순이익은 34억위안(약 6309억원)으로, 전년 동기(265억위안)보다 87%나 감소했다.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일인 광군제(11월 11일) 매출도 전년보다 8.4% 증가하는 데 그쳐 행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했다. 이로 인해 전년 대비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연간 매출 전망치도 23%로 하향 조정했다. 알리바바 주가는 올 들어 48% 하락했다.

알리바바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기본적으로 정부 규제와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에 기인한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반독점법 위반으로 3조원대 벌금을 부과받는 등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자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지난달 중국 소매 판매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4.6%)를 크게 밑도는 3.9%에 그치는 등 전반적인 소비 심리도 위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리바바 실적 둔화의 핵심 요인이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이다. 알리바바 역시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소비 둔화’와 함께 ‘전자상거래 경쟁자 포화’를 실적 부진 이유로 꼽았다. 리서치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47%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2015년에는 알리바바의 점유율이 78%에 달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쟁 플랫폼들이 알리바바의 파이를 먹어 치우며 가뜩이나 위태로운 알리바바를 사면초가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그래픽=김의균

◇떠오르는 더우인·핀둬둬

알리바바를 위협하는 대표적 경쟁 업체는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글로벌 쇼트폼 영상 플랫폼 틱톡(중국명 ‘더우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더우인은 올해 전자상거래 총거래액(GMV) 목표치를 1조위안(약 185조75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매출 추정치 1500억위안(약 27조8600억원)의 6배가 넘는다. 알리바바의 연간 GMV(6조5890억위안)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8년부터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한 더우인은 사용자들이 쇼트폼 콘텐츠나 라이브 방송을 보다가 영상 내 링크를 클릭해 곧바로 앱 내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올해 1월에는 자체 결제 수단인 ‘더우인 페이’를 출시했고, 지난 3월부터는 브랜드 계정이 앱 내에서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더우인의 강점은 강력한 알고리즘 추천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제품이 포함된 영상을 계속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앱에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든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 타오바오에서 월평균 350분을 소비하는 반면, 더우인에선 1871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우인은 자사의 전자상거래 방식을 ‘흥취(興趣) 커머스’라고 부른다. 캉저위 더우인 전자상거래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흥취 커머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니즈(구매 욕구)가 불분명한 사용자들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이미 확보한 대량의 우수한 쇼트폼 영상과 생방송 크리에이터들을 활용해 새로운 형식의 전자상거래 패러다임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서민층을 공략한 공동 구매 플랫폼 핀둬둬 역시 알리바바의 강력한 경쟁자다. 핀둬둬는 지난해 이용자 수 기준으로는 이미 알리바바를 꺾었다. 핀둬둬의 지난해 구매 고객 수는 총 7억8800만명으로, 알리바바(7억7900만명)를 제치고 이용자 수 기준 1위 전자상거래 앱에 올랐다. 핀둬둬는 중국 전체 인구의 68%가 몰려 있는 중소 도시와 농촌 서민층을 노려 공동 구매 방식에 기반한 박리다매 전략을 채택했다.

또 되도록 많은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12억명이 이용하는 중국 국민 메신저 ‘위챗’과 손을 잡았다. 상하이 소재 분석 회사 차올리의 다프네 투인 CEO는 “알리바바는 위챗 같은 메신저 기반이 없어 핀둬둬만큼 효과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할 수 없다”며 “핀둬둬에서 저렴한 가격에 쇼핑하던 소비자들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제임스 양 파트너는 “5~6년 전만 해도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라는 양대 산맥의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핀둬둬에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지갑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해외 시장 눈돌리는 알리바바

국내 시장 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이달 초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애널리시스의 천타오 분석가는 “알리바바는 국내 시장에서 잠재 사용자를 늘릴 여지가 더 이상 없다”며 “다만 해외 시장과 비소매 시장에서는 더 높은 성장을 이룰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알리바바는 기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와 B2B(기업 간 거래)로 나뉘던 사업 구조를 없애고, 전자상거래 사업을 국제와 중국 사업부로 재편했다. 국제 사업부에는 B2C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 동남아시아 온라인 쇼핑 플랫폼 ‘라자다’ 등이 포함된다.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인 타오바오와 티몰 사장을 맡았던 장판(蔣凡)이 국제 사업부를 맡는다. 이런 계획을 발표하자 알리바바 주가가 하루 만에 10.4% 오르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알리바바의 해외 도·소매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5% 수준에 불과하다. 루젠왕 완칭컨설턴시 대표는 “이번 사업 개편으로 알리바바가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오직 방어적 전략만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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