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첫 회식부터 성추행, 마사지 44번..회장님 비서의 다이어리

고재민 2021. 12. 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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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저희는 오늘부터 한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의 회장이자 주요 스포츠협회 회장인 이 모 회장의 성폭력과 갑질 의혹을 폭로하려고 합니다.

회장의 비서가 지속적으로 당한 피해의 정황이 담긴 육성 녹음과 하루하루 적어놓은 기록들을 MBC가 입수했는데요.

그 안에는 첫 번째 회식부터 비서에게 성추행을 하고, 사무실과 집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안마를 시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고재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9년 9월 19일, 한 자동차부품 업체 회장실.

비서가 녹음한 이 모 회장 목소리입니다.

[이 모 회장(2019년 9월 19일, 회장실 녹취)] "너 50kg도 안 되지? 좀 위로 올라와서 앉아봐. 너 50kg 안 돼. 허벅지 있는데 조금씩…"

여성인 비서를 몸 위에 앉으라고 한 뒤 안마를 지시합니다.

이 직원이 비서로 근무한 2018년 6월부터 쓴 다이어리입니다.

2018년 6월 25일, '환영회식, 첫 대면, 나 너 좋아해도 되니, 발안마, 뽀뽀, 죽고 싶을 정도로 싫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회장 사택에서 2차를 하자던 이 회장이, 갑자기 "발을 안마해 달라"고 시키더니, 다른 사람이 자리를 뜨자 급기야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피해 직원] "(회장님이) 'A 대리 좋아해도 되냐?'고…그러다가 키스를 하셨어요. 갑자기 오셔서 눌러버리니까…'전 집에 가보겠다'고 그러고 정신없이 미친 듯이 나왔었죠."

당시 37살 미혼이었던 피해 직원은 하지만 신고를 하진 못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어렵게 구한 직장인데 가족이 사기를 당해 수억 원의 빚이 있었고, 회장이 마당발이라 겁이 났다고 합니다.

[피해 직원] "당장 이제 나가야 될 돈들이 있는데…어쩔 수 없이 '이직을 준비를 해서 나가자' 하던 게 이렇게 와버렸어요."

6월 26일 '안마', 7월 2일 '어깨', 3일 '어깨, 등'..

이후 일주일새 세 번.

처자식이 있는 50대 회장과의 관계를 오해받을까 봐,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이 회장 (2018년 7월 3일, 녹취)] "거기가 뭉쳐. 근데 모든 마사지는 자기가 하면 별로 안 시원해. 그렇지 않아?"

무리한 요구와 노골적인 신체 접촉은 점점 심해졌다고 합니다.

2019년 9월 19일. 8시 15분, 허리부터 골반, 엉덩이 쪽으로… 11시 25분, 또 주무르고 왔다. 토할 것 같다. 12시 36분, 계속 만졌다. 난 치마다.

글씨가 점점 흐트러집니다.

[이 회장 (2019년 9월 19일 회장실 녹취)] "이 양쪽을 눌러볼래 무릎으로? 다리를 들어. 체중을 실어서."

'14시 40분, 집으로 오란다 어쩌냐..'

회사에서 4번을 시킨 것도 모자라 집으로 또 부른 겁니다.

[이 회장 (2019년 9월 19일, 회장실 녹취)] "회사에서 일찍 저녁 먹고, 우리 집으로 좀 와."

[피해 직원(2019년 9월 19일, 회장 사택 들어가면서 녹취)] "아 정말 가기 싫다…"

[피해 직원(2019년 9월 19일, 회장 사택 나오면서 녹취)] "(회장이) 파자마 바람으로 (있는데) 침대 위에서 안마하는 건 아니지 않나."

2년 4개월의 다이어리 중 안마 지시는 기록에 남긴 것만 44번, 날짜로는 20일입니다.

[피해 직원] "고통스러워서 (다이어리에) 쓰려고 비워 뒀는데, 너무 힘들어서 쓸 수가 없는 거에요. 어떤 날에는 이것보다 더 강도가 심한 그런 행위들이…"

전문 안마업체 연락처도 알려줘 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 회장 (2019년 9월 19일 사택 녹취)] "<스포츠 마사지랑 다 같이 하는 곳이라서…> 스포츠 마사지도 잘못 받으면 되게 아파…"

[강봉성/변호사(피해자 변호인)] "최고 인사권자보다 더 권한이 센 사람은 없잖아요. 거절하게 되면 다른 비서 업무를 하기 불편하죠. 전형적으로 위력 지위를 이용해서…"

지난해 매출이 수백억대인 이 업체는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회장은 한 스포츠 협회의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결국 최근 회사에 사직서를 낸 피해 직원은 회장을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취재진은 입장을 묻기 위해 회사에 찾아가고 수차례 연락했지만 회장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직원]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라는 건 솔직히 좀 아니잖아요. 일을 하다가 울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 울기도 하고, 좀 제정신이 아니게 살았던 것 같아요."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 취재: 김경배, 이준하, 이관호 / 영상 편집: 나지연 / 삽화 : 이나은, 임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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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김경배, 이준하, 이관호 / 영상 편집: 나지연 / 삽화 : 이나은, 임세라

고재민 기자 (jm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26622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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